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어업선진화 추진방안' 수립
어선기관 비개방 정밀검사 대상 확대
불필요한 어업규제 최소화 등 통해 조업편의·효율성·어가수익성 제고 기대

해수부가 어업관리제도를 TAC제도 중심으로 전면재편을 추진한다. 사진은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있는 모습.
해수부가 어업관리제도를 TAC제도 중심으로 전면재편을 추진한다. 사진은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있는 모습.

 

수산자원관리정책이 총허용어획량(TAC)제도 중심으로 전면 재편된다.

해양수산부는 국제 수준의 어업관리를 통해 우리 어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을 수립, 지난 21일 열린 제29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국내 어업관리제도는 115년전 만들어진 수산관계법령을 토대로 구축돼 규제는 과도한 반면 어업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수산자원남획도 이어져왔다. 이번에 마련된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에는 어업관리제도를 TAC 중심의 제도로 재편, 국제 수준의 어업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우선 5톤 미만 어선에 적용되는 어선기관 비개방 정밀검사를 10톤 미만의 전체 연안어선으로 확대한다. 비개방 정밀검사는 기관을 분해하지 않고 내시경 등으로 내부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어업인의 검사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어선의 전복사고 예방과 어업인의 조업편의 제고를 위해 실뱀장어 안강망어업에서 선박형태의 무동력 바지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어획량 관리를 통한 어업규제 최소화도 추진한다. 해수부는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 제정과 TAC 전면 도입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모든 연근해어선에 TAC를 적용하고 각 어선이 보고한 어획량 등을 반영해 어선별…어종별 TAC 소진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이를 토대로 금어기·금지체장, 어선 선복량 제한, 어획방법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조업효율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양도성개별할당제(ITQ) 도입을 검토하고 전체 TAC의 일정량을 유보·판매해 어업인의 자조금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양륙항관리 강화와 어획증명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선복량 5톤 이상의 어선은 지정항으로 양륙하도록 하는 등 집중 관리하는 동시에 모든 어선은 양륙후에 어종과 어획량 등을 보고하고 어업감독관이 어획확인서를 발급하도록 하는 한국형 어획증명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을 통해 어업인의 조업편의와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어가의 수익성과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의 기대와 달리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문제는 현재 TAC의 소진율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TAC 소진율은 2017년부터 2018년 6월 까지 TAC소진율은 59.7%, 2018년 어기 68.2%, 2019년 어기 54.2%, 2020년 어기 53.0% 등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 TAC를 적용받고 있는 어업인들이 아무리 조업을 해도 할당된 TAC도 소진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TAC가 어획량을 제한해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 도입된 TAC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TAC를 전면 도입했다고 해서 금어기와 금지체장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게 될 경우 수산자원이 남획될 공산이 크다.

또한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유어나 해루질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업인만을 대상으로 한 TAC만으로는 자원관리에 빈틈이 너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낚시 관련 TV프로그램 등을 계기로 국내 유어산업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해루질 역시 어촌사회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정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유어나 해루질 등을 통한 수산자원포획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즉 어업인들이 TAC를 철저히 준수하더라도 수산자원의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해수부의 어업선진화에 앞서 수산자원 조사·평가체계의 고도화, TAC의 현실화와 대규모 어선감척, 유어객에 대한 관리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어업관리제도는 어업인의 찬반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자원의 현황에 따라 자원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TAC를 기반으로 하는 수산자원관리는 수산자원에 대한 정확한 조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 어획량을 산출하는 데서 시작해야하는데 국내 수산자원의 상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일본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수산자원의 60~70% 정도가 남획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며 “해수부가 어업선진화를 추진하기 전에 수산자원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수준까지 TAC 할당량을 줄이고 줄어든 할당량으로도 어업인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까지 감척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태훈 해수부 어업정책과장은 “TAC 소진율 문제나 유어에 대한 관리 문제, 어선 감척 필요성 등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을 두고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에 마련된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은 지난 115년간 이어져 온 어업관리제도가 가진 한계 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만큼 어업선진화 추진 과정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우려사항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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