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오 강원대 명예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K-푸드 등 다양한 하류 창출 돼

K-차 등장도 충분 가능성 있어

AI 활용, 세계 차 시장에 MZ 세대 공략

맞는 제품 개발·마케팅 여건 갖춰져야

몇 년 전 일본에서 출간된 ‘문화를 경쟁력으로 하는 마케팅’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한류(韓流)’를 다루고 있는데 K-팝, K-드라마 등의 성공 요인을 높은 친화력에서 찾고 있다. 이제는 K-화장품, K-푸드 등 다양한 한류가 창출되고 있는데,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진취적이고 신명난 도전정신’만 잘 살린다면 K-차(茶)의 등장도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고 보고있다. 

식품의 소비는 기본적으로 고급화, 다양화, 간편화, 건강과 안전성 지향의 방향으로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큰 것이 간편화일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간편화에 중점을 두다가 점점 ‘간편 식품의 고급화’로 진화하며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이제는 일상 식생활의 한 부분으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차도 기호식품이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식품이기 때문에 이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녹차 티백이 초기에는 ‘간편하기는 하지만, 맛은 별로다’는 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녹차·홍차·보이차 등 각종 차들이 티백 형태로 간편성을 살리면서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맛있는 간편차를 개발해 신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후발주자이고 국제적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건강과 맛, 향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게 녹차에 꽃, 과일, 허브 등을 배합해 다양한 간편차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간편차란 흔히 생수나 청량음료 대용으로 마시는 녹차음료(RTD)가 아닌, 캔이나 페트병에 담긴 차를 말한다.

녹차가 현재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보성, 하동, 제주 등)에서만 생산되는 지역특산물이지만 기후변화로 점점 북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과만 해도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강원도에서도 맛있는 사과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홍차산업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홍차는 1601톤(2551만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홍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산 홍차로 수입대체를 이루고 수출시장까지 개척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펴낸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다류(茶類)’에 의하면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최근 차를 건강과 미용·뷰티 보조제 영역으로 생각하는 소비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프로바이오틱스, 디톡스, 촉촉한 피부 유지 등의 기능성이 강화된 차를 판매하고 있다.

또한 유럽은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기농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유럽은 차 생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사나 취향을 잘 맞추면 충분히 시장개척이 가능하다. 각 나라 공히 유기농 차이면서 허브차의 비중이 크다(45~65%)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국제 유기농 인증을 취득해 마케팅 전략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차를 많이 생산하고 소비 규모도 큰 나라이다. 특히 베트남은 인구 규모가 크면서 젊은 세대 비율이 높아 차 시장 또한 현대적인 형태로 다이내믹하게 변모하고 있다. 한류와 함께 베트남 MZ세대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공략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하드웨어 면에서는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차 머신이 여러 종류의 차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우려 손쉽게 마실 수 있도록 간편성과 고급화를 도와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빅데이터나 생성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계 차 시장에서 MZ세대들의 요구(니즈, needs)를 재빨리 파악해 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주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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