[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지난주 세계 대두생산의 중심지인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두산업 견학차 방문했다. 오하이오주 콜롬버스에서 6대째 대두를 경작하고 있는 농장을 비롯해 대두를 유통하는 유통사와 곡물엘레베이터, 대두 바이오디젤 회사까지 다양한 곳을 방문하며 미국 대두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방대한 미국의 대두산업보다는 대두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의 자세가 기억에 더 남았다. 최근 한국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속가능성, 미래세대를 위한 경영 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대하는 자세는 여전히 무엇무엇을 위한 목적일 때가 많다. 대형유통업체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원료로 만든 제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착한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해서 지속가능이나 ESG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난 농가들은 미래세대를 위해서, 후대에게 물려줄 땅을 위해서 피복작물을 심고 무경운으로 땅의 침식을 최대한 막고, 화학비료 사용을 자제해 지력을 유지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콩을 생산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후대를 생각하는 그들의 신념 때문에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임 당시 휘발유 소비를 줄이고 바이오 에탄올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화석연료에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을 일정 비율 섞어서 판매하는 연료의 의무혼합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라스베가스 외곽 사막에 석탄 등 수많은 원료가 묻혀 있음에도 후대를 위해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미국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의 지속가능성은 목적이 아닌 하나의 신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생산환경이나 정치·경제환경은 우리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비옥한 땅이 넓고 경작단위 자체가 우리와 다른 미국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미래와 후대를 생각하는 그들의 자세는 분명 배울점이 있다.

역사가 짧은 미국이라서, 이민족이 세운 미국이라서 미래와 후대를 더욱 생각한다면 반만년 역사 위에 어렵사리 지켜낸 나라기 때문에 더욱 미래와 후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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