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쌀 초과생산 문제는 채소와 밭작물의 재배면적 감소와 연관

경영위험완충이 공익형직불과 함께 농정의 핵심축으로 확장돼야

고 이정환 인스티튜트 이사장이 우리 곁을 떠나신 지 한 달이 돼간다.
 

지난 8월 31일, 떠나시기 한 달 반 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전원이 공동 개최한 ‘쌀 및 주요 농산물 가격보장제 도입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사장과의 마지막 공개 만남이었다. 이날 이사장은 “농가 경영위험 완충제도의 필요성과 대안”이란 주제발표로 함께한 정치인들을 혼신으로 설득하셨다.

그분의 농업에 대한 열정, 지혜, 업적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마음에 그날 이사장의 주장을 기록해 본다.

먼저 문제를 쌀에서 찾으셨다. 전체 재배면적의 농업소득의 총열량의 20%를 차지하는 쌀의 실질가격이 2000년 이후 30% 하락하고 변동성과 계절진폭이 확대돼 농가, 미곡종합처리장, 소비자 모두에게 위험 요인이라고 상황을 인식하셨다. 이런 상황에 소비 감소, 피할 수 없는 통계 및 예측오차가 더해져 시장격리와 타작물 재배 지원으로는 쌀 가격하락을 막을 수 없으니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하셨다. 채소와 밭작물은 가격과 단수 변동성이 쌀보다 두 배 이상으로 커 농가는 투기적 재배에 내몰리며 투자와 재배 규모를 축소한다고 보셨다. 결국, 쌀은 초과생산인데 다른 주요 농산물은 재배면적 감소와 가격 상승이라는 모순이 나타남으로 쌀 문제를 넘어 농업 전반의 대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모순상황 해결을 위해서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의 가격과 작황 위험을 획기적으로 관리하고 인력 수요를 대체하는 재배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처방하셨다.
 

우선 농산물의 실질 평년가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의 85%를 보전하는 가격위험완충제도 도입을 주장하셨다. 주요 농산물에 순차적으로 도입하되, 전체 재배면적의 60%이상을 포함해 가격위험이 농업경영을 위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안하셨다. 이렇게 해서 농가수취가격이 안정되면 주요 농산물의 재배면적 감소가 억제돼 농업소득 안정과 주요 밥상 농산물 공급안정에 기여할 것이라 판단하셨다. 평년 실질가격은 최근 수요와 재배면적에 의해 결정된 수급 균형 가격이므로 가격지지 효과가 약해 과잉생산 요인이 될 우려가 없다는 주장이셨다.
 

한국, 미국 등의 경험으로 보아 이 제도가 지속할 수 있으려면 기준가격은 평년가격으로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하므로 이에 대한 관계자의 공감과 적절한 법률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언급하셨다. 정치권 주체 토론회인 만큼 그동안 국회가 법정 기준가격을 계속 상승해온 것을 환기하시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가격위험완충제도를 확고히 하고 거기에 작물보험제도를 보완·정착한다면 대부분 재배면적을 정책 아래로 포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농가 판매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후 수입보험, 품목별·농가별 수입액보전 등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경영안전망을 미국 수준으로 확충해 갈 것을 제안하셨다. 쌀 초과생산 문제는 채소와 밭작물의 재배면적 감소와 연관돼 있고 경영위험완충이 공익형직불과 함께 농정의 핵심축으로 확장돼야 하므로 ‘(가칭)농업경영위험완충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자유무역협정(FTA)피해보전직불을 흡수할 것을 원하셨다.
 

농업계는 출중한 지도자 한 분을 졸지에 잃었다. 그러나 그분이 삶으로 남기신 농업에 대한 열정, 지혜, 업적은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혼신으로 제안하셨던 농가경영위험완충제도가 고인의 뜻을 딛고 속히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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