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늘수록 투자 대비 수익 확실히 늘어
데이터 표준화작업·비대칭성 해소 과제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기상변화 등으로 인한 농업 변수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전들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노지에서의 스마트팜 기술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 시범사업 등이 활발히 펼쳐지며 미래 농업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실용화가 어려운 보기 좋은 떡에 불과하다는 시선과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기회라는 시선이 공존한다. 과연 노지 스마트팜은 미래 농업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경북 안동시의 노지 스마트팜 시범 단지인 미래과원과 한국미래농업연구원을 다녀왔다.

한국미래농업연구원에서 임영호 미래과원 대표(왼쪽)와 김종엽 선임연구원(오른쪽)이 농가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미래농업연구원에서 임영호 미래과원 대표(왼쪽)와 김종엽 선임연구원(오른쪽)이 농가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다양한 정보 실시간 전송...매 순간 분석돼 농가 공유

경북 안동 임하면에 위치한 미래과원은 관수·관비 자동화 시설과 같은 기본 설비는 물론 안개분사식으로 약제를 살포하는 에어포그, 생육 관리를 위한 폐쇄회로TV(CCTV), 병해충 예찰을 위한 정보통신(IT) 페로몬 트랩, 인공지능(AI) 카메라 등 다양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 노지 스마트팜 기술의 집약체다.

경북도의 적극적 지원 아래 9917(3000) 규모의 사과 농장에 가능한 모든 노지 스마트팜 시설들을 갖추고 기술 고도화를 위한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편에서는 AI가 스스로 학습(머신러닝)해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선 일사량, 습도, 강우량, 풍향 등 기상정보를 비롯해 토양 깊이별 지온·지습, 엽온·엽습, 병해충 발생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가 1분마다 측정된다. 미래과원을 포함해 노지 스마트팜 시설 일부를 적용한 안동지역 총 61개 사과농가 61ha에 대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한국미래농업연구원으로 전송되고 있다. 다양한 정보가 매순간 한 곳에 모이고 분석되는 셈이다.

미래과원에 설치된 각종 환경센서.
미래과원에 설치된 각종 환경센서.

 

한국미래농업연구원에서는 영농 활동과 관련한 농가의 작은 선택들이 생산성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앱 알림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 분석 결과를 알려준다. 각 정보들은 농가별 영농일지로도 기록된다.

김종엽 한국미래농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산간, 강가, 들에 기상대 12개를 설치해 지형에 따른 병해충을 분석한다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현재는 사과 농장의 데이터만 분석하고 있지만 관련 정보가 쌓이면 향후 유사작물인 배나 복숭아 등의 재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초기 시설 비용 높지만 선택·집중 경영 가능해져

그렇다면 노지 스마트팜을 직접 운영해 본 농업인의 의견은 어떨까. 미래과원을 경영하는 임영호 예향Farm 대표는 경영적인 측면에서의 장단점을 언급했다.

임 대표는 흔히들 스마트팜을 구축하면 인건비가 크게 줄고 농사가 쉬워질 거라 생각하지만 체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통합된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더 적절한 활동을 선택·집중할 수 있어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초기 시설 비용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탰다. 현재는 각 기자재의 단가가 높아 시설 구축에 너무 큰 비용이 소요돼 대량 생산 등을 통해 품질은 높이고 단가는 낮춰야 일반 농가도 노지 스마트팜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임 대표는 노지 스마트팜 적용 단지에서 사과의 크기, 경도, 당도가 훨씬 더 좋았다농사에 가장 중요한 게 판단력인만큼 향후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노지 스마트팜이 우리 농업의 가야할 방향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농장을 운영해보니 재배 면적이 늘어날수록 투입 비용 대비 수익이 확실히 늘어날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노지 스마트팜 적용 면적을 현재 3000평에서 5만 평(165289)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한국미래농업연구원 주임연구원(왼쪽)과 황규승 경농 미래전략본부 상무(오른쪽)의 모습.
박지현 한국미래농업연구원 주임연구원(왼쪽)과 황규승 경농 미래전략본부 상무(오른쪽)의 모습.

 

# 데이터 표준화작업·비대칭성 해소 필요

하지만 비용 외에도 다른 요인들로 여전히 노지 스마트팜이 상용화 되기까지 갈 길은 멀다. 현재는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부터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 표준이 없는 탓에 향후 활용 단계에서 또 다시 인력과 비용을 추가적으로 투입해 정보를 후가공해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황규승 경농 미래전략본부 상무는 똑같은 스프링클러라도 기능이 떨어지는 기자재를 써 수압에 따라 시간당 관수량이 달라지면 나무가 받는 물의 양 등 데이터값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데이터 표준화작업 과제를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하루빨리 정밀 관수·관비를 위한 표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비대칭 해소를 위한 기관간 협업도 과제로 지적된다.

데이터 비대칭은 동일 기간 양 데이터의 개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농가에서 1분 단위로 수집되는 데이터도 있지만 당도 측정의 경우 자동화 기계가 없어 한 달에 한 번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이 경우 발생하는 두 데이터간의 비대칭성을 어떻게 해결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종엽 선임연구원은 데이터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통계학 전문가나 데이터 공학자들의 참여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해 다른 기관과의 원활한 정보 공유 등도 필요하지만 데이터 자체가 자산이다보니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황규승 경농 미래전략본부 상무
-농업인·정부·기업이 한마음 한뜻으로 머리 맞대야

일각에선 노지 스마트을 두고 사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해요. 아직 노지 스마트팜의 미래 가치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그만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경농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한국농어촌공사의 노지 스마트팜 관련 사업을 수주하며 이 분야에서 국내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경농의 스마트팜 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황규승 상무는 우리나라가 정보통신(IT), 기계, 제조 부문에서 강점이 있고 여러 농자재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노지 스마트팜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지 스마트팜의 발전을 위해선 농업인들의 인식 변화와 농지 규모화,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황 상무는 노지 스마트팜 사업은 현재 농업을 영위하는 농업인들이 아니라 미래에 신규 진입할 농업인들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며 농업인들이 자신들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 후대 농업인들에게 물려준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정부와 경농 같은 기업들이 다각도로 지원하며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농업 부문의 R&D 예산 삭감 등의 문제로 노지 스마트팜 사업 R&D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국내 노지 스마트팜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특히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김종엽 한국미래농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양질의 데이터 분석 위한 전문인력 확충·투자·지원 필요

한국미래농업연구원은 2020년 비영리단체인 안동스마트팜사업단으로 출발해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립허가를 받아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했다. 노지 스마트팜 관련 연구의 맥이 끊기지 않고 연계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경북 안동 지역의 61개 사과농가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고 수확량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종엽 선임연구원은 정부 기관이나 관련 업체 곳곳에 노지 재배 데이터들이 흩어져 있지만 사실상 수확 단계까지 연결된 시계열 데이터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미래농업연구원은 사과 농장의 환경·생육·수확 데이터를 1분 단위로 수집·재가공해 농가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신러닝을 통한 병해충·기후 등에 따른 예측모델을 만들려면 데이터를 쌓아 통계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수집에만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방대한 데이터가 모이고 있지만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많이 모자란 실정이라며 노지 스마트팜의 성공을 위해선 꾸준한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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