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김치'로 사업 영역 확장...도시 생활 할 때보다 더 큰 만족 느껴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웹사이트 제작업체 사원, 떡볶이집 사장, 스키·스노우보드 강사. 공통점 하나 없는 이 다양한 일들은 대파를 재배하고 있는 유종신 늘봄에프앤비 대표의 전직이다.

늘 새로운 꿈을 꾸고 도전하는 유 대표는 이제 김치 공장과 전처리 공장을 세우겠다는 장대한 꿈을 꾸고 있다.

대파 수확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중순, 강원 철원군 대파밭에서 올차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 유 대표를 만났다.

유종신 늘봄에프앤비 대표
유종신 늘봄에프앤비 대표

 

# 요식업 대박내고도 농사 짓는 이유?

왜 촌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

유종신 늘봄에프앤비 대표의 과거 이력을 아는 이들은 하나 같이 의문을 갖는다. 30대 초반에 요식업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내며 기세 좋게 달려나가던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대표는 오히려 더 빨리 농사를 시작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도시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어서다.

서울에 있는 정보통신(IT)업체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평생직장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이후 청주에서 떡볶이 가게를 차렸는데 장사가 너무 잘 됐죠. 기세를 몰아 천안에도 가게를 열었지만 3개월 만에 쫄딱 망했어요. 깨달은 바가 컸죠. 그러면서 농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당시 기존의 청주 영업장은 계속 높은 수익을 내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에겐 2호점의 실패가 너무 뼈아팠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농어촌공사의 농지임대제도는 아주 매력적인 조건으로 다가왔다. 자본력이 부족해도 적은 부담으로 충분히 내 밭을 일구고 수익 기반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작목 선택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25년 간 대파만을 키워온 부모를 보며 농업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다만 위험 요인이 커질수록 출구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는 지난날의 교훈을 끊임없이 되새겼다.

그렇게 유 대표의 대파 농사는 시작됐다. 현재 그는 강원 철원군에서 36363(11000) 규모로 대파 농사를 짓고 있다.

유 대표는 농업만큼 청년들에 대한 지원사업이 많고 사업의 토대를 쌓기 좋은 분야가 없다내가 계획한대로 하나하나 일궈나가는 보람도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대파김치에서 가능성을 보다

시작이 그랬듯 유 대표는 농사를 사업적 마인드에서 접근하고 있다. 농업 또한 자금을 투입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형태가 조금 다른 사업이라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그는 농사 이외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는 데 골몰했다. 특히 대파는 도매가가 들쑥날쑥하고 중간 유통비용이 높아 가공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대파가 요리의 부재료가 아니라 주재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들을 찾다보니 대파김치에까지 생각이 다다랐다.

추진력 하나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유 대표. 그는 올해부터 대파김치 사업을 시작한다. 아직 직접 김치를 제조할 여건은 못돼 요리법(레시피)을 공장에 맡겨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하기로 했다.

생산물량은 올해 1톤을 시작으로 서서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5~10년 후에는 김치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치 공장에 필수인 전처리 공장에서 작업한 물량은 대형마트나 급식 등으로 납품도 가능해 판로 개척이 더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대파 재배면적을 49586.7(15000)로 늘리고 2025년에 3967(1200) 규모의 육묘장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대파김치는 쪽파김치보다 알싸한 맛이 강해 기름기가 많은 음식에 곁들였을 때 더 개운하다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레시피를 개발한 만큼 대파김치만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바이어들도 대파김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향후 수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 대표의 대파김치는 다음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에 출품해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레시피 개발을 위해 유종신 대표가 어머니와 함께 대파김치를 담그는 모습.
레시피 개발을 위해 유종신 대표가 어머니와 함께 대파김치를 담그는 모습.
유종신 대표가 담근 대파김치
유종신 대표가 담근 대파김치

 

# 막연한 농촌 거부감 걷어내니 윤택해진 삶

도시에서 고생하지 말고 철원에 내려와 나랑 농사 짓자

유 대표는 절친한 젊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함께 농사 짓자고 권유한다. 막연히 농촌을 낙후된 지역쯤으로 정의하거나 삶의 질이 떨어질 거라 생각해 멀리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는 청년들이 선입견에 농사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막상 비교하면 도시 직장인보다 더 자유롭고 벌이도 훨씬 좋다몸을 쓰는 직업이라 노동에 따른 힘듦은 있지만 장점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올해 유 대표는 대파 농사로 임대료, 자재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만 약 1억 원을 올렸다. 내년부터는 재배면적도 더 늘어나 15000만 원 이상의 안정적인 순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벌이가 전부는 아니지만 솔직히 중요한 문제잖아요. 4월부터 11월까지는 매일 출근하듯 밭을 돌보지만 수확이 끝난 지금은 주 3~4일만 일하고 겨울엔 온전히 자기 시간을 갖는데 그에 비하면 벌이가 너무 좋죠.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으로 와 주체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청년들의 농업 활동을 독려하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지원·활동들이 더 활발히 펼쳐져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유 대표는 앞으로 젊은 농업인들을 중심으로 점점 농업이 규모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청년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신젠타코리아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청년농을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업계 곳곳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nterview] 김경철 신젠타코리아 강원지점 기술영업팀장
-작물보호제 관련 정확한 정보 선별·활용에 도움...‘뿌듯

정보의 홍수 속에서 농업인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선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이런 점에서 청년농들이 가장 만족감을 표하고 있어 저도 참 뿌듯합니다.”

김경철 신젠타코리아 강원지점 기술영업팀장은 올해 처음 신젠타 청년농업인 네트워크업무를 맡았다. 강원지역 4명의 청년농업인들 모두 후계농이어서 작물재배에 관해선 빠삭하지만 작물보호제의 성분이나 작용기작 등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아 자주 문의를 해온다.

김 팀장은 청년농업인들이 처음 농사를 지으며 농업인 부모나 선도농가의 농법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약제 살포 시기, 날씨 등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다농업인 스스로 사용하는 작물보호제의 성분과 작용기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병해충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을 주지시킨다고 말했다.

신젠타코리아 강원지점은 신젠타 청년농업인 네트워크 참가자들과 만나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지난 6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팀장은 간담회를 통해 청년농업인과 신젠타코리아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자리가 됐다내년에는 지역을 더 확대해 간담회를 여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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