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정부가 지난해 소 럼피스킨병을 대비할 목적으로 54만 마리분의 백신 재고분을 확보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국내에서 발생할까 싶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에서 40여 마리를 사육하는 한우농장에서 첫 확진이 나올 때만 해도 경북과 제주를 제외(지난달 31일 오전 기준)한 나머지 도의 25개 시·군에서 이렇게 빨리 확산될까 싶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살펴보고 수의전문가, 축산현장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보니 럼피스킨병이 폐사율은 10%대에 머물지만 질병에 걸리면 결국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쳐 한마디로 축산농가에게 걱정을 많이 주는 질병이 아닐 수 없다.

우두와 이웃사촌으로 1종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병 바이러스(이하 LSDV)는 폭스바이러스의 일종인데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질병이라고 한다. LSDV는 주로 소에서 감염되고 임팔라, 가젤 같은 야생 반추류도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고 2013년 이스라엘·튀르키예를 기점으로 동유럽과 러시아로 전파됐으며 특히 중국을 비롯해 서남·동남아시아 등 10여 개 국가에서 확산중이다.

LSDV는 유전정보를 DNA에 저장하고 산도(pH) 6.3보다 낮은 산과 8.3보다 높은 알칼리에서 불활화되지만 피부병변 결절내에 있는 바이러스는 영하 80도 조건에서 약 10년간 생존한다고 한다. 이는 겨울에도 주변 여건에 따라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통은 소독제로 불활화되고 자외선에 직접 노출시에도 바이러스 생존은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SDV에 감염된 동물은 분비물에 바이러스가 섞여 있어 사료통, 물통, 미네랄블록 등을 통해 먹이나 물을 마시게 되면 전파될 수 있다. 오염된 주사기나, 사료 등도 전파 경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모기나 진드기처럼 피부에 직접적인 상처를 내는 곤충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흡혈파리의 경우 운반차량 등에 붙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LSDV가 피내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피부병변이 피하와 점막에 마치 물집이 잡혀 부풀어 오른 듯한 증상을 보이며 내부 장기에서도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축산현장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약 40~42도의 열이 나고 피부와 점막에 결절(단단한 혹)이 형성되거나 눈물 콧물이 흐르고 움직임이 둔해진다면 럼피스킨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소 특히 홀스타인, 저지종에서 LSDV에 걸리면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발생 농장에선 운동장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고 햇빛을 잘 들도록 하며 기구는 수세, 소독, 일광건조를 반드시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소에서 바이러스가 일단 감염되면 4~7일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7~10일간 고열에 시달리며, 특히 젖소의 경우 유량이 큰 폭으로 감소되고 회복 중 2차 감염시 각막염, 유방염, 폐렴, 심막염 등 점막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합병증이 발생한다. 유사산, 지속적인 유량감소, 수태지연이나 불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등에서 M, O, V사 백신을 긴급 수입, 오는 10일까지 전국 소 400만 마리에 접종할 계획이다. 럼피스킨병의 확산세를 꺾는 것은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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