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내로 정확하게 '토양병 진단'...작물 생산성 향상·탄소 중립 기여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에이비씨써클의 ‘진단이’는 농업인이 손쉽게 농지의 토양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도와줘 농산물 생산에 이바지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Biotechnology) 기반의 그린바이오 기술은 타 분야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신산업 창출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이에 202012207억 달러였던 글로벌 그린바이오 시장규모도 2027년에는 19208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시대, 넓어진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산업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업분야에 있어 유용한 그린바이오 기술 중 하나가 토양병 진단이다. 바이오센서나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인식 기술을 사용해 토양 내 유해 물질의 농도를 검출·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토양병을 진단, 조기에 각종 식물병해를 발견함으로써 신속한 예방·치료가 가능하다.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어 농가로서는 작물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양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을 보존하고 무분별한 작물보호제 사용을 줄여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재배 현장에서 10분 이내에 토양병을 확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글로벌 그린바이오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에이비씨써클을 소개한다.

 

# 농업·인간·환경을 생각하는 에이비씨써클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에이비씨써클은 그린바이오 기반 연구개발(R&D) 전문 농자재기업이자 글로벌 농업회사다. 토양 병해 진단키트, 기능성 비료, 유기 살충제, 화학 살충제를 연구·생산하는 것은 물론 호주, 캄보디아,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자회사를 두고 해외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에이비씨써클은 영문 ‘Agro Bio Chemical Circulation Recycle’의 약자다. 사명에서도 나타나듯 농업분야에 생물·화학적 자원을 융합, 지속가능한 농업은 물론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입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박인서 대표는 “‘지구촌에 안전한 농산물로 최고의 먹거리를 창출하며 인류 최고의 농산물을 만드는 회사라는 비전 아래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토양 병해 진단키트, 영양 진단키트, 미생물을 활용한 유기농자재, 기능성 비료 등을 연구·생산·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 농업 현장서 간편하게 10분 내 정확한 토양 병해 진단

'진단이' 검사키트
'진단이' 검사키트

2015년 설립돼 말레이시아 비료 수출을 시작으로 성장해 온 에이비씨써클이 농업 부문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토양 병해 진단키트 진단이의 역할이 컸다. 바로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농식품 창업콘테스트에서 토양 병해 진단키트인 진단이로 영예의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그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토양 병해 진단키트 진단이의 가장 큰 강점은 농업 현장에서 10분 내로 정확하게 토양 병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진단키트가 비싸면서 분석기간이 오래 소요되고 전문성까지 요구되는 단점과 불편함이 있었다면 진단이는 농업인 누구나 쉽게 자신의 농지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우선 진단이95%의 민감도와 90%의 특이도를 갖고 있어 병 초기상태에서도 토양과 작물에서 병을 진단해 낼 수 있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작물 주위의 흙을 검체스푼으로 퍼서 병원균을 찾아낼 수 있는 전용 액체인 버퍼(Buffer) 용액을 섞어 1분가량 흔든 후 흙이 가라앉으면 유기물과 균만 떠오르게 되는데 이를 키트에 3~4방울 떨어뜨리면 10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임신테스트기나 코로나19 신속항원키트와 비슷한 모양과 원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실 작물에서 병이 진단됐다는 건 이미 병이 많이 퍼져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토양에서 미리 병을 진단하고 진단된 병을 집중 관리해 소독하고 작물을 재배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최근 폭우 등 이상기후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각종 병해충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바이러스를 조기 진단해 피해를 예방하거나 확산을 방지하는 게 성공영농의 지름길이다.

박 대표가 토양 병해 진단키트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여느 농업인과 마찬가지로 박 대표의 아버지도 여러 작물보호제(농약)를 살포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병해충과 매년 발생하는 토양전염병 피해로 인한 근심이 끊이질 않았다.

박 대표 역시 2015년 창업과 함께 캄보디아에 합작회사를 세우고 비료를 캄보디아·말레이시아에 수출하고 있었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됐다. 현지에서 재배하던 후추나무의 잎이 누렇게 변하며 죽는 현상이 발생, 직접 현지를 방문해 원인을 찾다보니 토양 선충에 의한 피해와 토양전염병에 의해 도관부가 막혀 물의 이동이 안 돼 후추나무가 죽어 가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대표는 현장에서 어떤 병인지 확인하고 약을 처방해야 하는데 검사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급한 마음에 어느새 어린시절 보았던 아버지처럼 병명도 모르고 다양한 농약을 권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답습되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이 수평류면역진단기술 (lateral flow immunochromatography)’이었다. 수평류면역진단기술이란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해 감염시 토양이나 식물에 존재하는 병원균이 검사키트 내의 해당 탐지항원-항체와 정확하게 반응을 해 그 결과로 항원·항체 결합반응이 존재하면 발색,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라인()을 나타나게 하는 기술이다.

이후 박 대표는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정부 R&D 과제로 신청, 친환경농업 육성·탄소중립·스마트농업 등의 정부 정책방향과도 맞는 것으로 평가돼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2017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19년 초기버전 개발을 완료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 2020년 국내 최초로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선충 등 다양한 식물병해충을 진단할 수 있는 지금의 진단이가 탄생했다.

특히 에이비씨써클은 최근 농작물 병해충 진단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다. 바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바이러스 감염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우수한 바이러스 키트 기술을 이전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짓과작물 중 고추와 토마토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와 박과작물 중 수박과 참외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오이녹박모자이크바이러스(CGMMV) 등의 진단 키트를 생산·보급하고 있다.

에이비씨써클은 앞으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예찰시스템 활용, 수출입 농산물과 국내 유통농산물의 안전성 확인, 반려식물 시장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을 위한 제품군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국가기관에서 연구개발한 기술을 민간기업이 이전받아 생산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힘,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

진단이우수성이 알려지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진단이는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연구기관, 농자재판매점 등에 납품되고 있으며 농가가 좀더 용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난 7월에는 온라인 판매채널인 농팜닥터(nongfarmdoctor.com)’를 오픈하기도 했다.

여기에 2021년 대통령상 수상을 계기로 해외 수출도 활발이 이뤄져 지난해 98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수상 이후 해외에서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네덜란드, 이스라엘, 스페인,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온두라스, 과테말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에 수출과 샘플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바나나를 초토화 시키고 현재 남미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파나마병(TR4)에 대한 진단도 가능해 남미 현지에서 바나나 시들음병을 테스트하고 있어 수출 전망도 밝다.

박 대표는 효과적인 예방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병의 진단과 사전 예방인 만큼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병해충 진단키트를 추가 개발하고 각각의 병해충에 대한 치료제도 연구개발해 나가겠다더불어 관행농업을 정밀농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보기술(IT)과 연계된 데이터 기반의 효과적인 솔루션 개발에도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정부에 대한 바램도 조심스레 전했다.

박 대표는 토양 살균제는 자칫 토양내 유용미생물을 단시간에 죽여 땅심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정부가 일부 보조금을 지원해 진단이를 농업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농가소득도 올리고 토양 오염도 막아 탄소중립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에게 그린바이오 산업이란] 박인서 에이비씨써클 대표이사

박인서 (주)에이비씨써클 대표이사
박인서 (주)에이비씨써클 대표이사

환경오염 최소화·안전한 농산물 생산 등 지속가능한 순환 모델 위한 필수 산업

최근 기후 변화와 가장 근접한 산업이 그린바이오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감당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한 순환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요즘 탄소중립이 뜨거운 이슈인데 토양은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도 하고 저장도 하는 탄소저장창고다. 토양 내에 유익 미생물이 작물보호제의 남용으로 모두 죽는다면 유기물의 부패에 의해 탄소 배출이 늘고 불량 가스에 의해 작물 뿌리는 녹아 시들어 죽게 된다. 또한 부패한 유해 균들이 토양 내에 서식하게 돼 토양의 병은 더욱 늘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정확히 병을 진단하고 예방한다면 작물보호제 과다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도 최소화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은 물론 농가 경영비도 줄여 농가 소득이 증대되는 일거양득을 꾀할 수 있는 산업이 그린바이오 산업이다.”

<이 기사는 FTA 교육홍보사업의 제작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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