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가공·판매 등 소득창출 기반 조성과 여성어업인 역량 강화 필요

 

어촌사회의 고령화·과소화가 심각해지면서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어촌지역 여성들은 수산물 생산부터 유통·가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어 어촌의 활력제고를 위해 여성어업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을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여성어업인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 어촌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28일 인천시 수산기술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인천권역 여성어업인 좌담회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 :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농수축산신문

△후원 : 수협중앙회

△일시 : 2023년 11월 28일 10:00~12:00

△장소 : 인천광역시 수산기술지원센터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정경애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기남부분회 부회장, 이상숙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기남부분회 부회장, 김희순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기지역 부회장, 안성자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영흥분회 총무, 양영선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인북부분회장, 방영례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인북부분회 총무 <무순>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육체노동위주의 어업에서는 여성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수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데다 어업현장에서도 많이 생산되지도 않고 있다. 현행 법령에서는 어업과 수산업을 달리 규정하고 있는데 여성들은 ‘어업’이 아닌 ‘수산업’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어업인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특히 여성 스스로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한여련)의 역할 정립도 필요해 보인다.

△김희순 부회장=한여련 회원으로 활동한 지 12년 정도가 됐지만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연합회 임원진들도 자신이 처한 여러 여건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기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회원들과 함께 수산물 판매에 나서보고싶지만 예산이 많이 필요해 어려움이 있다. 지역에 있는 직판장 2층이 비어있는데 직판장에서 보는 석양이 좋기에 카페를 만들어 마을 사랑방으로 활용하면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숙 부회장=한여련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자 해도 다같이 모이는 것이 쉽지 않다.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려면 50대가 많아야 할텐데 그 나이대에서는 집안 살림하고 생업을 하느라 다들 바쁘다. 또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한여련 활동에 대해 널리 알려져있지도 않고 지원도 부족하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신규로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다.

△정경애 부회장=한여련이 여성어업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문제점과 함께 어촌계나 수협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직원이나 조합장은 한여련이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 협조하려하지만 대의원이나 이사들이 이에 반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신규로 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대의원 중 10% 정도만이라도 여성이 된다면 한여련이 어촌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방영례 총무=어촌사회는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거치면서 어촌계의 총회를 식당에서 하게 됐는데 이 때문에 어촌계 회의를 해도 부녀회장은 오라고 얘기조차 않는다. 어촌계와 수협 모두 남성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적극적으로 나설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구조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양영선 분회장=어촌마을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내가 소속된 어촌계는 회의를 하면 남자들이 알아서 할테니 나서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려고 하면 남편을 통해서 뒷말이 전해진다. 남편을 통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성들이 발언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어촌계장이 말을 하면 반영되지만 부녀회장이 말하면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하에서 어촌계를 통해 정부의 사업이 이뤄진다면 여성들은 또다시 아무런 역할도 못할 것이다.

△안성자 총무=여성어업인들이 어촌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어촌마을에서는 여성들이 교육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당장 교육을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하는데 그마저도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고령화되다보니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하다. 당장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박상우 부장=우리보다 성평등이 많이 진전된 유럽에서도 어촌사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어업이 남성중심의 산업으로 고착화되다보니 의사결정구조도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어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여성들의 목소리가 어촌사회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애 부회장=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여성들의 역할을 확대해나가던 사업들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바지락 축제, 쌀 축제 등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여성들에게 일정한 장소를 제공하고 판매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줬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없어졌다. 수산물의 가공이나 판매 등은 여성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인데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아쉽다.

△김희순 부회장=정부에서 여성어업인들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촌마을에는 대부분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되지만 대부분 유통인들에게 판매하는데 그친다. 이것만으로는 어업인의 소득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경인지역에서는 바지락 생산이 많은 만큼 바지락 탈각작업부터 바지락을 비롯한 수산물을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면 어업인들의 소득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상우 부장=지역에서 생산되는 블루푸드를 활용한 사업은 여성어업인들이 강점을 가진 영역일 것이다. 경인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활용한 지역의 토속음식이 있다면.

△김희순 부회장=예전에 TV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됐던 ‘갱국’이 있다. 갱은 소라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는 소라보다 많이 작은 편이다. 삶아서 바지락처럼 국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영흥도 지역에서는 여름철에 생으로 냉국처럼 만들어서 먹는다. 내가 아는 바로는 서해쪽에서만 생산되고 자원량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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