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회장 재출마 사실상 무산…현 회장 지원·막판 연대 가능성도

농협법 계류로 농협 개혁 발목
정책 선거 아닌 ‘깜깜이 선거’ 비판

현 회장 지원, 유불리 양립
도별 ‘표 몰아주기’ 움직임…민심 흐름 복잡
부가의결권·결선투표 ‘변수’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다음달 25일 전국 1111개 농·축협 조합이 직접 중앙회장을 뽑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열린다. 조합장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는 2007년 제21대 최원병 회장을 선출한 선거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농협중앙회장은 과거 대통령 임명제였으나 1989년 농협법 개정으로 조합장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도록 했다. 이러한 직선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다시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다. 이후 2011년부터 3차례의 선거(제22대, 제23대, 제24대)가 300명가량의 대의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됐으나 2021년 농협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모든 조합장이 투표에 참여해 중앙회장을 뽑는다.

# 이성희 회장 출마 가능성 ‘희박’

다음달 치러질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현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선거판의 셈이 분주해지고 있다.

‘현직을 포함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이 계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면서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지난 21일에서야 간신히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으나 특별검사법이라는 또 다른 산으로 농협법 개정안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도 무심한 선거 일정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위탁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한 후보자등록, 선거운동, 선거일 등을 공고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다음달 25일 열리는 농협중앙회 총회에서 치러지며 투·개표 역시 현장에서 진행된다. 이에 앞서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자는 회원조합장 50인 이상 100명 이하의 추천을 받아 다음달 10일부터 11일까지 후보자등록을 완료한 뒤 등록마감 다음날인 12일부터 24일까지 13일간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현 이성희 회장의 출마자격은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후보자등록일 전일인 다음달 9일까지 시행돼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통상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뒤 국무회의에 상정돼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받아 공포되기까지의 절차는 15일 이내에 이뤄지도록 돼 있다. 설령 공포 즉시 시행되는 것으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공포까지의 일정을 맞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이 회장의 출마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숨죽이고 있던 지역 민심과 선거 판세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 예비후보 9명 ‘출사표’…이번에도 깜깜이 선거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자는 9명이다. 지난 13일 기준(성명의 가나다 순) △강호동(60)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송영조(67) 부산 금정농협 조합장 △이찬진(63) (전)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임명택(67) (전)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정병두(59) (전)국회의원 예비후보 △조덕현(66) 충남 천안 동천안농협 조합장 △황성보(68) 경남 창원 동창원농협 조합장이 등록했으며 19일 △정운진(64) (전)서의성농협·함창농협 상임이사, 20일 △구정훈(62) 전남 곡성 옥과농협 조합장이 추가로 예비후보자등록을 마쳤다.

지난 제24대 중앙회장선거의 예비후보자가 13명이었던 데 반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농협법 개정안 추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직 회장이 출마할 경우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할 것이란 예상으로 많은 유력 후보들이 ‘관망’이라는 선택을 하면서 판세 분석과 결단을 뒤로 미루는 등 선거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타이밍을 놓치거나 출마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직 적용의 연임 허용’이 독소조항으로 작용하면서 입후보 지연은 물론 농협법이 담고 있는 농협의 자주적인 개혁 과제들마저 좌초될 위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회가 지난해 겨울부터 농협의 ‘깜깜이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했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어느새 뒷전이 돼 내년 농협중앙회장 선거 역시도 후보자 대담, 토론회 등을 통한 정책 선거가 아닌 깜깜이 선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 강 조합장 우세 속 현 회장 지원 ‘변수’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이 회장이 출마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일부 조합장 출신 예비후보자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의 특정 후보 지원 가능성이나 막판 연대 가능성도 열려있기 때문에 복잡한 계산이 한창이다.

먼저 올초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논의되던 시점부터 이미 유력 후보로 거론된 경남 합천의 율곡농협 강 조합장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지난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하며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올해도 농협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출마할 유력 후보로 알려지면서 다른 후보들 보다 앞서 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농촌농협의 5선 조합장으로서 농업·농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알고 대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금정농협의 송 조합장의 상승세가 거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도시농협 조합장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도시농협 조합장으로서 농촌농협과의 상생협력에 앞장서며 전국적인 지지세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에서는 동천안농협의 조 조합장이 30년만에 충청권 농협중앙회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으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충청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기, 강원지역 표심이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3선 조합장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남 동창원농협의 황 조합장도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황 조합장의 출판기념회에서는 다수의 조합장이 참석하는 등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지만 낮은 인지도는 세력 확대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직접 출마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조직력을 갖춘 현 회장의 지원은 불리한 상황도 단숨에 뒤집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지원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농협의 내부통제와 도시조합의 지역조합에 대한 지원 강화, 농업지원사업비 부담률 확대 등 농협의 자주적인 개혁 내용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이 ‘셀프 연임’ 논란으로 발목을 잡히면서 경제사업 활성화와 농촌조합 지원 확대 등을 바라는 조합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 역시도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도별 몰아주기 예상…부가의결권 포함 1252표

최근 부울경을 제외한 지역에서 도별로 ‘표 몰아주기’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지역 민심의 흐름은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이번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 조합장 직선제로 바뀜에 따라 투표권수가 기존의 4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의 유효 투표수는 293표였으나 내년 제25대 중앙회장 선거에서는 1111표에 조합원수 3000명 이상 조합의 부가의결권 141표가 더해져 1252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부가의결권수는 다음달 15일 선거인명부가 확정돼야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선거에서 투표권 2장을 지닌 조합의 영향력은 결코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가의결권을 가진 조합의 조합장의 주가가 크게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전북지역은 부가의결권을 가진 조합이 많고 지역의 유력 후보였던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의 출마 포기 선언으로 표심의 행방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남지역과 경북지역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조합장들이 출마하지 않았으며 최근 경기·강원·충북지역 등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란 얘기가 전해지고 있어 후보자별 지역 민심잡기 총력전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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