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용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 검정부 박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한우개량은 1960년 정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약 60년 이상 지속돼 왔다.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에서는 전국 한우농가에서 보유한 소들의 경제 형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우수한 씨수소를 선발, 정액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육량과 육질이 향상돼 한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해 왔다. 지금도 많은 한우농가에서 보유한 소들을 개량하고자 좋은 정액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정액을 사용해야만 우수한 송아지가 생산되고 개량도 잘 되는 것일까? 
 

한우개량을 농사에 비유하면 좋은 토양은 암소, 우수한 종자는 숫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는 우수한 종자와 함께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농가 입장의 개량에 있어서도 우수한 정액의 확보와 함께 암소집단의 개량이 필요하다.
 

암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송아지 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잘 자라는 송아지는 송아지 시기의 경매 단계에서도 성우까지 비육해 판매하는 단계에서도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어 농가 운영방식에 상관없이 모든 농가들은 우수한 송아지를 원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한우농가들이 우량 송아지를 만들기 위해 유전능력평가 결과가 우수한 몇몇 정액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인기정액은 당첨확률이 지극히 낮을뿐더러 송아지의 능력은 아비와 어미의 예상유전전달능력(EPD)을 반반씩 이어받기 때문에 정액에 의존한 개량 효과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능력이 우수한 암소를 사용할 경우 인기 정액에 비해 구하기 쉬운 정액을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우량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우개량사업소에서는 지역단위로 우수한 암소집단을 만들기 위해 한우암소검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참여 암소에 대해 혈통과 후대우의 도축성적을 고려한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제공하는데 농가는 이 정보를 이용해 암소에 맞는 계획교배를 하고 생산된 거세우의 도체형질을 향상하고 있다. 
 

송아지 생산은 번식 농가뿐 아니라 비육 농가에서도 농가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암소의 평균 임신 기간은 285일로 발정주기인 21일과 회복 기간을 고려하면 송아지 1마리를 생산하는데 약 1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적·유전적 요인에 의해 암소당 송아지 생산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자료에 따르면 번식 간격이 1개월 지연될 때마다 약 49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사료값과 물가상승으로 한우 사육 생산비가 증가한 요즘 시기에 번식지연은 전보다 더 큰 손해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농가의 소득증대와 손실감소를 위해 암소집단의 번식 간격 파악은 필수적이다.
 

최근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주관하는 한우암소검정사업에 참여 중인 농가에서 후보씨수소가 선발됐다. 이는 한우암소검정사업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해당 농가는 암소의 유전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우수암소집단을 조성하기 위해 저능력암소를 적극적으로 도태했으며 계획교배를 철저히 반복했다. 그 결과 전국 상위 1%에 해당하는 후보씨수소까지 생산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한우개량을 육종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농가에서 직접 계획교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씨수소 개량 못지않은 암소개량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한우개량사업소에서 배포하는 한우씨수소의 유전능력정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제공하는 한우계획교배 길라잡이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시중 한우관련 앱 등을 활용하면 농가에서도 직접 계획교배를 할 수 있다. 
 

필자는 언제 당첨될지 모르는 정액만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암소를 활용하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 당장 내 농장의 암소의 유전능력부터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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