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산업 경쟁력 강화, 경영안정 장치 확대해 나갈 것…수급균형 정책에 적극 동참해 주길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는 공급과잉이라는 쌀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처 개발과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지난 1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결과 지난해 폭락했던 산지 쌀값은 오름세로 돌아서며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정곡 기준 20만4568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쌀산업이 당면한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해결하기는 요원했던 재배면적과 산지 쌀값 두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식량정책을 진두지휘해 온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을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올해 수확기 생산·수급안정 대책 그리고 쌀산업의 미래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 올해 수확기 쌀값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다행스레 산지 쌀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워낙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해 쌀 농가의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은 농가로서는 아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당초 정부가 약속한 20만 원 이상의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수확기 쌀 수급은 일단 안정적일 것으로 본다. 우선 쌀 농가들의 많은 참여 속에 논 타작물 재배 등이 늘면서 벼 재배면적이 1만9000ha나 감축, 과거처럼 심각한 과잉 상태는 아니다. 여기에 지난해산 재고가 부족해 올해산 쌀 소비가 많아졌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 수급 불안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확량이 늘면서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최종 생산량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고 농협의 벼 매입가격도 정해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

# 올해 수확기 시장을 전망한다면.

“통계청이 예상한 쌀 생산량은 368만 톤 정도다. 쌀 수요량이 361만 톤 내외가 될 거로 추정되므로 7만여 톤 가량이 과잉될 것으로 본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2% 정도로 지난해산 재고가 이월된 물량이 없고 지난 9월 15일 이후 날씨가 좋지 않아 최종 생산량이 전망치보다 줄어들 수 있어 정부가 시장격리를 안해도 시장에서 충분히 수용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최근 현장에서 근거 없는 소문에 가격에 대한 불안감이 조장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안정적인 수급관리를 통해 약속한 쌀값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 중장기적으로 쌀 산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쌀 산업은 크게 생산과 소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아무래도 쌀을 생산하는 농업인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쌀값이 안정되고 소득이 보장되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려면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적정 수준의 쌀을 생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쌀 농가들이 무작정 재배를 줄일 수만은 없다. 따라서 쌀을 대신해 소득이 되는 대체 작물 재배로의 전환도 병행 추진해야 된다.

예를 들면 콩의 경우 자급률이 30% 내외로 대부분 수입콩을 사용하고 있다. 쌀 대신 논에 콩을 심으면 기술의 발전으로 수량도 높일 수 있고 소득 창출도 가능하다. 또 다른 예로는 농식품부가 올해 중점 추진 중인 가루쌀이다. 가루쌀은 일반 벼처럼 논에서 재배할 수 있고 쉽게 제분이 가능해 수입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쌀이다.

이처럼 앞으로 생산 측면에서는 밥쌀 재배를 적정 수준까지 줄이는 대신 그 재배지에 소득이 되는 타 작물을 생산한다면 쌀의 수급균형도 이루고 농가 소득도 보장될 것으로 본다.

이에 정부도 쌀 대신 타 작물을 재배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올해 시행했으며 내년에는 단가도 높여 추진하려 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쌀 수요를 어떻게 늘릴 것이냐의 문제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밥쌀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 반면 가공식품은 상품도 다양해지고 시장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쌀도 앞으로 밥용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가루쌀을 이용한 다양한 쌀 가공식품산업 육성을 통해 쌀의 가치도 높이고 새로운 수요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쌀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살린다면 해외 시장 진출도 희망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쌀 산업이 갈 수 있도록 정부와 농업인, 유통업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 적정 수준의 쌀 생산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쌀의 적정 생산량이나 적정 재배면적을 명확하게 수치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매년 평균적으로 20만여 톤 정도가 구조적 과잉 상태다. 이 정도의 면적은 감축을 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매년 쌀 수급 상황과 생산면적, 수요량 등의 데이터를 추계해 적정 생산면적 대책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을 보다 고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 선제적·과학적 쌀 수급 예측 시스템 구축 예산을 신규로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다. 예측된 결과를 농업인과 공유한다면 사전에 쌀이 과잉생산되지 않도록 적정면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새로운 쌀 수요처를 개발하기 위해 가루쌀에 대한 정부의 기대가 큰 것 같다. 어떠한가.

“가루쌀은 말 그대로 쌀이다. 쌀인데 일반 밥쌀이 아니라 밀가루를 대체하는 쌀가루로 만들기 적합한 쌀이다. 사전에 불림 작업이 필요없이 수확한 그대로 도정해 제분이 가능하다. 올해 사조동아원의 밀가루 제분시설을 이용해 쌀가루를 생산한 결과 가공적정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000ha 가량 재배해 수확작업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데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려했던 수발아 현상이 거의 없었고 생산량도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쌀가공식품도 15개 식품기업에서 19개 정도 개발했으며 소비자들의 호응도 좋다. 내년에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1만ha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 쌀의 수요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하겠다.”

# 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업농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그동안 전업농 중심으로 재배농가를 육성해 왔고 지금도 쌀 생산의 대부분을 쌀 전업농이 책임지고 있다. 전업농·주업농이 보다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

다만 영세농은 쌀만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보다는 소득을 보전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에 지원 규모를 2배로 키워 공익직불제를 도입·추진하고 있다. 기본직불금 이외에 다양한 선택직불제를 통해 농가의 소득도 보장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 유지를 보장하는 제도들을 확충해 나가겠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어 재해보험을 확대하고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입보장보험도 확충하는 등 재해나 가격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영안정 장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안하고 있는 쌀 최저가격 보장제에 대한 입장은.

“농가를 위해서 가격을 보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정부의 책임임은 분명하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최저가격 보장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가장 당면한 문제가 쌀의 수급균형을 이루는 일인데 자칫 정부가 가격을 보장시 시장에 주는 시그널로 쌀에 쏠림 현상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거 목표가격을 두고 변동직불제를 운영할 당시 쌀 예산 편중이나 대농 쏠림 현상 등의 부작용이 있어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직불금 수준을 2배로 늘려 공익직불제로 전환했다. 다시 목표가격 같은 가격 보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 다양한 형태의 공익직불이나 방법으로 소득을 높여주면서 쌀 수급은 시장 원리에 맞게 조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쌀 농가와 산지유통업계에 전하고픈 말은.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쌀 생산 농가다. 쌀값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쌀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 같다. 정부를 믿고 수급균형 정책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 가격·소득 불안 등의 문제는 직불제나 경영안정 장치, 재해보험 등 가용 정책을 총 동원해 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므로 믿고 따라와 주면 좋겠다.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업체도 쌀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단일품종, 완전미 비율을 높이는 등 고품질화에 노력, 소비자가 우리 쌀을 좀 더 가치 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해달라. 우리 쌀과 관련된 주체들이 모두가 합심하면 우리 쌀 산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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