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농식품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일본 수출만은 일본 엔화 가치가 약세인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잠정)은 지난해 동월보다 0.4% 증가한 63억1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미국, 유럽연합·영국 시장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각각 3.8%, 1.2% 증가했으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11.3%, 18.8% 수출액이 증가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대일본 수출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대일본 농림수산식품 수출누계실적은 51만5466톤, 14억849만2786달러로 지난해 동월 누계 대비 각각 9.5%, 4.7% 감소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aT 관계자는 “일본 엔저에 따른 수출가격 인상 압박과 현지 판매가격 인상 한계에 따른 수입업계 이윤 감소가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엔저 현상은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긴축을 시행한 반면 일본은 여전히 제로금리 등 통화팽창을 유지하며 촉발됐다. 지난 6월에는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줄곧 800원 후반~900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저에 따라 일본과 엔화로 거래하는 농가들은 환차손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똑같은 엔화 가격으로 팔더라도 환전하고 나면 수출농가·기업의 손에 들어오는 원화는 이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최덕규 파프리카수출통합조직(KOPA) 사업운영부장은 “일본은 30년째 임금이 오르지 않아 파프리카 가격도 예전처럼 계속 유지해야 팔 수 있다”며 “물가 상승으로 국내 가격과 일본 가격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수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엔저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결과까지 나타나 손해가 크다”고 털어놨다.

장미 유통·수출 전문업체 로즈피아의 이광진 전무이사도 “일본 화훼시장에 케냐, 에티오피아 등 신규 경쟁자들이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도 단가를 어렵게 조금 올려놨더니 엔저 때문에 가격이 17%는 깎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파프리카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수출량 2만6789톤의 99.8%인 2만6747톤을 일본에 수출할 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아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올해 파프리카의 대일 수출 월누계 실적은 지난 8월 기준 중량은 136만8285톤, 금액은 392만6563달러로 지난해 동월 누계대비 각각 20%, 16.5% 감소했다.

최 부장은 “일본 외 신시장 개척을 위해 홍콩, 싱가포르 등에 진출하고 있지만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신선식품의 제약상 물류비를 맞추면서 멀리 수출하긴 어렵고 중국도 저렴한 파프리카를 대량으로 생산해 대만, 동남아 등을 공략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엔저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전망이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추세적으로 엔화 환율은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추세가 전환되는 게 눈으로 보이는 시점은 올해 4분기가 될지 내년 1분기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긴축으로 전환하려 해 내년 상반기 정도에는 100엔당 950원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고 1000원을 돌파하는 것은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aT 관계자는 “하반기 수출실적 반등을 위해 연말까지 집중 홍보·판촉을 실시해 수출농가·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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