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처 농지기획부 대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난해 지사에서 농지임대차 계약을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농지은행에서 나오는 농지는 다 청년농이 가져간다.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50대 후반 정도 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경작하려 했던 농지가 청년농업인에게 지원됐다고 했다.

이처럼 청년농업인 우선 지원으로 다른 세대가 소외되는 이야기는 필자와 같은 직원부터 당사자인 청년농업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런데도 공사는 왜 계속 청년농업인을 지원할까?

공사의 청년농업인 지원은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관련이 있다. 농업인구 고령화는 농업·농촌과 관련된 여러 문제로 인해 농촌으로 사람이 이주해 오지 않고 있던 사람은 도시로 나가는 이촌향도(離村向都)에서 시작됐다. 이촌향도가 고착된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1990년에 전체 농가 경영주 중 18%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63%로 늘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고령농가의 비중은 204076%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청년농업인을 키우면 된다. 청년농업인이 많아지면 통계에서 고령농업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다. 하지만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가 답을 아는 문제의 본질은 그 답을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고령화를 해결하려면 청년농업인을 육성해야 한다에서의 본질은 어떻게 청년을 농업으로 유입시킬 것인가, 유입된 청년농업인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필자는 후자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청년농업인이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농업을 통해 소득을 만들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농업소득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농지다. 작물을 심든 가축을 키우든 농업을 위해선 농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경연 연구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청년농업인은 농업분야 진입장벽으로 농지확보를 선택했다.

왜 청년농업인은 농지확보를 어려워할까? 이는 농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청년농업인은 농지확보 과정에서 기존 농업인과 경쟁하게 되는데, 이때 농지 소유자가 경작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누가 얼마를 더 줄까라는 경제적 기준과 나와 무슨 관계(혈연, 지연 등)이고 주변에서 어떻게 평가될까라는 사회적 기준이다. 청년농업인은 기존 농업인보다 돈이 많지 않아 돈을 더 줄 수도 없고 이제 막 농촌에 진입해 관계나 평판이라 불릴 것조차 없다. 그래서 청년농업인은 경쟁에서 늘 뒷순위이고, 끝내 농지를 확보하지 못한 청년농업인은 다시 도시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농지은행은 청년농업인에게 농지를 우선 지원한다. 농지은행은 소유자에게서 농지를 매입·임차하고 농지를 지원할 사람을 찾기 위해 공고한다. 이때 지원자를 선정하는 순위는 앞서 본 두 가지 기준이 아닌 청년농업인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원순위이다. 순위상 우선 지원과 더불어 농지를 구입할 때 자금이 부족하다면 기존 농업인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하고 청년농업인의 수요를 반영해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나 스마트팜이 설치된 농지를 지원한다. 이렇게 농지은행은 청년농업인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농지를 지원하고 있다.

농지은행은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정착이라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청년농업인에게 어떤 농지를 어느 방식으로 얼마나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농지 우선지원부터 스마트팜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농지은행의 고민을 발판으로 청년농업인이 농업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농업인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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