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서울대 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우리 농업, 다학제 융복합에 최적화

농업인 경험·기술·지식 등 공유

산학연농관의 유기적 협력과 소통 구현

다학제 융복합적 대응 시스템 구축돼야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배고픔과 기근이었을 정도로 농업을 포함한 모든 기반 산업들이 무너졌다. 1960년도부터 농업 생산성 향상과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통일벼 개발을 통한 녹색혁명(1960~1970년대), 시설농업을 통한 백색혁명(1980~1995년대), 첨단 기술 적용을 통한 정보통신기술(ICT)혁명(2000~2020년대) 등의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축산, 원예 등의 시설농업이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우리나라 농업총 생산액의 50% 이상을 시설농업에서 달성하게 됐다. 2020년에 들어와서 우리나라 농업을 한 단계 더욱 도약시킬 수 있는 4번째 농업 혁명이 필요한 시기인데 필자는 감히 4번째 농업 혁명을 ‘다학제 융복합’(Multidisciplinary Convergence)이라고 확신한다. 
 

세계적으로 최근 다학제적 교육·연구가 점진적으로 대두됐고 우리 농업분야에서도 다학제 융복합적인 교육·연구를 통해 전통적인 영역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한 우물만 파서 한 가지에 최고로 잘하는 전문가를 교육의 목표로 삼았다가 여러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양성하는 자기중심적 다빈치형 교육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 폭발적인 정보기술(IT)의 발전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필요한 전문지식, 산업·인적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각각의 요소기술들을 개인이나 하나의 조직이 모두 보유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됨으로서 학문과 연구의 체계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확산속도가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문과 연구에 있어서 각각의 요소보다는 이들의 결합방식, 그보다는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더 근본적으로는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탐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됐다. 즉 이미 충분히 완성된 요소들을 결합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나 새로이 완성된 하나의 요소가 앞으로 어떠한 영역에 적용돼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 낼 것인가라는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 이러한 고민을 다루는 과정과 방법을 다학제적 융합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 농업은 다학제 융복합에 최적화된 미래지향적인 산업이라고 확신한다. 농과대학은 과학, 공학, 인문 등 다양한 학문 영역들이 포함돼 있으며 식물, 동물, 인간 관련 연구 영역들이 존재한다. 또한 생산 등 고유의 농업뿐만이 아니라, 농촌, 산림 등 지역 환경·경제, 그리고 저장, 유통, 가공 등 6차산업으로 더욱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ICT 학문과 교육이 연계되면서 미래유망산업으로 손꼽히는 산업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전통적 고유영역에 대한 방어적 대응보다는 전통적으로 축적된 농산업의 뿌리를 근간으로 타 분야들과의 유기적이고 친화적인 융복합을 통해 우리 농산업 분야가 미래 선도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더욱 발전해야 한다.
 

축산업의 발전에 크게 저해 요인이자 존폐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은 바로 현장과 관련된 현안이다. 대표적인 현장에서의 축산 현안은 사육환경의 복지축산, 축산악취 배출 등 환경부하, 에너지부하·탄소 배출, 축산 질병, 분뇨 자원화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노력 대비 개선속도는 매우 더딘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축산 현안들은 모두 서로 연계돼 있으며 이들 연구를 위한 정확한 영역 구분보다는 연계와 중복성을 고려한 기초와 응용, 과학과 공학, 연구와 산업, 현장과 첨단 ICT 공학 등의 유기적인 협력과 소통을 구현할 수 있는 다학제 융복합적 대응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동시에 산학연관이 아닌 농업인들의 경험, 기술과 지식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산학연농관의 유기적인 융복합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축산업의 대표 현안들이 빠른 시일내에 개선·해결돼 축산업이 더욱 탄탄하게 발전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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