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1968년 미국 정신건강연구소 존 칼훈 박사는 쥐를 통해 사회실험을 실시했다. 3800마리의 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먹이, 물이 있으며 생존을 위협할 상위포식자가 없는 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한쌍의 쥐를 두었다. 편안한 환경 속에서 쥐의 개체수는 빠르게 늘었다. 한 쌍의 쥐는 300여 일이 지나자 660마리로 늘었지만 이후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했다. 개체수는 늘지만 증가율은 빠르게 하락한 것이었다. 출산율 감소와 함께 찾아온 것은 쥐들의 이상행동이었다.

개체가 늘어나면서 공간이 좁아진 쥐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하고 죽이기 시작했다. 수컷쥐들은 자신의 암컷쥐와 공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다치거나 죽었다. 암컷쥐는 나날이 사나워졌고 경쟁에서 도태된 수컷쥐들은 짝짓기를 포기했다. 600여 일이 지나자 마지막 세대가 태어났다. 수컷들은 더 이상 교미행위를 하려하지 않았고 암컷은 출산 뿐만 아니라 출산한 개체들마저 육아를 포기했다. 이렇게 실험은 끝이 난다.

칼훈 박사의 쥐 실험 속 마지막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수도권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인구의 절반 가량이 머무르며 무한한 생존경쟁을 이어간다.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포기하고 있어 ‘N포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2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은 0.70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로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0.6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구의 빠른 감소는 어촌사회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지속가능한 농어업·농어촌을 위한 이민정책은토론회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경북 포항시 구룡포에서 3년 만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전했다. 한 마을에서 3년 만에 태어난 아이. 그 아이는 과연 구룡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 어촌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속에서도 해양수산부의 수산정책은 여전히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촌뉴딜300사업에 이어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통해 어촌의 활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책의 기조는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어촌정책은 여전히 수산정책의 마이너한 부분에 머무른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정책의 중심축을 농촌정책으로 옮기고 농촌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과 사뭇 대조된다.

해수부의 수산정책은 산업정책에서 지역과 사람을 위한 정책으로 그 틀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 칼훈의 쥐 실험에서처럼 비극적인 결말이 오기 전에 어촌사회가 미래세대를 위한 대안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는 수산업·어촌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를 위해 해수부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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