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서 ‘유해한 보조금’ 인식…수산보조금 체계 개편·어업구조 재편 필요
농림어업용 면세유, 올해 말 일몰
수산업계, 어업인 소득 안정 위해 영구적 제도로 만들 것 요구
환경단체, 환경에 부정적영향…수산업계의 화석연료 의존도 높여
어선연료효율제고·전기어선 등 연구개발 이뤄져야

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어업구조재편과 수산보조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어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어업구조재편과 수산보조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어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어업용 면세유 제도가 기로에 서 있다. 1972년 도입된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영구적인 제도가 아닌 일몰규정이 마련된 한시적 제도로 2~3년 주기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 면세유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어업용 면세유를 폐지하라는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어업용 면세유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본다.

# 돌아온 일몰 시한

농림어업용 면세유 제도의 일몰시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조특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면세유는 내년부터 폐지된다.

현행 조특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농업인, 임업인, 어업인이 농림어업에 사용하기 위한 석유류에는 개별소비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이같은 규정은 일몰 기한을 연장해가며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다. 일몰시한이 다가오면 농림어업인 단체에서는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가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농어가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들며 일몰시한이 없는 영구적인 제도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고 정치권에서는 관성적으로 일몰시한을 연장해 왔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19일 홍문표 의원(국민의힘, 홍성·예산)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농림어업단체와 함께하는 농림어업용 면세유 지원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일몰기한을 5년간 연장하거나 영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몰 시한이 다가오면서 지자체 의회들도 나서고 있다. 나주시의회는 지난 13일 열린 제255회 나주시의회 임시회에서 농업용 면세유 지원 영구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 대통령 비서실과 국회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예산군의회 역시 지난 20일 열린 제294회 예산군의회 임시회에서 농어업용 면세유 일몰 규정 폐지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 어업용 면세유의 두 얼굴

수산업계에서는 어업용 면세유가 어업인들의 소득제고와 경영안정에 기여한다는 측면을 강조하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어업용 면세유가 과잉어획과 남획을 조장하는데다 수산업계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양수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어업용 면세유를 통한 세금 감면액은 2018년 6864억 원, 2019년 7154억 원, 2020년 7334억 원 등 7000억 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7000억 원대의 보조금이 조세감면의 형태로 지원됐음을 의미한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어업용 면세유 폐지시 순수익률은 근해어업 9%포인트 하락한 14%, 연안어업은 6.2%포인트 하락한 44.7%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근해어업의 수입액이 2666억 원 감소하고 연안어업이 1024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즉 면세유 폐지시 어업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처럼 면세유가 어업경영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기여하지만 환경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문제점은 면세유가 과잉어획과 남획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업용 면세유가 출어경비의 부담을 낮춰 어업인이 과잉어획과 남획을 하도록 조장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면세유가 수산업계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며 연료효율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면세유가 어업경영안정과 어가소득제고에 기여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는 수산업을 면세유라는 ‘특혜’에 의존한 산업으로 고착화시킨다는 문제점도 있다”며 “탄소중립이 주요 화두가 된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면세유가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점진적으로 면세유를 감축한다는 기조하에 어선의 연료효율을 높이거나 전기어선, 수소어선, 하이브리드 어선의 개발 등 관련 연구개발(R&D)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국제적 압박 받는 면세유

면세유 제도는 국제적으로도 퇴출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는 면세유를 ‘유해한 보조금’으로 인식, 면세유의 폐지 또는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환경적으로 유해한 보조금은 정부의 보조금이 환경, 기후, 토양, 수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지원정책이 특정 소비행동을 증가시켜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 전반으로 규정했다. 세계은행은 농어업에 지원되는 환경유해보조금이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친화적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의 최소 2배 이상임을 지적한다. 특히 수십억 달러를 초과하는 어업용 보조금은 어업자원의 고갈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보조금의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더불어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2021년 열린 제12차 WTO각료회의 공동선언문에서 비효율적 화석연료 보조금은 화석연료 소비를 조장하며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효율부문 투자 확대를 저해한다고 지적, 화석연료 보조금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언급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담겨있다. SDGs 14.6에서는 과잉어획과 남획, 불법·비보고·비규제(IUU)어업에 기여하는 특정형태의 어업보조금 금지, 신규 보조금 도입 자제가 명시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환경단체에서는 어업용 면세유를 폐지하라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 보조금 개편·어업구조 재편 병행돼야

안정적인 어업경영을 위해서는 큰 틀에서 수산보조금의 개편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어업구조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외의 여건을 볼 때 면세유가 항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인 의제로 탄소중립이 설정된 상황에서 면세유는 어업분야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뿐만아니라 어업용 면세유 제도가 소득이 많은 어업인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역진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따라서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보조금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동시에 어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은 “최근 국내외적인 여건을 볼 때 면세유를 비롯한 어업보조금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시적으로 어업용 보조금을 감축 또는 폐지할 경우 수산업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어업구조재편과 어업용 보조금의 개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업적 어업인 근해어업은 보조금 없이도 수익성을 낼 수 있도록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고 연안어업은 소규모 어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공익적 기능을 중심으로 보조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소규모 어업은 어획강도가 강하지 않은 데다 어촌지역의 공동체 유지나 어업문화유산의 전수 등 공익적 기능으로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보조금 체계 개편을 통해 안정적인 어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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