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축산 이미지 제고·소득향상 기여…홍보 등 소비자 인지 제고 활동 필요
환경 지키는 축산업 위해
저탄소 한우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한우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단순 탄소 줄인 한우 스토리만으로는 판매에 한계
시판행사에선 판매량 얼마 되지 않아
저탄소 한우 판매 원활했지만
시장에 풀리는 물량 많아질 경우
판매·마케팅 전략 모색해야
저탄소 한우고기가 무엇이고
왜 소비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교육·홍보 활동 이어져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 시범사업이 지난 6월 한우를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에서 진행된 저탄소 한우 행사의 모습.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 시범사업이 지난 6월 한우를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에서 진행된 저탄소 한우 행사의 모습.

저탄소 기술을 적용해 축산물의 생산 전 과정에서 에너지·농자재 투입량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축산물에 인증을 부여하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가 지난 6월부터 한우를 시작으로 시범 추진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저탄소 한우 인증은 한우 비육 우수농가들의 저탄소 축산물 인증사업 표준모델 구축을 통해 친환경 축산 이미지 제고와 소득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유통업체들은 저탄소 축산물 판매로 탄소중립 실현(E), 사회적 책임 완수(S), 투명하고 건전한 윤리경영(G)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저탄소 축산물 인증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고 축산물에 대한 신뢰도도 확보될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은 올해 한우를 시작으로 내년에 양돈과 유제품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는 저탄소 한우 인증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 저탄소 인증 한우 시범사업 3개 기준 평가

저탄소 인증 한우의 평가 기준은 가산성 탄소배출량, 비계량 기술 적용 여부, 기타항목 등 세 가지다.

가산성 탄소배출량은 계량화 저탄소 농업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크게 장내발효(조기출하(출하일령, 도체중)), 가축분뇨 관리(강제공기공급, 기계교반, 위탁처리업체의 처리방식), 에너지 절감기술(저탄소 인증자재 사용, 빗물 재활용 기술,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등이다.

비계량 기술 적용 여부는 사양 관리(저메탄 사료 급이, 저단백 사료 급이), 부산물 사료 급이(조사료를 제외한 건물량 기준 대체율 20% 이상), 생산성 향상 장비 도입(인버터, 사료 자동급이기, 안개분무기), 자가 조사료 면적 등으로 평가된다.

또한 가축분뇨 관리는 분뇨의 비농업계 이용 여부, 깔짚관리(로터리 교반 등) 여부, 부숙도 검사 후 살포 여부 등으로 평가된다. 폐사축 처리기 활용 여부, 나무식재 등도 선정 기준에 명시돼 있다. 

기타항목은 사육마릿수 100마리 이상, 거세우 출하마릿수 20마리 이상, 사전 인증제도 취득 개수 1개 이상, 사육밀도, 유통망 확보 여부 등이다.

올 상반기 저탄소 한우 인증을 희망한 농가는 32호였으나 최종 27호가 선정됐다. 하반기에는 총 78호가 신청한 가운데 이 중 정부 인증이 없는 농가 6호와 출하실적 20마리 미만, 사육마릿수 100마리 미만 4호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심사 대상 농가 컨설팅과 심사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되며 다음달 4일 저탄소 축산물 인증서가 발급될 예정이다.

# 저탄소 한우 초도 물량 완판

저탄소 한우 소비 선봉에 나선 유통업체는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저탄소 한우에 대해 상시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월 농식품부가 진행한 시판행사도 롯데백화점 18개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저탄소 인증 한우 시식 행사가 열렸으며 한우 전 부위 소포장 용기 쇼케이스 전시도 진행됐다. 또한 축산물 인증제 홍보영상 송출과 정보조회 시연도 이뤄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저탄소 한우가 일반 한우와 비슷한 가격에 준비됐는데 가치 소비에 동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육질이 부드러워 선호도가 확실했다”며 “저탄소 한우를 널리 알려 농가들의 판로개척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 탄소 배출량을 65%가량 줄인 전북 고창 저탄소 한우를 유통업체 중 최초로 판매했으며 추석 선물세트로도 구성·판매, 준비한 물량을 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추석 대목에는 현대백화점에서도 ‘이현 농장 저탄소 유기농 한우 세트’를 필두로 저탄소 한우를 판매했다. 

임현태 현대백화점 신선식품팀장은 “가치소비 트렌드가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친환경 먹거리를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고객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선물세트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농식품부에서도 저탄소 한우 초도 물량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는 평가다.

정준구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 사무관은 “백화점에서 일반 한우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됐음에도 준비한 물량을 전부 소진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에서 가치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저탄소 한우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 인지 제고 활동 펼쳐야

일회용품의 경우 환경을 위해 사용을 근절해야 한다는 인식을 소비자 대부분이 갖고 있다. 이에 반해 환경을 위해 저탄소 한우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이에 따라 이들을 위한 교육·홍보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명규 상지대 교수는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저탄소 농산물에 대한 소비 필요성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탄소를 줄인 한우니까 소비해야 한다는 식의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다른 축종으로 정책이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생활 속에서 저탄소 한우고기가 무엇이고 왜 소비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홍보 활동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본은 저탄소 농축산물을 소비하고자 학생식당의 테이블마다 오늘 만든 음식에 사용된 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재배·사육됐는지 안내한다”며 “올해 한우, 내년 돼지, 유제품까지 저탄소 축산물의 소비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 공공급식 등에서 저탄소 축산물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저탄소 한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단체를 필두로 한 다양한 홍보·교육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식생활 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형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없었던 상품이기 때문에 초도 물량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있었지만 문제는 단순 스토리만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들도 판매 마케팅 전략을 모색해야 하겠지만 정부와 관련 기관, 축산 관련 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활동을 거국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 출하량 확대 시 새로운 전략 모색해야

유통업계를 비롯한 소비지에서는 저탄소 한우 인증 확대로 지금보다 출하량이 늘어날 경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병석 롯데마트 축산팀장은 “한우 소비는 올해 농협과 대형유통업체에서 할인행사를 처음 시작한 지난 1월 말부터 5월 까지는 크게 늘었지만 이후 반복적인 할인행사로 소비가 둔화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시판행사에선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아 저탄소 한우 판매가 원활했지만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많아질 경우 판매·마케팅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팀장은 “유통업체에서는 내년 소비 트렌드를 ‘생활비 다이어트’로 보고 소비자들이 올해보다 식자재 구매에 사용하는 금액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저탄소 한우는 기존보다 사육 기간이 단축돼 농가의 생산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기존 한우보다 가격을 낮추는 전략 등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에선 가치 소비 외에 또 다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환경을 지키는 축산업을 위해 저탄소 한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한우의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단순히 사육과정에서 탄소를 줄인 한우라는 스토리만으로는 판매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한우 구이용 대비 정육의 판매가 원활하지 않아 농협과 유통업체에서도 고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육의 소비를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 미리 검토,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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