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의 활기차고 건강한 삶 고민…모범 모임체 롤모델 '요즘것들'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청년농업인들이 현재의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고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지은 품목모임체 ‘요즘것들’.   

요즘것들은 경남 창녕에서 복합영농과 시설재배를 하는 25명의 청년농업인들이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받은 지원과 혜택을 예비 청년창업농의 무료 컨설팅과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 플로깅 등을 통해 환원하며 지역의 모범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청년창업농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가치에 맞는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판로를 다각화하고 현업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만든 요즘것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손영철 대표를 만났다.

품목모임체 ‘요즘것들’은 2021년 화왕산직판장을 개장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품목모임체 ‘요즘것들’은 2021년 화왕산직판장을 개장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청년창업농을 위한 지역 대표 조직체

2019년 귀농한 손영철 대표는 창녕생태귀농학교 수료생 중 청년농부들을 조직화해 신활력 액션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판로, 소득 등 개별 농가로서 극복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들을 친목 모임을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하고자 청년농업인 품목모임체를 조직하게 됐다.

25명의 회원 중 대부분이 창녕에 연고가 없는 청창농인들이기 때문에 재배한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외로움도 느꼈다.

2020년 창녕생태귀농학교를 다니면서 친목을 도모했던 15명의 청년농업인들은 내 농산물의 가격을 가치에 맞게 받고 창녕에서 받은 지원 혜택을 지역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요즘것들을 조직했다.

요즘것들은 또 다른 말로 ‘요즘 농장 친구들’로도 표현한다. 요즘 시대의 청년농업인이 인간관계와 경험을 공유하고 농장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청년농업인 모임인 것이다. 

청년농업인들은 주 1회 정기적인 모임에서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일주일 동안의 일상을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를 바탕으로 모임체를 조직한 지 3년 만에 가족만큼 끈끈해졌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농산물을 지역 공판장에 출하했으나 현재는 화왕산에 위치한 무인 판매장과 네이버 스토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주로 판매한다.

손영철 요즘것들 대표는 “지역과 연고가 없었던 청년창업농이 전체의 80%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 이들이 창녕에 연고를 둔 이유는 지자체와 농기센터의 다양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처음에는 친목위주로 모임을 가졌지만 지속가능한 영농과 더불어 향후 유입될 청년창업농인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요즘것들 회원들이 추후 진행할 마케팅, 행사 기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요즘것들 회원들이 추후 진행할 마케팅, 행사 기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는 “품목모임체의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녕이 청년창업농을 위한 최적지라고 생각해 농업 관련 행사를 참여할 때마다 농산물 판매뿐만 아니라 예비 청창농인들을 위한 무료 컨설팅도 진행한다”며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과 연계상품도 유명하지만 창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지원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지역 도우미로 이름이 나 있다”고 전했다.

회원들이 직접 기획해 진행한 제2회 요즘장터.
회원들이 직접 기획해 진행한 제2회 요즘장터.

 

# 모범 모임체 롤모델로

요즘것들의 가장 주목할 점은 자체적인 체질개선과 더불어 다양한 대외 홍보 활동을 기획한다는 점이다.

처음 모임체를 조직할 당시 15명의 회원이 활동했지만 2021년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기까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모범 조직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 등을 설정하며 자체적인 체질개선 과정을 거쳤다.

연고가 없는 청년농업인들의 경우 귀농한 청년농업인보다 소득·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것들의 회원들은 재배한 농산물의 판매도 중요하지만 창녕군에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농업 생산 기반이 유지돼야 청년 농업인들이 영농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농업회사법인 판매 수익의 5%를 적립하고 이 중 1~2% 정도를 사회에 환원한다. ‘많은 돈을 벌어 잘 살자’는 생각보다는 지역의 기반이 유지돼야 지속가능한 영농이 가능하다는 신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맘카페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1년부터 월 1회 기부장터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관광지에 대한 플로깅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역 셀러·주민들과 함께하는 ‘발걸음이즐거운 음악마켓’ 행사도 기획했다.

회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홍보하기 위해 요즘장터도 운영 중이다.

컨셉에서 기획까지 멤버들이 직접 참여해 자체 매거진을 발간할 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하는 우리 농산물 알리기, 대도시 소비자와 함께하는 도농교류·농촌가치 확산 활동도 진행 중이다.

창녕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마늘과 양파를 모델로 한 캐릭터도 개발했다.

손 대표는 “회원들이 대부분 농사를 시작한 지 3~4년이 지난 전업농으로 소득에 크게 불만 없고 농산물 판매를 가치 있는 활동과 연계해야 지역사회와 조직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것들에 대한 제품과 가치를 알아봐주는 지역 주민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것들이 진행한 기부장터.
요즘것들이 진행한 기부장터.

# 청년농업인, 함께 잘 사는 농촌 만들고파

요즘것들이 가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더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창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함께 잘 사는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조직의 목표가 창녕군에 도움이 되는 단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창농에 대해 문의하는 청년창업농들에게는 창녕에 정착하게 된 이유와 품목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농장에 와볼 것을 권유한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다양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생각하기 때문에 구성원을 확대하기 위한 지역 내 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청년농업인들의 스토리를 반영한 브랜딩을 강화하고 도농교류와 농업·농촌의 가치, 농촌체험을 위한 팜파티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요즘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20~40대 초반의 도시민들이 농촌에 대한 관심이 적은데 농업·농촌은 우리의 먹거리를 위한 산업이자 귀중한 곳”이라며 “치열한 도시에서 어렵게 삶을 살고, 홀로 외롭게 지내기보다 농촌에서의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 [멘토 인터뷰] 홍선교 창녕군농업기술센터 주무관

-청년농업인의 성공모델 구축해

-영농 조기정착과 농촌 유입 유도할 것

“요즘것들은 단순한 지역의 청년농업인 품목모임체가 아니라 지역축제와 귀농·귀촌박람회를 통해 창녕군 홍보 도우미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더불어 청년창업농들을 위한 멘토를 자청하며 창녕군에 더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창녕군은 청년농업인 한명 한명이 작목별로 성공모델이 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 농촌의 과제인 청년 유입을 위해서는 우선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성공모델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선교 창녕군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은 "농촌지역 고령화에 대응하고 청년농업인의 성공모델을 구축해 영농 조기정착과 농촌 유입을 유도하고자 ‘청년 귀농인 경쟁력 제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 내용은 △신제품 개발·포장재 제작 지원 △온라인 플랫폼 구축 오프라인 장터 지원 △역량강화를 위한 농업 교육·컨설팅 비용 지원 △농업분야 선진지 견학비, 국내외 행사(축제·박람회) 참가비 등이다.

요즘것들도 이 같은 지원사업을 통해 품목모임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홍 주무관은 “요즘것들은 25명의 회원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농산물 재배와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의 멘토로서도 활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요즘것들이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품목모임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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