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한우농가서 첫 확진 후
충남 당진·경기 평택 등서 발생 잇따라
고열·피부 결절 시 감염 의심
젖소 등 유량 급격히 감소해
산업적 피해 불가피
차단방역 만전 기해야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지난 22일 럼피스킨병 방역상황 점검회의 모습.
지난 22일 럼피스킨병 방역상황 점검회의 모습.

소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도 지난 20일 첫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럼피스킨병이 공기 전파가 가능한 구제역과 달리 접촉으로 감염된다는 점에서 방역차원에선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10%대의 폐사율에도 불구하고 젖소 등에선 유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산업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질병발생이 장기화될 경우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관련 축산농가, 소비자 모두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가운데 이름도 생소한 럼피스킨병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살펴봤다.

# 질병 증상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한우농가에서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럼피스킨병이 확진된 후 지난 21일 충남 당진, 경기 평택 지난 22일 경기 김포, 충남 태안, 지난 23일 충북 음성, 경기 화성, 지난 24일 경기 수원, 인천 강화, 강원 양구 등의 한우와 젖소, 육우 농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수의전문가들에 따르면 1종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병(lumpyskin disease)은 바이러스가 피내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피부병변이 피하와 점막에 마치 물집이 잡혀 부풀어 오른 듯한 증상을 보인다.

질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부(skin)에 덩어리(lumpy)로 뭉친 듯이 부풀어 오른 병변이 주요 특징인데 점막에도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내부 장기에서도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약 40~42도의 열이 나고 피부와 점막에 결절(단단한 혹)이 형성되며, 눈물 콧물이 흐르고 움직임도 둔해지는데 이럴 경우 럼피스킨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동물약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부 결절의 크기는 0.5cm에서 5cm가량으로 다양하고 시간이 지나면 괴사가 일어나 결국 터지게 돼 상처가 벌어진다”면서 “벌어진 상처로 2차 감염이 발생해 합병증까지 오면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어 일단 피부에 올록볼록 튀어나온 것을 보면 의심부터하고 몸에 열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두’와 이웃사촌 바이러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살펴보면 소 럼피스킨병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토착병에서 2013년 이스라엘·튀르키예를 기점으로 동유럽과 러시아로 전파됐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해 서남아시아·동남아시아 등 10여 개 국가에서 확산됐다. 

럼피스킨병 바이러스(이하 LSDV)는 폭스바이러스의 일종인데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질병으로 ‘우두’와는 이웃 사촌이라고 한다. LSDV에 주로 감염되는 동물은 소이고 기린이나 임팔라, 누, 가젤같은 야생 반추류도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DNA에 저장하고 산도(pH) 6.3보다 낮은 산과 8.3보다 높은 알칼리에 불활화되며, 세포배양 시 냉장 온도 4도에서 6개월간, 인(P)이 들어간 식염수에서는 28도 조건에서 35일, 피부병변 결절내에 있는 바이러스는 영하 80도 조건에서 약 10년간 생존한다고 한다. 이는 겨울에도 주변 여건에 따라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보통은 소독제로 쉽게 불활화되고 자외선에 직접 노출시에도 바이러스 생존은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의업계 한 관계자는 “소 특히 홀스타인, 저지종에서 LSDV에 걸리면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발생 농장에서는 무엇보다 운동장을 질퍽하지 않게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며, 햇빛을 잘 들도록 하고 기구는 수세, 소독, 일광건조를 반드시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LSDV 전파는

LSDV에 감염된 동물은 분비물에 바이러스가 섞여 있어 사료통, 물통, 미네랄블록 등을 통해 먹이나 물을 마시게 되면 전파될 수 있다고 한다. 상처 부위를 직접 접촉할 경우에도 전파가 되며, 특히 모기나 진드기처럼 피부에 직접적인 상처를 내는 곤충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흡혈파리의 경우 차량에 붙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일반파리도 벌어진 상처를 통해 바이러스를 묻힐 수 있다고 한다. 오염된 주사기나 사료 등도 전파 경로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등 주로 기계적 전파가 이뤄진다. 

소에서 바이러스가 일단 감염되면 4~7일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7~10일간 고열에 시달리며, 특히 젖소의 경우 유량이 큰 폭으로 줄어 심한 경우 90%가 감소된다고 한다. 체내 바이러스 증식으로 림프절이 3~5배까지 커지고 피부와 점막에 결절이 나타난다. 충분히 커진 결절은 1~2일이 지나면 터지고 농축된 바이러스액이 배출된다.

이어 감염 2~3주가 되면 결절부위에 궤양이 생기고 괴사가 일어난다. 눈을 둘러싸고 있는 안강이나 비강의 점막에도 궤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자극으로 인한 분비물에는 LSDV가 포함돼 있다.

감염 1개월 후 궤양부는 회복돼 단단한 흉터로 남지만 회복 중 2차 감염시 각막염, 유방염, 폐렴, 심막염 등 점막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합병증이 발생한다. 번식성적 문제도 빼놓을수 없어 유사산, 지속적인 유량감소, 수태지연이나 불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물약품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럼피스킨병은 폐사율이 10%대로 낮지만 병을 앓고 난 후 몸이 완벽히 회복하지 못하고 몸 안팎의 병변부에 흉터로 남아 가죽과 장기에 생긴 덩어리가 소의 경제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이미 현장에선 지난 8월부터 질병발생과 관련해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이달부터 질병이 발생하면서 상재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소 폐사 등 직접적인 피해가 많았던 인도 등은 연구가 깊이 있게 된 상황인데 일단 이 병에 걸리면 특별한 처방약은 없으며 강한 항생제 사용으로 2차 세균감염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 보니 대부분 도태되는 상황에서 현재까지 대부분의 발생 국가에선 백신 정책을 통해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 개발된 백신은 크게 3종류가 상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2015년 그리스 등 남동부에서 발생이 시작됐지만 곧바로 백신접종을 실시, 매년 접종을 의무화하면서 2018년 이후 발생이 없는 상황이고 대만도 2020년 최초로 발생한 이후 백신접종을 추진, 현재까지 추가 발생을 차단하고 있다.

WOAH, FAO 등 국제기구에서도 소 럼피스킨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조기 검출과 더불어 신속한 백신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선 M사의 백신을 처음 접종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 미약한 피부 결절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 결절은 접종 후 2주 내에 보였다가 1주 정도가 더 지나면 사라진다. 이는 첫 접종시에만 보이며 2회 접종부터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축산 현장의 한 수의사는 “질병의 발생과 확산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겠지만 젖소에서 제대로 분리집유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신고나 발생 정보 등 정부의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일시 이동중지가 내려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집유나 가축분뇨, 사료 등의 차량이동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