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영양생리과 농업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마트 식품코너를 돌다보면 ‘푸드 업사이클링’ 홍보 상품을 접하게 된다. 신조어인 업사이클링은 부산물, 폐자재처럼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활용 가능한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활동이다. 이 푸드 업사이클링을 축산업에서는 과거부터 실천해오고 있다. 버려지던 농식품 부산물을 가축 사료라는 상품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지 않는 농식품 중에서 버려지는 부분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면 기존의 사료비가 절약되고 이와 더불어 함유된 기능성 성분이 가축 건강에도 유익해 일석이조의 힘을 갖는다.

한 예로 제주도에서 감귤주스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인 감귤박이 많이 버려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연이 협력해 가축 사료화 기술을 개발했다. 감귤농가와 지자체는 버려지는 감귤박 처리비용을 해결하고 가축사육농가는 사료비 절감과 헤스페리딘을 함유한 감귤박으로 가축의 면역력 향상이란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농식품은 기능성 성분에 따라 면역증강 사료첨가제로 활용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때 농식품 속에 존재하는 성분들 중에서 건강에 유익한 생리활성을 지닌 미량성분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의 기능을 잘 살펴보고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파이토케미컬의 기능에 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도 25만 종류 이상의 식물 중에서 단지 1%의 파이토케미컬 만이 알려져 있다. 

농식품에 함유된 화학성분은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첫째, 폴리페놀(polyphenol)은 항산화 작용이 풍부해 염증질환을 낮추면서 세포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알칼로이드(alkaloids)는 박테리아와 곰팡이, 식물에서 생성되는 질소 원자를 포함하는 유기화합물로 주로 식물 껍질, 줄기 또는 뿌리에서 추출해 사용한다. 특히 항산화, 항염, 항균 작용으로 알려져 있고 대표적으로 카페인(caffeine), 진세노사이드(ginsenoid) 등이 있다. 셋째,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식물의 세포막, 호르몬 및 염증 조절 작용에 관여하며 대표적으로 스티그마스테롤(stigmasterol) 등이 있는데 가지과 식물이나 마과 식물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농식품에 함유된 생리활성물질에 따른 작용 기전과 가축에 미치는 효과는 각각 다르다. △라이코펜(lycopene), 카로티노이드(carotinoid) 등과 같은 항산화 물질은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퀘르세틴(quercetin) 등 항염증 물질은 염증 반응을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실리마린(silymarin), 알리신(allicin) 등 항암 물질은 암 세포의 발생, 성장 및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는 화학물질이다. △베타글루칸(β-glucan)과 같은 면역 강화 물질은 우리의 면역 체계를 강화해 감염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 화학물질이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3억 톤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농식품 부산물 가축 사료화는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실천의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농식품 부산물의 가축 사료화 연구는 과거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오고 있으나 식품의 가공방식이나 여러 식품들의 혼합방식에 따라 가축에 미치는 면역증진 효과는 매우 다양하므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료 개발이 필요하다. 다양한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사료소재가 개발돼 사료비 절약, 환경오염 예방과 함께 동물들의 면역력 향상과 질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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