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식품 소비행태 변화 심포지엄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소비자들은 과일·채소 구매 시 가격을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최근 전반적인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인 만큼 구매 확대를 위한 맞춤형 상품 개발·유통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유통학회는 지난 15일 서울 aT센터에서 ‘3(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 우리 농업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2023 농식품 소비행태 변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3고 현상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를 분석하고 미래 트렌드를 전망해 농업인의 영농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소비 경향을 반영한 신품종·신제품 개발 등 농업 연구개발(R&D) 방향 설정에 이바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윤종철 농진청 차장은 개회사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을 파악해 농축산물 생산과 품종 개발, 재배 기술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이를 통해 산지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원활히 소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를 밝혔다.

심포지엄에서는 과일·채소·축산 부류의 소비행태 변화와 전망에 대한 전문가 발표와 생산자·소비자 단체, 업계·학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 품목별 소비 성향에 맞는 생산 다각화

물가·금리·환율 중 과일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가이며 과일 구매액은 2010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품목별 트렌드를 파악하고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희 농진청 농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의 국산 과일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은 물가 56.6%, 금리 23.1%, 환율 16.3%이며 수입 과일의 경우 물가 46.6%, 환율 21.3%, 금리 21.1%로 국산과 수입 모두 물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과일은 가격이 오르면 구매를 줄이는 농식품에서 간식류 21.5%에 이어 14.4%로 두 번째로 높았으며 가격이 내리면 구매를 늘리는 농식품 순위에서는 32.9%1위를 차지해 가격 변동에 따른 구매량 변화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하 연구원은 가격이 과일 구매에 중요한 요인이지만 농업인과 연구자들이 직접적으로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각 과일 품목별 구매 현황을 통해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하 연구원은 사과··포도·복숭아··귤 등 6대 과일과 과채류, 수입과일의 품목별 구매 트렌드를 키워드로 뽑아내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사과는 고령층이 사랑하는 과일을 키워드로 잡고 30~40대의 구매 금액은 감소하는 반면 50~60대는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또한 고령층은 껍질에 영양 성분이 많음을 이유로 껍질 채 먹고 크기는 대형과를 선호하는 반면 청년층은 농약 등 안전성을 이유로 껍질을 벗겨 먹으며 중형과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배는 명절 소비 집중 현상을 탈피하고 신품종 개발에 힘쓸 것과 감은 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점을 활용할 것을 조언했으며 샤인머스캣의 경우 품질 하락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만큼 생산 측면에서 당도·식감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소비행태·유통처에 대한 분석과 대응 필요

물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선식품 소비가 줄어들고 온라인을 통한 장보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영향의 감소로 채소류 소비는 감소하고 외식산업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외식 소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급격하게 감소했다가 2021년 하반기부터 급증했다. 더불어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외식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농산물의 경우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한 채소류의 경우 실질 지출액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코로나19 시기 집밥 수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상승한 이후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진 교수는 국민 소득이 올라갈수록 외식, 육류 등으로 식품 소비를 다각화해 채소류 소비가 줄어든다이와 함께 물가지수 상승도 소비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소를 구매하는 통로는 지출액 기준 슈퍼마켓이 지난해 44.5%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채소는 오래 보관하기가 어려운 만큼 조금씩 자주 구매하는 경향을 보여 슈퍼마켓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외 다른 유통처를 살펴보면 온라인 판매는 성장, 대형마트는 정체, 전통시장은 감소로 각각의 추세가 명확히 나뉜다. 특히 온라인 판매의 경우 구매빈도와 구매경험도 모두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파악됐다.

 

# 유통과정에 대한 이해와 상생 노력 필요

종합토론에서는 유통의 중요성이 부각 됐다.

정재필 한국MD협회장은 가격·브랜드·상품평·배송의 4개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배송으로 꼽으며 국내 농산물 생산자들이 유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 회장은 국내 생산자들은 좋은 상품을 싸게 만들면 잘 팔릴 거라는 생각에 매몰돼 생산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오늘날 여러 유통 채널이 조성되고 각각의 납품단가·결제 조건·수수료 등이 매우 다른 만큼 나의 생산물을 얼마나 어디에서 누구에게 팔지 정확히 설정하고 그에 맞는 유통 채널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정훈 서울대 지역정보전공 교수는 농산물 가격 형성에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유통의 비효율성만을 강조하면 결과적으로 생산비 감소 압력이 들어오고 생산자들에게 다수확 단일품종 재배가 강요될 수 있다이는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뿐더러 품종 과밀화로 인한 시세 하락 우려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농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유통·보관이 용이한 냉동 과일에 대한 인식 재고를 위한 정부·업체의 노력과 주류·간식·가공식품 등으로 농산물 활용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물가·환율·금리가 올라 농업 생산·경영비도 오르는데 농산물 출하가격은 그에 미치지 못해 지난해 농업인들의 농업 소득은 949만 원을 기록했다산지에서는 애호박을 파기하는 데 소비지 시장에서는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유통과정을 개선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괴리감을 해소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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