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어촌사회, 인구감소·기후변화 등 위기직면

분절적 위기대응 정책으로는 한계

세계어촌대회로 어촌사회의 국제적 협력연대 방안 모색해야

수십억 년 전에 생명의 근원인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했다. 이후에 인류는 강과 호수 얕은 바닷가에서 공동체를 형성했고 수산물을 포획, 채취하며 삶을 이어왔다. 대자연으로부터 다양한 위협과 생존을 위한 냉혹한 현실 앞에서 인간은 ‘공동체’라는 방식으로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직면한 난제를 극복하고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바다환경 변화에 따른 풍요로운 어장과 쉽게 부패하기 쉬운 수산물의 저장 기술개발 확보는 군사·경제적인 흥망성쇠로 직결되기도 하였다. 로테르담(Rotterdam), 리버풀(Liverpool), 두바이(Dubai), 칸쿤(Cancun)과 같이 작은 어촌마을에서 교역, 관광과 문화거점의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한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어촌이 있는 전 세계 160여 개 국가들은 오늘날 공동의 기후 위기와 사회·경제적인 변화과정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잃고 위협에 노출돼 있다. 환경오염과 자연재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촌사회에 기후변화 위기는 존폐를 위협하는 거대한 쓰나미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어업활동 인구가 급감해 소멸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1인당 섭취하는 수산물이 약 70㎏로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어가인구는 91%정도 급감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되는 국가로 전락했다. 가장 심각한 어촌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전 세계 어촌과 함께 직면한 문제를 논의하고, 대전환을 위한 비전과 공동의 이행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세계어촌대회(ICFC)를 창설하는 목적과 이유다. 
 

우리 정부는 어촌소멸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어촌뉴딜과 어촌신활력 등 인프라 투자, 어가 경영안정, 어업인 삶의 질 향상, 신규인력 유입 등에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약 5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어촌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6100만㎢의 드넓은 바다에서 특정 국가와 지역에서 이뤄지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어촌사회 문제는 분절적이고 그 성과도 한계가 있다. 필자 역시 우리나라 어촌문제에만 매몰돼 노력했는지 자문(自問)해 본다. 
 

최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리더국가 일원의 자격으로 그 역할과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FAO(유엔식량농업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8개의 지역수산기구 등 국제기구에서의 위상과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유럽이나 일본 등 아시아국가 뿐만 아니라 태평양과 카리브해 도서국가, 아프리카, 중남미 등 탈 국가·지역 인식에서 어촌의 미래 비전과 이슈를 제시하고 해법을 찾는 글로벌 어촌 플랫폼 형식으로 대한민국 어촌이 이니셔티브를 가져야 한다.
 

‘2023 세계어촌대회’ 창설은 하나의 바다로 연결된 전 세계의 어촌에 직면한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연대할 것인지를 찾아 나가고자 한다. 혹자에게는 어촌의 존폐나 소멸위기가 자신들의 삶과는 무관한 국토 끝 변방의 소리 없는 외침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전 세계 어촌에 당면한 사회, 경제, 환경의 문제들은 인류 모두에게 직면한 위기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닥칠 오염된 바다와 어촌사회의 소멸은 결국 인류의 중요한 식량자원인 수산물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될 것을 의미한다. 
 

브라이언 페이건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교수는 “어촌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 자손들은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2023 세계어촌대회 창설을 준비하면서 대한민국 부산에서 시작해 전 세계인들이 당면한 어촌의 위기 극복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160개 국가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인류가 ‘공동체’라는 삶의 방식으로 수많은 난제를 극복했듯이 지금 우리 앞에 휘몰아 칠 파고 역시 현명하게 돌파해야 한다. 세계어촌대회가 전 세계의 어촌을 순회하면서 글로벌 어촌 플랫폼으로 정착하고 국가 간 협력과 연대의 정신으로 어촌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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