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길식 명소IMC 대표(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이자 봄이면 유채꽃 경관이 아름다운 청산도는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경관만 카메라에 담아가고 청산도가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래 청산도는 경사가 심하고 돌이 많아 농사짓기에 불리한 지형 조건의 섬이었다. 
 

그러나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청산도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구릉지 경사면을 개간하고 여기서 나온 흙과 돌을 이용해 수로(水路)와 수구(水口)가 있는 계단식 형태의 논을 만들었는데 그 구조와 모습이 구들장을 닮았다고 해 구들장논이라 불렀다. 그리고 구들장논을 만든 조상들의 지혜와 전통문화를 비롯해 독특한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받았고 2014년에는 UN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청산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전통 방식으로 지혜롭게 농업을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며 청산도의 아름다운 경관은 힘겹지만 주민들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경작 활동의 산물인 셈이다. 
 

그러나 청산도에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여느 농촌 마을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과거의 청산도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구들장논을 만들었다면 지금의 청산도 사람들은 구들장논의 가치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농사를 짓고 있다. 
 

청산도 사람들은 보존협의회와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해 전통농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공동경작단을 구성, 훼손된 구들장논을 복원하고 유채와 코스모스가 아름다운 구들장논 정원도 만들었다. 
 

섬이라 중학교까지 밖에 없지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들장논 생태학교를 운영해 논의 생태적 가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청산도 슬로걷기축제가 열리는 봄이면 구들장논 경관을 바라보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올해부터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협의회는 농업을 이어가기 위해 도시와 농촌 간 협동이라는 방식으로 농업유산에 관심이 없던 도시민들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특히 도시민을 상대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행한 구들장논 오너제는 청산도 사람들에게는 작은 사회혁신이자 관계농업의 시작이다. 
 

청산도 구들장논을 포함해 하동 전통차농업 등 현재 18개 지역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농업유산은 지정하는 것 못지않게 보전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농업유산의 보전은 이제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만 지속하기 어렵다. 농업유산 제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도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청산도 사람들이 도시민들과 함께 세계중요농업유산 구들장논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지속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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