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디지털 전환’, ‘효율성 제고등은 최근 농산물 유통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정부와 농산물 유통 관계기관들은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이달 말에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정식 출범하며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개장일 감축, 전자송품장 등이 시범 운영된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내 농산물 도매유통에 대격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연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고 도입되는 과정에서 농업의 주인공인 농업인의 권익과 편의가 우선으로 고려되고 의견이 제대로 수용되고 있는가이다. 실제 여러 사안에 대해 산지의 농업인과 생산자조직을 취재해보면 새로운 제도의 자세한 내용은 고사하고 도입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업인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대한민국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무이며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는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이 명시돼 있다. 즉 농업과 관련된 정책·제도를 도입함에 앞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농업인에게 널리 알리고 의견을 청취·반영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다.

산지와의 소통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한다. 산지 조직화가 미미하고 영세한 농업인이 많은 상황에서 산지의 의견을 듣고 교류하는 건 어렵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일 것이다. 한 농업단체 관계자도 이를 인지하고 농업인 단체의 지부, 지자체 등과 협력해 제도 도입에 앞서 현장과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혁신, 개선, 효율화, 진일보 모두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그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해도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농업인의 일과 소득 등 피부로 직접 와닿는 사안일수록 일부 생산자단체의 대표자, 입맛에 맞는 상대와 답을 정해둔 소통이 아닌 실제 농촌에서 농산물을 일구는 농업인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의견을 듣고 참고하길 바란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닌 대를 위해 소의 의견을 반영하고 참고하는 정책·제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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