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산업 급성장에 수입 물밀 듯...체계적 혈통관리로 우수 품종 관리해야

[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염소 고기 수요에 비해 공급량 부족
수입 염소 고기가 국산으로 둔갑 빈번
늘어난 수입으로 국내 염소 가격도 최근 하락세

근친교배 등으로 생산성도 떨어져
이에 대응 염소 인공수정 기술 개발로
생산성·품질 향상 기대

수입 염소 고기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가치 소비문화가 맞물리면서 염소 고기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늘어난 소비에 비해 국내 공급량 부족으로 최근 염소 고기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수입 염소 고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혈통관리와 표준화된 사양기술 보급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염소 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급증하는 수입 염소 고기에 맞서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 염소 고기, 높은 수요 대비 낮은 자급률

염소 산업은 2019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염소 산업 생산액은 2018595억 원, 20191244억 원, 20201526억 원, 20211775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 달리 국내 염소 고기 공급량은 늘어난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값싼 수입 염소 고기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수입 염소 고기는 국내산보다 kg1만 원가량 저렴해 식당에서도 수입 염소 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한 염소 고기 유통업자는 국내산은 kg35000원이지만 외국산은 kg22000원으로 외국산이 kg1만 원 정도 저렴해 식당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염소 고기를 선호하는 분위기다면서 최근 들어 수입 염소 고기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지만 대응책이 없어서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수입량이 늘어나다 보니 국내 염소 가격도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흑염소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거세 염소의 생피(발골이 안 된 원육) kg당 산지시세는 18000, 비거세와 암염소는 각각 16500, 17000원으로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갔다.

 

# 호주산 염소 고기, 1년 새 81% 급증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 염소 고기는 주로 호주산 산양육으로 1년 새 81%나 증가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호주산 산양육의 누적 중량은 3712202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47908kg과 비교해 81% 증가했다. 수입 건수도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198건이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2건과 비교해 86건이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수입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호주산 산양육 수입량을 살펴보면 1월에는 31851kg(17), 2월에는 137770kg(7), 3월에는 461708kg(23), 4월에는 515338kg(27), 5월에는 471308kg(25), 6월에는 426121kg(25), 7월에는 688970kg(37), 8월에는 70132kg(37)이 수입됐다. 이는 복날 특수에 대비하기 위해 여름에 가까울수록 수입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에 반입되는 수입 염소 고기는 품종이 확실치 않아 품질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북흑염소협회에서 자문을 맡고 있는 최순호 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박사는 중동 지역에서 염소 고기 수요가 높아 우리나라까지 올 수 있는 육용 염소가 없어 주로 호주산 토착종인 재래염소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호주산 염소는 축사 내에서 사육하는 것이 아닌 넓은 방목지에서 사육해 출하 몇 달 전에 곡물 사료 등을 먹이고 비육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주의 염소는 품종이 다양하고 방목해서 사육하다 보니 정확히 국내에 어떤 품종이 반입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외국산에 대한 약효도 연구되지 않고 있어 국내산 재래염소처럼 약효 성분이 있을지 의문이 들고 원산지 둔갑 사례도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입 염소 고기가 국산으로 둔갑해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서울시내 염소 고기 전문점 30곳에서 원산지 위반여부를 검사한 결과 5곳에서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 염소 인공수정 기술 개발로 생산성·품질 향상 기대

정부에서는 근친교배 등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염소 인공수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연번식 방법으로 근친교배가 만연한 염소 산업에서 인공수정 기술이 보급된다면 육질 등이 뛰어난 품종이 개발되는 등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관우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는 올해부터 재래 염소 유전자를 활용해 생산성이 높고 고기 품질이 우수한 신품종 식용축 연구개발을 시작했다면서 그동안 국내 염소 산업은 근친교배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인공수정이 보급화된다면 이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성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사육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염소는 연 2회 분만이 가능하지만 조기번식과 근친교배 등으로 평균 2년에 3회 정도 분만을 하고 있다.

김 연구사는 염소의 임신기간은 평균 150일 정도로 연 2회 분만도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평균 2년에 3회 분만을 하고 있다면서 조기번식과 근친번식을 예방하기 위해 생후 3개월령부터 암수를 구분해 사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분만실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혼합 사육하는 경우에는 다른 염소에 밟히거나 불안해하므로 분만실을 꼭 준비해야 폐사율을 낮출 수 있다면서 염소 산자수는 2마리 내외로 초산일 경우 대부분 1마리를 분만하지만 2산 이상은 2마리 이상을 분만한다고 말했다.

 

# 등록기관 지정으로 엄격한 혈통관리 필요

이와 함께 체계적인 혈통관리로 우수 품종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순수 혈통에 대한 정의와 등록기관 지정을 통한 개체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국내 가축개량전문기관인 한국종축개량협회(이하 종개협)에서는 올해부터 염소 등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송규봉 종개협 부장은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염소는 외래종과 재래종이 섞인 교잡종으로 순수 혈통을 찾기 어려워졌다면서 등록 관리도 안 되다 보니 근친의 위험도도 전혀 파악이 안 되고 있어 하루빨리 개체관리를 위한 등록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먼저 염소의 품종부터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래염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육용 염소 품종인 보어종 등 외래종이 생축으로 수입되고 있다하지만 품종에 대한 정립이 제대로 안 돼 있고 해외에서 수입되는 염소들이 기준이 맞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어 우선 품종에 대한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육마릿수, 사육농가수 등 기초적인 자료가 필요한데 염소 산업은 그동안 산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관리가 소홀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염소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자료 형성에 농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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