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기술과 전·후방 산업 연계 패키지 수출…K-낙농산업 인지도 높인다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 우간다 정부의 요청으로 우리나라 낙농산업 발전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국제농업협력사업(ODA)을 추진했다. 사진은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이 우간다를 방문해 낙농 기술을 설명하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 우간다 정부의 요청으로 우리나라 낙농산업 발전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국제농업협력사업(ODA)을 추진했다. 사진은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이 우간다를 방문해 낙농 기술을 설명하는 모습.

한국형 젖소 수정란과 수정란 이식 기술, 사료, 동물약품이 묶음 형태로 지난 10월 우즈베키스탄으로 수출되며 내년에는 한국형 젖소를 우즈베키스탄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수출은 이른바 ‘케이(K)-낙농 기술’ 수출사업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이 정부의 농식품 전·후방산업 수출 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체 보유한 낙농기술과 유전자원, 사료, 동물약품 등을 후방산업으로 묶어 수출하고자 추진됐다.

한국 젖소 정액은 지난해 6월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가 우즈베키스탄에 최초로 국내에서 생산된 인공수정용 젖소 정액 0.5ml 2000개를 수출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정란 기반 씨수송아지 생산 체계부터 젖소의 유전적 개량을 위한 유우군능력사업, 정확한 유전능력 예측을 통해 효율적인 개량이 가능한 계획 교배 프로그램 운영까지 우수한 유전자원을 확보·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기술이전, 수출 등을 바탕으로 세계 속의 케이-낙농업으로 우뚝 서기 위한 다양한 수출 관련 정책,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유전자원의 가치와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낙농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 쉽지 않았던 고능력 수정란 기반 씨수소 선발

우리나라는 과거 송아지를 직접 수입해 검정을 실시했지만 질병과 검역 문제로 국내에서 씨수송아지를 생산하게 됐다. 그러나 암소의 유전능력이 북미지역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2007년부터 캐나다에서 고능력 수정란을 들여와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국내 젖소 육종 농가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후보씨수소를 생산, 검정했다. 고능력 수정란을 수입해 국내 우량 젖소에 이식하고 2015년 젖소 5마리가 보증씨수소로 뽑히면서 우수한 젖소 무리를 조성하는 사업이 성과를 냈다.

현재는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가 우리나라 고유의 보증씨수소를 선발하기 위해 후대검정정액을 국내 농가의 암소와 교배시켜 씨수소 자손의 유전능력을 평가하는 국가 정책사업인 ‘후대검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후보씨수소가 매년 20마리 선발되는데 북미와 국내산 수정란을 국내 청정육종농가의 암소에 이식해 생산한 씨수송아지 중 질병검사, 외모심사, 유전능력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후대검정용 정액은 북미 성적 기준 유전능력 상위 0.1%의 암소(난자)와 상위 1%의 씨수소(정자)로 이뤄진 수정란에서 태어난 후보씨수소의 정액이다. 

국내산 수정란 기반의 한국형 씨수소 선발로 유전자원 자립화를 도모하기 위한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전량 북미산 수정란을 활용해 진행됐던 한국형 씨수소 선발을 북미산과 국내산 수정란을 동일하게 활용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산 수정란 기반의 한국형 씨수소 선발은 국내 고능력 씨암소를 활용해 수정란을 생산하고 청정육종농가 암소에 이식·수송아지를 생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당대·후대 검정을 통한 한국형 보증씨수소가 1년에 5마리 선발된다.

# 검정·개량사업 성과 뚜렷

젖소의 유전적 개량은 혈통과 검정자료의 체계적인 기록·관리부터 시작된다.

젖소개량사업은 1960~1980년까지 주로 유전자원 선발·보급을 위한 능력 검정 위주로 추진됐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환경적 요인을 배제하고 유전적 능력만을 평가하는 방법을 이용한 국가 단위 유전능력 평가와 관련 연구 등이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1995년 3월 최초의 한국형 보증씨수소인 ‘한강(HK-001)’이 선발됐다.

2020년에는 암소 유전체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내 환경에 특화된 젖소유전체 분석칩이 개발됐다. 지난해 이 칩을 바탕으로 암소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처음 시행됐다.

2021년부터는 유전체 평가를 활용해 보증씨수소를 선발하고 있다. 한국종축개량협회는 유전체 선발을 적용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젖소 유전체 샘플을 수집했다. 유전체 선발은 기존의 표현형 자료와 혈통자료뿐만 아니라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는 평가 방법으로 기존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정확한 유전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젖소개량사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료효율, 비유지속성 등 신규 유전형질이 개발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과 경제수명 유전형질 개발을 완료하고 농가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젖소개량사업소는 1979년 검정사업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국내 암소 150만 마리의 유생산, 번식, 사양 등의 분야별 검정기록 1억여 건을 보유 중이다. 이 같은 기록을 바탕으로 목장경영 개선에 필요한 각종 분석자료를 농가에 제공하고 누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젖소개량에 필요한 국가 단위 유전능력평가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한국형 젖소 씨수소를 선발하고 국가 정책사업에 활용할 각종 통계자료 산출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검정사업을 통해 1980년 4957kg에 불과했던 305일유량은 지난해 1만301kg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체세포도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1995년 ml당 39.3만 셀에서 지난해 18.6만 셀로 체세포 수가 50% 정도 줄었다. 

농촌진흥청은 케이-낙농 수출사업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낙농기술과 유전자원, 사료, 동물약품 등을 수출했다.
농촌진흥청은 케이-낙농 수출사업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낙농기술과 유전자원, 사료, 동물약품 등을 수출했다.

# 세계로 뻗어가는 낙농산업

농진청은 국내 낙농 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민간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낙농기술과 전·후방 산업을 연계시킨 수출을 확대하고자 패키지 기술 수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젖소의 산유량 증가의 중요한 핵심은 유전적 능력이 우수한 가축과 체계적인 교배를 통한 유전적 개량이다. 우리나라는 인공수정과 같은 국가적 개량사업을 토대로 임의적 교배에 의한 가축의 퇴화를 막았다. 

이와 함께 우유를 원활하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양 관리기술도 중요한데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이 같은 기술이 미흡하고 축산기자재 산업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이에 한국형 젖소와 낙농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젖소의 정액과 수정란을 비롯해 자체 보유한 낙농기술과 사료, 동물약품 등을 묶어 우즈베키스탄에 통합 수출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수출되는 젖소 수정란은 가축으로 출생할 경우 우량송아지가 수출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다”고 밝혔다.

젖소개량사업소도 한국형 젖소 정액을 지속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2017년 말레이시아에 젖소 정액 1500개를 수출한 데 이어 2014~2020년까지 우간다에 4만6000개, 파키스탄에 2019~2021년 2만3000개, 에티오피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만 개, 키르기스스탄과 네팔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각각 5000개와 4000개, 우즈베키스탄에 지난해 2000개를 수출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우간다 낙농기술 지원을 통한 생산성 향상 사업’을 바탕으로 지원된 시범농장, 축사, 착유시설 등을 우간다 정부에 지난해 8월 당초 목표보다 조기에 공식 인계하기도 했다.

우간다 낙농기술 지원을 통한 생산성 향상 사업은 우간다 정부의 요청으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나라 낙농산업 발전 노하우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12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한 무상원조 형태의 국제농업협력사업(ODA)이다.

농어촌공사는 △낙농 시범목장·사료 시설 구축 △인공수정·유가공 설비 △인공수정 기술 전수 △기자재 지원 등을 추진했다. 우간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산 젖소를 활용한 본격적인 낙농산업 생산성 증대에 돌입했다.

지난해 초 현지에서 다섯 마리의 한국산 젖소가 태어나기도 한 우간다는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수자원, 광활한 초지 자원으로 충분한 낙농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시설과 기술 부족으로 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농축산업 발전 경험 전수가 우간다 낙농산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진화된 케이(K)-농업 전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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