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정책 목표 설정…기준·효과 등 고려 합리적 방안에 대한 합의 필요

시장가격·기준가격 차액 손실 보전 핵심
평년 기준으로 물가인상률 등 고려
위원회서 결정하는 방식 구상 중

쌀값 정상화·식량안보 강화 위해
선진국 가격손실보전제도와 유사한
농가 경영위험 완충 제도 필요

가격인상·농가소득 보전 등
정책 목표 따라 정책 수단 달라져
농가소득보다 농업소득 높일 제도 추진돼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최근 열린 ‘쌀 및 주요농산물 가격보장제 도입방안 토론회’ 모습.
더불어민주당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최근 열린 ‘쌀 및 주요농산물 가격보장제 도입방안 토론회’ 모습.

농자재가격, 수도·광열비, 인건비 등 농업에 투입되는 생산비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정작 농업인의 소득이 되는 농산물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면서 농가 경영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에 대해 기준가격을 설정해 판매가격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쌀 및 주요 농산물 가격보장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을 보장함으로써 농가의 경영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인데 정책의 목적을 어디에 두며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등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아직 이견이 있다. 기준가격 보장제의 주요 논의 내용과 쟁점을 정리해봤다.

# 양곡관리법 대체 입법으로 추진

더민주는 지난해 이재명 당대표 민생 1호 법안으로 ‘쌀값 정상화법’이라 칭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채택하고 강력히 추진했다. 국민의힘과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켰으나 다음달 윤석열 대통령 1호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따른 재투표에서 부결돼 폐지됐다.

주요 내용은 ‘쌀 생산량이 수요보다 3%이상 많거나 가격이 평년 대비 5%이상 하락하면 과잉 생산된 물량을 정부에서 의무매입’하는 것으로 더민주는 이를 통해 쌀값을 농업인이 원하는 수준에서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이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폐지된 데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뿐만 아니라 단순히 쌀(벼)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만으로는 쌀값을 올려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분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부의 파격적인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당시 쌀값은 20kg 정곡 기준 4만4000원대의 처참한 수준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더민주에서는 시장격리를 통한 쌀값 안정 대신 농가가 기준가격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준가격 보장제 도입을 양곡관리법 후속, 대체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 시장가격과 기준가격 차액 보전

더민주의 기준가격 보장제의 핵심 내용은 품목별 시장가격과 기준가격과의 차액 손실 보전이다. 이는 품목별 시장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액의 85%를 지원하는 미국의 가격손실보전제도(PLC;Price Loss Coverage)와 유사한 제도로 더민주는 기준가격을 평년 시장가격으로 삼되 생산비와 물가인상률을 고려해 관련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차액보전비율도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며 대상 품목은 쌀을 포함해 16개 주요 농산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요 재정은 2020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연구자료를 토대로 보장수준에 따라 4000억 원에서 최대 1조236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를 위해 더민주는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등을 개정하고 농가소득(경영)안정을 위한 제정 법률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호중 더민주 농림전문위원은 “지난 양곡관리법 개정 추진으로 쌀값 정상화와 주요 작물의 자급률 상향을 통한 식량안보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국가적 과제가 도출됐다”며 “쌀값 정상화와 식량안보 강화라는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가격변동이 심해 농가경영위험이 큰 주요 농산물에 대해 선진국의 가격손실보전제도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무엇을 정책 목표로 삼을 것인가

이러한 기준가격 보장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먼저 보다 분명한 목표 설정이 요구되고 있다. 목표에 따라 정책의 수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책의 목표를 농산물 가격안정인지 농가소득 보전 또는 안정인지, 농산물 가격보전인지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안정의 경우 현행 시장격리제도를 비롯한 수급 관리제도와 효과 등에 대한 비교가 요구되며 보전의 대상을 농가소득 또는 농산물 가격으로 설정하는 경우에도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책의 목표와 방향, 성과 평가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안정과 수급안정, 경영안정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정책 목표로, 정책수단 역시 이에 따라 달라진다”며 “정부가 가격에 개입을 할 것인지의 문제와 향후 보험제도의 개선, 현행 비축, 방출 등 수급 정책과의 비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가격보다 더 빠르게 생산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기준가격 보장제도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과 시장 주체들이 시장을 왜곡시킴으로써 정책효과가 제대로 거둬지지 않을 가능성 등 다양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기준가격과 생산비

기준가격에 대한 추가 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준가격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며 더민주의 주장대로 생산비와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는 방식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추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가의 경영위험 완충을 위해 미국의 PLC와 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사실상 더민주의 기준가격 보장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되는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보전기준가격은 평년가격으로 하되 물가 상승률을 qks영해 실질 평년가격으로 하고 전년대비 변동률을 10%로 제한해 기준가격이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가격위험은 완충하되 과잉생산 요인이 되지 않도록 기준가격은 최근 수급 균형가격 수준으로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보전기준가격의 60%이하로 하락하더라도 60%까지만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품목별 기준가격 보장이 특정 품목의 과잉생산을 유도하지 않도록 함과 더불어 기준가격이 정치적인 이해로 설정되지 않도록 법률로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생산비는 농가별로 다르고 내급비에 대한 비용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책지표로 현실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가격은 생산비를 반영하기 때문에 기준가격에 생산비를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평년가격이 생산비를 보장하지 못하는 수준이 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며 “채소가격안정제가 유사하게 85%를 기준으로 설정돼 있는데 이에 대한 효과도 제대로 검토가 안 된 상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농업소득 제고 방안 절실

이러한 제도 도입과 관련해 농업인들은 농가소득보다는 농업소득에 방점이 찍힌 제도의 추진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해 식량안보를 지켜나가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농가소득 내 농업소득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가 핵심이 돼야 한다”며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 비중이 20%에 불과한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하락에 대한 안전장치가 농업소득 제고의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농업소득 제고를 위한 논의가 함께 진행돼 농업경영이 튼실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2006년만 해도 농업소득이 농외소득보다 높았는데 현재는 농가의 주소득이 농업이 아니라 농업외 활동이 되고 있다”며 “농업인은 농업소득 향상을 원하는데 이에 대한 정책은 미비하고 추가 조치도 없는 만큼 농업소득이 농가의 주소득이 될 수 있는 기준과 목표를 설정해 정책적 수단이 시행되도록 관련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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