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지난 주말 저녁,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에 줄을 서자 사람들이 계산대에 올려놓는 상품 중에서 신선식품은 거의 없고 밀키트, 레트로트 식품, 가정간편식(HMR) 등 가공식품이 주를 차지한단 점이 문득 눈에 띄었다.

간편식이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위치를 점하게 된 건 지난 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이 발표한 가구 내 식품소비행태 분석에서 간편식을 주 1회 이상 구입하는 가구비중은 201213.2%에서 202026.4%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식을 사는 이유로는 조리하기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할 줄 몰라서를 꼽은 응답자가 도합 44.3%를 차지했다. 이제 집에서 밥먹을 때도 직접 조리하지 않고 간편식을 먹는 풍경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같은 행사, 농경연 식품소비트렌드 모니터(농소모)가 발표한 ‘2023-24 식품소비 트렌드 및 전망에선 맞춤형 레시피(커스터마이징), 즐거운 건강관리인 헬시플레저’, 색다른 소비경험과 가치소비를 만족하는 지역특산물로 만든 메뉴 로코노미등 농식품 산업에 적극적으로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초개인화 트렌드가 반영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 고물가도 소비자들의 식습관과 식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본지가 지난달 30일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2024 농식품 유통전망에서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3() 시대 신선식품 소비동향에 따르면 가구패널과 설문조사(1015명 설문, 사용응답 956) 결과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식품류 물가인상이 가구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2%에 달했다. 또 실제로 채소와 과일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한 비율은 소득 3분위 이하, 1인 가구와 4인 이상 가구, 주 구입자 연령이 어릴수록 높게 나타났다.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소비자 식문화가 변하면서 농식품 업계도 가성비, 기능성, 식물성 등 다양한 맞춤형 제품들을 출시하며 바쁘게 대응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변화 한가운데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요구일 것이다.

제철나물을 먹고 싶은데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제철나물 추천을 해주고 나물 손질을 귀찮아하는 소비자에게 나물 데치기 서비스를 제공해주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 나물 전문 푸드테크 기업 엔티의 창립자 서재호 대표의 말을 소박하지만 새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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