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었지만 배추·무 시세는 평년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머물러 김장 대목을 기대했던 산지의 생산자들은 깊은 탄식을 내지르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도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줄어들며 김장철 배추·무 수요는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배추·무 평년 수준의 작황에도 시세는 크게 하락

올해 가을배추·무의 작황은 평년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김장철을 맞이했지만 시세는 큰 폭으로 하락해 산지에 큰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15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배추 도매가격은 10kg(3포기) 상품 기준 5000원 선, 다발무 10kg 상품은 4000원 내외, 20kg 상품은 6000원 대로 형성돼 평년 대비 60~80%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농업 관계기관과 생산자·유통인들의 사전 전망치보다 크게 밑도는 수치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전망에서 가을배추 생산량은 1239120톤으로 평년 대비 2.4% 감소, 가을무 생산량은 391049톤으로 평년 대비 2.4% 증가해 평년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이달 도매가격도 배추 10kg 상품 기준 8000, 20kg 상품 기준 1만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오현석 대아청과 부장은 올해 가을배추 작황에 큰 문제가 없었던 만큼 평년 수준의 시세를 예상했지만 막상 거래를 해보니 훌륭한 품질의 해남 배추도 겨우 5000~60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산지의 생산자들 역시 평년 수준의 시세를 기대하고 출하를 준비해 오다 시세가 곤두박질쳐 큰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시세 약세가 지속되면 출하 물량이 계속 뒤로 밀려 결국 겨울배추·무와 출하 시기가 겹치며 더 큰 폭의 시세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생산비는 계속해서 상승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성출하기에 낮은 시세가 유지되면 산지는 출하를 미룰 수밖에 없다이를 방치하다가는 추후 물량과 겹쳐 홍수 출하가 발생해 농산물 시세가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무 1000톤 수매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세를 안정시키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최소 3000톤 이상은 수매해야 한다고 정부에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 본격적인 김장철에도 얼어붙은 소비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소위 대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시세가 낮게 형성된 원인으로 소비 부진을 손꼽았다.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보유 물량은 쌓여만 가고 도매시세 역시 바닥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임춘진 대아청과 중도매인 조합장은 본격적인 김장철에 들어섰지만 소매단계에서의 소비가 이전처럼 활발하지 않다이에 따라 평년 대비 물량이 크게 많지 않음에도 가락시장에서 출하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중도매인 매잔품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농경연이 소비자 패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을 살펴보면 김장철 배추·무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김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의 김장 의향은 지난해 대비 감소27.8%증가’ 13.2%2배에 달했다. 김치를 담그는 규모도 줄어 가구당 김장재료 희망 구매량 역시 배추는 19.9포기로 평년 22.1포기 대비 10.1%, 무는 8.5개로 평년 8.7개에 비해 1.2% 감소했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감소하던 김치 수입 물량까지 증가세로 돌아서 배추 소비에 악재가 겹쳤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김치 수입은 2020년 코로나가 발발하던 시기에 맞춰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 1~10월 수입 물량은 236815톤으로 2019년 이후 같은 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다수의 언론에서 배추 가격 상승으로 김장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 내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분노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가락시장의 한 유통인은 지난달 내내 언론에서 금추운운하며 농산물 가격이 서민 생활 불안의 원흉인 양 지목됐다자극적인 보도들이 다수의 소비자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며 소비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농경연 역시 김장 전망 보고서에서 고랭지 배추 종료시점(10)의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김장배추 가격 상승 우려로 연결하는 언론보도가 수급 상황의 정보를 왜곡시켜 김장 수요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으로도 김장철 소비 감소에 따른 장기적인 수요 하락이 예견되는 만큼 산지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경태 대아청과 부장은 과거처럼 김장철 수요만을 보고 배추·무를 반복해서 심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랐다기존에 재배하던 품목 이외에 각 지역에 적합한 새로운 소득 작물을 찾고 재배해야 농가 소득을 올리고 연작피해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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