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한비자(韓非子)에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 이야기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세 명이 하면 참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쌀 시장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산지 쌀값은 80kg 정곡 기준 199280원으로 정부가 약속했던 수확기 쌀값 20만 원이 무너졌다. 주된 원인은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 올해 쌀 초과 생산량과 정부 재고가 많은데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공매를 할 것이란 근거없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쌀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농업인들은 부랴부랴 벼를 내놓기 바빴다. 민간에서는 쌀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기에 매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느껴 벼 매입에 소극적이었다. 당연히 벼 매입물량은 농협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 15일 기준 농협의 올해 벼 수매물량은 지난해보다 205000톤가량 늘었다. 당연히 2년 연속 막대한 적자를 봤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재고 부담과 불안도 커졌을 것이다. 이에 일부 농협에서는 조금이라도 재고를 줄이고자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쌀을 판매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우선 농협과 정부에서는 지난해산 벼 재고 부족으로 올해산 벼를 조기에 소진시킨 물량이 5~10만 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농협의 재고만 따져봐도 확인이 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예상 초과 생산량은 우려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8정부양곡 공매 미실시 공공비축 산물벼 12만 톤 전량 연내 정부 인수 정부양곡 재고 중 40만 톤을 사료용 특별 처분 RPC 기여도 평가 시 조곡거래 인정 등 조곡거래 활성화 사료용·주정용 밥쌀 둔갑과 국산·수입쌀 혼입판매 특별단속 실시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현장의 우려 불식에 나섰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불안은 결국 시장에 나타난 호랑이가 돼 쌀값 20만 원을 무너뜨렸다. 정부와 농협, 전문가 심지어 쌀관련 농업인단체마저도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한다는 점을 다시금 주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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