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비유적으로 사물의 본디 형체나 성질이 바뀌거나 가리어지는 경우를 둔갑이라고 한다. 술법으로 자기 몸을 감추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에선 이런 둔갑이 여전히 심심찮게 자행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돼지고기나 배추김치 등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은 매년 300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의원(국민의힘, 홍성·예산)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산지 표시위반 적발 건수는 모두 3935, 적발 물량은 2321톤에 달했다. 올해 8월까지도 2901, 24745톤이 적발됐다.

지난해 가장 많이 적발된 농축산물은 불명예스럽게도 돼지고기로 1007, 1120톤이 원산지 표시를 위반했다. 다음으로 배추김치 624, 851, 소고기 370, 175톤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는 20203511, 20213689, 지난해 3935건 등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며 매년 30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추석 명절을 맞아 유통량이 증가하는 선물·제수용품을 중심으로 지난달 4일부터 27일까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원산지 표시 일제 점검을 실시한 결과에서도 위반업체는 386개소, 품목은 461건이 적발됐다.

위반품목은 역시 돼지고기가 1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김치 95, 두부류 56, 소고기 48, 닭고기 18, 11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반업종은 일반음식점 213개소, 식육판매업체 59개소, 가공업체 51개소, 노점상 12개소, 식육즉석판매가공업체 8개소 순이었다.

적발된 업체 중 거짓표시 226개 업체는 형사입건, 미표시로 적발된 160개 업체에는 과태료가 부과됐다. 문제는 원산지 표시 위반이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외국산 숙주나물 원산지를 국산으로 거짓표시한 사례가 적발됐지만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났다. 2020년엔 중국산 생강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지만 과태료 5만 원에 그쳤고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한 사례가 모두 85건을 나타냈다.

원산지 거짓표시 등의 사례는 정말 다양하다. 농관원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축산물판매업체의 경우 멕시코산 삼겹살 200kg(위반금액 260만 원)을 판매하면서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표시해 형사입건됐다. 강원 춘천에 위치한 일반음식점은 호주산 염소고기 1500kg(위반금액 2800만 원)을 탕 등으로 조리·판매하면서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표시해 형사입건됐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일반음식점의 경우 중국산 배추김치 209kg(위반금액 37만 원)을 반찬용으로 사용하면서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표시해 형사입건되기도 했다.

국민의 밥상이 이처럼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처벌이 미미한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농식품 원산지 점검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점검, 단속도 시기 등을 따지지 말고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