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농업R&D예산 삭감·무분별한 TRQ 물량 수입 비판
농기계개발 보급률 저조 심각
식량안보 위한 전략작물 수매 노력 부족
먹거리 공공성 위한 사업 관심 당부
돼지고기 등급제 도마위
가축방역사에 대한 처우개선 지적
축산악취 제대로 개선 주문

[농수축산신문=이남종·홍정민·박세준 기자]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앞줄 왼쪽 첫번째)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앞줄 왼쪽 첫번째)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8일 농촌진흥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한국농업기술진흥원·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축산환경관리원·축산물품질평가원·한식진흥원 등에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정감사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농촌진흥청·한국농업기술진흥원]

# 사상초유의 농업R&D예산 삭감, 현 정부 농업포기 폭거 VS 부적정·방만한 농업연구비 집행에 따른 결과

농진청 R&D예산 삭감 관련, 야당은 현 윤석열 정권의 농업·농촌을 무시한 폭거라는 질타를 이어갔으며 이에 대해 여당은 농업 R&D 부문에서 그동안 시험예산의 부적절한 집행과 시험연구비의 전용 등이 있어왔기 때문에 연구비 삭감은 필연적이라는 주장을 제기, 여야간 대립된 의견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원택 의원(더불어 민주, 김제 부안)은 농진청 R&D 예산 24.6% 삭감은 윤 정부가 미래농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농진청 R&D 예산을 전년대비 24.6%나 대폭 삭감, 농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이는 국가 R&D 예산 평균 삭감율인 16.6%보다 8%가 높은 삭감폭”이라며 “이번 농진청 R&D 예산 삭감은 사업의 시급성이나 적절성을 따진 것이 아니라 투자 우선순위 조정, 과제단가 조정, 시설·장비비 삭감 등 묻지마식 일괄삭감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예산 삭감은 농진청 고유기관사업 외 지역경제에 영향을 주는 공동연구사업마저도 1752억 원에서 2999억 원으로 41.6%가 대폭 삭감돼 협력기관의 대학교수,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 완주·진안·무주·장수)도 “윤 정부에서 농업·농촌 R&D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농업에도 직격탄을 맞았다”며 “올해 대비 농진청 R&D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됐으며 농진원의 농업기술실용화 예산도 89% 삭감돼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고령 칠곡)은 “농업분야 R&D가 중요하지만 연구비 예산의 부적절한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윤 정권들어 농업에 대한 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높은 5.6%가 늘어 농업홀대라는 것은 억측이며 농업 R&D의 경우 예산사용의 부적절한 문제와 비효율성이 제기된 것으로 R&D 삭감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최근 5년간 농진청 R&D 투자현황을 보면 2018년 4812억 원에서 지난해 6501억 원으로 늘었지만 투자액 대비 기술수익율은 2.2%에 머물고 있어 비효율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품목 출원수는 같은 기간 출원 75건, 등록 101건에서 각각 66건으로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5년간 R&D 유용, 횡령사고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환수를 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리 농업에 필수적인 R&D분야 예산이 어쩔 수 없이 삭감되고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춘식 의원(국민의힘, 포천·가평)도 “농진청의 R&D에 대한 부분이 쟁점이 되는 것은 연구비 집행에 있어서의 부정행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며 “2017년 5건에서 지난해 4건까지 총 35건, 이에 따른 사업비 환수액도 그 기간 11억9100만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형별로 보면 결과불량, 용도 이외 사용, 연구부정, 그 외 협약위반 등으로 다양하다”며 “농진청은 앞으로 사업관리를 강화하고 묻지마 지원을 지양해야 한다”고 R&D 예산 삭감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 청년농업인 육성, 지역특화작목육성사업 포기하나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관련 예산 100% 전액 삼감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됐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 나주·화순)은 “현 정부의 청년농업인 육성에 대한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해는 4000명, 내년도 5000명, 그 이후 6000명 육성 등 매우 시의 적적한 정책이라는 판단”이라며 “하지만 현실을 보면 청년창업농육성정책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1만2000명을 선정했으나 이 중 대상자 2018년 1600명 중 벌써 97명인 6.1%가 이탈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의원은 “창업청년농 3년간 100만 원 내외의 정착자금 지원에 머물지 말고 현지에 정착할 수 있는 지속진인 기술지도, 컨설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진청 소관 내년도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을 보면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 농업인학습단체 교육 운영지원, 청년농업인 경영진단 분석컨설팅, 청년농업인 협업모델 시범구축 등 67억 원이 100% 전액 삭감됐다”며 “이러한 지원책이 지난해 국무조정실 과제평가에서 일자리분야 S, A,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우수정책으로 평가됐음에도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현 정부의 청년농 육성정책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힐책했다.

특히 신 의원은 “청년농업인 정책은 육성대상자 신청에 머물지 말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한 정착이 더욱 필요하다”며 “대통령 순방 예산은 300억 원 이상 늘리면서 미래 농업을 위한 투자인 청년농육성 예산 67억 원이 순감된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역특화작목육성사업 예산 삭감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안호영 의원은 “지역농업기반연구기반과 전략작목육성 예산이 올해 181억 원에서 내년도 36억 원으로 149억 원, 80% 삭감됐는데 이는 지역특화작목 육성을 포기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지역농업 R&D 중 유일한 국가지원 사업이고 균형발전 차원에서 그 성과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업인데 납득할 수 없는 사안으로 이는 농업의 포기, 지역농업의 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농진청 개발 농기계 보급률 저조

농기계개발에 들어가는 예산대비 보급률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 서귀포)은 “농진청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281억6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농기계 81종 중 절반이 넘는 44종은 농가 보급실적이 50대 이하에 그쳤으며 개발 후 단 한 대도 보급하지 못한 농기계 10종에 22억 7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질책했다.

위 의원은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밝히고 “지난해 국립농업과학원이 발표한 ‘2022 농작업 기계화율 조사’에 따르면 논벼 기계화율은 99.3%에 이른 반면 밭농업 기계화율은 63.3%에 그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으로 농진청의 농기계 개발 사업 대부분은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저조한 농기계 보급실적으로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에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농진청에서 개발하고 있는 농기계는 연구실이 아닌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농기계 개발·보급 과정에 있어 실용성과 경제성 평가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재호 농진청장은 “농진청은 농림분야 R&D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이번을 계기로 전체적인 R&D 과제를 점검하고 특허나 기술출연료를 늘리는 방안과 농업현장에 접목, 농가에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 무분별한 저율할당관세(TRQ) 물량 수입·전략작물 수매 노력 부족

aT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무분별한 저율할당관세(TRQ) 물량 수입, 식량안보를 위한 전략작물 수매 노력 부족 등에 대해 비판받았으며 먹거리 공공성을 위한 사업에 대한 관심도 당부받았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 당진)은 “소비자 물가를 잡으려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에 집중해야 하는데 농축산물은 물가지수 가중치가 1% 내외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미약하다”며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TRQ 물량을 들여오고 있다지만 TRQ 수입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고 농업인들만 희생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어 의원에 따르면 마늘·고추·양파 TRQ 물량은 1만2224톤, 금액으론 1784만70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 의원은 “TRQ 물량을 수입할 때 수급조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지난해 2번, 올해 2번 딱 4번, 그마저도 사후에 열려 TRQ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TRQ 수입 발동 기준과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춘진 aT사장은 “TRQ 사전심의를 현실적으로 활성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과잉생산됐을 때는 보다 많이 수매해서 시장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업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여러 측면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 정읍)은 식량안보와 관련된 전략작물 수매 대책 미흡 문제를 제기했다. 윤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콩의 경우 생산량 대비 수매율은 2021년 2.0%, 지난해 14.4%에 불과했다.

윤 의원은 “정부는 1차적으로 직불제로 밀, 콩 등 전략작물 재배를 유인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생산 이후 판로 문제 해결”이라며 “식량안보 차원에서 생산을 권장한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수입은 하면서 정작 국내에서 생산된 건 제대로 수매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 놓았다”고 꼬집었다.

윤미향 의원(무소속, 비례)은 먹거리 지원사업 중단과 농식품 바우처 사업에 대해 짚었다.

윤 의원은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임신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과 초등돌봄 과일간식 지원사업이 예산 삭감으로 중단돼 현장에서 논란이 있었고 학부모들의 원성도 자자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이어 “취약계층 먹거리 보장을 위한 농식품 바우처도 정작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제한돼 있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전통시장부터 소비자 편의를 위한 온라인몰까지 다양한 농식품 시장에서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가맹점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 

# 돼지고기 등급제 실효성 지적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돼지고기 등급제가 국감 도마위에 올랐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 여수갑)은 “우선 저부터 돼지고기 등급제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고 대부분의 소비자도 그러한 상황”이라며 “세계 최초 돼지고기 육질등급제라고 홍보했지만 실패한 것을 자인하고 당장 폐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 영암·무안·신안)은 “지난 국감에서도 돼지등급제 실효성을 지적했으나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하고 개선된 것은 없었다”면서 “축평원은 돼지고기 품질 향상과 관련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현행법상 소와 돼지 등급 판정은 의무지만 실제 소매단계에서 등급을 표시하는 것은 소에만 해당해 돼지등급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축평원이 징수한 등급판정 수수료 115억 원 중 돼지는 62.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가축방역사 처우개선 신경써야

채혈과 시료채취 등을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하는 가축방역사에 대한 처우개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최춘식 의원은 “매년 가축전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가축방역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축방역사가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 고흥·보성·장흥·강진)은 “현장 사무소가 40여 개인데 20년간 소위 셋방살이를 하고 있고 이사도 잦으며 심지어 샤워실조차 없어 공중목욕탕을 이용해야 하는 직원들이 있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한 수준”이라며 “방역본부는 현장인력의 처우개선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방역본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가축방역사 안전사고는 총 216건이 발생했다. 

# 축산악취 제대로 개선되도록 해야

축산농가의 악취 민원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개선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준병 의원은 “계속 환경친화적인 축산이 부각되는데 국민이 살기좋은 농촌환경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며 “축산환경관리원이 제대로 현장에서 축산악취, 가축분뇨 부적정 처리 등 축산분뇨문제 해결과 연계된 축산악취가 제대로 개선되도록 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농해수위원장인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 광주갑)은 “가축분뇨 제도를 개선하는 등 친환경 축산업으로 방향을 유도하고 주민참여 악취갈등 해결협의체 운영을 확대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가축 분뇨를 바이오가스 등으로 에너지화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7%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도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시·도별 축산농가 악취민원 접수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의 축산시설 악취민원은 4만1617건으로 이 가운데 경남지역이 1만3108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충남 5994건, 경기 4959건, 제주 4766건, 전북 3549건, 경북 3305건 등의 순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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