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탁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농업부산물 발생량은 934만2000톤이며 과수 전정가지는 161만9000톤, 고춧대는 71만 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오이, 토마토, 참외, 수박, 멜론 등의 채소 부산물은 300만 톤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분이 적은 과수 전정가지는 일부 파쇄해 과수원 토양에 환원되지만 대부분 소각이나 방치되고 있다. 수분이 많은 오이, 토마토, 참외, 수박 멜론 등 채소 부산물은 대부분 농경지 뒤편에 야적돼 방치하거나 건조 후 소각되고 있다. 이렇게 부산물을 소각하면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야적해 방치하면 악취, 해충, 침출물이 발생해 주변 토양과 수계 오염뿐 아니라 농촌 전체의 경관을 악화시킨다. 하지만 채소 부산물에는 상당한 양분이 포함돼 있어 자원화한다면 환경오염을 막을 뿐만 아니라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고 작물에 양분을 공급해 농업인 소득 증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채소 부산물의 자원화 방법에는 크게 풋거름화, 퇴비화, 바이오차(biochar)화가 있다. 풋거름화는 수확 후 남은 부산물을 토양에 그대로 갈아엎어 환원하는 것으로 가장 쉽게 자원화 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이미 많은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물에 병원균이 있을 경우다. 다음 작물에 병이 전염될 수 있어 농가에 선뜻 추천하기가 어렵다. 퇴비화는 그 과정에서 부산물이 부숙되면서 고온의 열이 지속돼 원료 내에 있는 병원균, 잡초 씨앗 등이 사멸되고 안전한 형태의 유기물로 변하기 때문에 토양에 사용했을 때 풋거름보다 작물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이 적다. 또한 무게가 가볍고 비교적 악취가 적어 사용하기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차화는 최근 기후변화로 탄소격리가 중요해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자원화 기술로 토양에 매우 안정적인 형태의 유기물을 제공하며 토양의 양·수분 보유력과 물리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 장기적인 토양의 질 향상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바이오차는 농가에서 직접 제조가 불가능하고 높은 제조 비용으로 인해 가격이 비싸며 작물별 표준사용량이 설정되지 않아 실제 사용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봤을 때 현재 농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채소 부산물 자원화 방법으로 퇴비화가 될 것이다. 
 

채소 부산물은 부산물을 야적한 후 비닐을 덮어둬도 어느 정도 퇴비화가 되기는 하지만 충분히 부숙된 고품질의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산물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 후 톱밥이나 왕겨 등을 섞어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축분 퇴비를 섞어주면 퇴비가 충분히 부숙되는 데 도움이 된다. 퇴비 더미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충분한 수분 공급과 함께 뒤집기를 시행해 수분과 산소를 공급해줘야 하며 그래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실온까지 떨어지면 부숙이 끝난 것으로 본다. 잘 부숙된 채소 부산물 퇴비는 작기 전 미리 토양에 투입해주면 토양 유기물 함량을 증가시키고 토양 건정성을 향상시켜 작물의 생산성 증대에 도움을 준다. 
 

활용가치가 높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채소 부산물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농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자원화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장비 공급 등의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다. 채소 부산물 자원화의 추가 연구를 통해 효용성을 입증하고 제도 개선과 자원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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