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서울대 농생명대 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경제 논리로 산업육성에만 치중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복지축산

친환경축산업으로의 발전 도모

관련 기술개발·정책 지원 필수

최근에 스마트팜, 정보통신기술(ICT) 농업 등과 관련된 많은 행사나 홍보물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대부분의 메시지들이 곧 선진국을 따라잡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 같이 너무 긍정적이고 밝은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난무한다면 농업인, 일반 국민들에게 잘못된 기대감이나 꿈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전문가들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농업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는 기본이 튼튼해야 하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략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튼실한 기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학연농관 네트워크, 다학제 융복합 전문가 양성, 개인정보법 개정 등 현실적인 사안들이 해결돼야 한다. 이 중 특히 기본이 튼튼해야 하는 부분은 ‘양질의 빅데이터 구축’이다. 농업선진국들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신뢰도 높은 빅데이터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열심히 시도해도 따라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실험방법·분석 관련 통일된 프로토콜도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 또한 장기간 지속적으로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지역별 테스트베드도 거의 없는 실정이며 연구자가 구축한 실험설계를 주도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일반 축산농가에서 어렵게 실험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축산 현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양질의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센서의 내구성이 담보돼야 한다. 새로운 센서 개발이나 국산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센서의 내구성을 향상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만 스마트팜 발전을 위한 인공지능 구현과 관련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신산업 창출도 가능하다.
 

이러한 튼튼한 기본을 바탕으로 농업선진국을 따라잡고 또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한 차별적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스케일업 단계, 그리고 상용화 단계가 있다. 스케일업 단계에는 가장 고통스러운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노력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단계다. 이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되며 여기서 우리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축적’되는 것이다. 
 

해외 농업선진국들의 과거와 현재의 발전 방향만을 단순히 따라 하기에는 우리나라만의 특화된 다양한 환경들이 문제가 된다. 또한 현대 사회·산업환경은 과거보다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며 바뀌고 있다. 이러한 차별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목적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하면서도 현장에서 인정받는 성공적 첨단 성과물들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패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하며 과제 중복성 등에 대한 잣대를 너무 밀어붙이는 것도 좋은 자세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축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축산업이 국민들의 식생활과 국내 경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축 질병, 축산냄새,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축산업의 이미지는 매우 악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제 논리로 산업육성에만 치중했다고 하면 앞으로는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복지축산, 친환경축산업으로의 발전을 도모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된 기술개발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관련 분야의 전문가 양성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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