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제훈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농업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3분의 2가 산지로 평지가 부족한 국가다. 경작 가능한 평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1960년대부터 재배를 위한 간척사업이 진행돼 왔다. 그 결과 현재 간척농지는 우리나라 전체 농경지의 7.1%에 달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온과 식량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간척지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쌀 소비량은 점점 감소하는 반면 육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8kg로 쌀 소비량 56kg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 소비량은 2012년 이후 42% 증가한데 반해 쌀 소비량은 20% 감소한 결과다. 이와 같은 식습관 변화로 인해 식량 생산에 있어서 쌀의 재배보다 풀사료의 재배가 더 중요해지게 되었다.
 

풀사료는 약 100만 톤이 매년 수입되고 있으며 풀사료 종자 수입 의존도 역시 높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국내 양질 풀사료의 60%, 동계 풀사료의 80%를 차지하는 작물로 국내 풀사료 산업의 핵심 작물이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는 매년 약 7000톤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이중 약 30%는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이지만 이마저도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대부분 미국 오리건주에서 생산된 것이 채종돼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변화된 식문화 패턴에 맞는 안정적인 풀사료 수급을 위해서는 국내 풀사료의 대표주자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국내 종자 생산이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풀사료 종자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종자 생산 단지 조성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바로 간척 농지이다. 간척 농지는 물이 잘 빠지는 모래 토양으로 되어있어 고순도의 종자 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간척지는 면적이 넓어 단지화·집단화하기가 용이하고 농경지와 분리돼 있어 독립된 종자 생산단지로의 활용에도 적합하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부터 새만금 간척지에서 시험재배를 실시, 국내에서 개발한 품종을 시험 재배한 결과 외국품종보다 우수한 수량을 거뒀다. 
 

하지만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 자급을 위해서는 재배지 확보 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국내에서 대량 생산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의 건조·선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 수확은 대부분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이뤄지고 수확 직후 적절한 건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종자 발아율 등이 감소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 건조가 어려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건조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다음으로 농가에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종자특성, 재배방법, 수확방법, 숙기별 종자 생산 요령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 국내 종자생산 표준재배법 매뉴얼이 제작·보급돼야 한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현재 30% 수준인 국내 개발 품종(코윈어리, 그린팜 등)의 점유율을 2025년 32%, 2027년 35%까지 순차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내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시장이 미국, 호주가 전면 개방될 예정이다. 풀사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종자 생산 전문 단지 구축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시작으로 간척지를 통한 사료작물 종자 생산을 통해 국내 풀 사료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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