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동해안의 대표 어종 오징어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미 상업적으로 절멸상태에 이른 명태에 이어 오징어 역시 명태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한류성 어종인 명태와 살오징어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동해안 일대의 지역경제를 휘청이게 할 수 있을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살오징어 생산량은 2003233254톤에서 지난해 36549톤으로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년 만에 살오징어 생산량이 85%가량 감소한 것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과 이달 오징어 어획량 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속에서 올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3만 톤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오징어는 동해안 일대의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매년 피서철이면 속초, 강릉, 동해 등 강원도내 다수의 시군에서 오징어 관련 축제가 열렸으나 오징어 어획부진이 이어지면서 축제의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어획부진으로 선주는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을 희망하고 선원들은 떠나게 됐다.

살오징어의 어획량 감소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미 우리가 경험해본 바 있기 때문이다. 명태, 생태, 북어, 황태, 노가리, 동태 등 다양한 형태로 팔리던 명태는 이제 전면어획금지로 상업적 절멸상태를 맞았다. 이는 황태덕장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198632만 톤 넘게 잡혔던 말쥐치는 이제 연간 2000~3000여 톤 수준만 어획돼 쥐포가 아닌 쥐치회로 팔리고 있다. 어획량 감소로 경남 사천시에 위치했던 쥐포공장은 모두 문을 닫았다. 오징어가 명태나 말쥐치처럼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사실 살오징어 어획부진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자들은 살오징어 자원이 감소하는 것이 어업인의 남획과 기후변화, 해양생태계 파괴, 중국·북한어선의 불법 조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이외에는 원인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자원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동해안의 오징어축제는 이젠 사라진, 그래서 아련한 추억의 한 부분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수산자원관리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효성없이 어업인에게 불편만 주는 규제라면 완화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면밀한 검토 없이 규제를 완화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업인을 통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자원관리규제를 완화하기 전에 명태와 말쥐치 자원감소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새겨보고 새로운 정책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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