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새해에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뛰어넘어 국민과 농업인이 환영할 만한

포괄적 농가경영안정제도를 향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

또다시 연말연시이다. 유감없이 보내는 한해가 없고 기대 없이 맞는 새해도 없다. 한국 농업을 둘러싸고 가는 한해와 오는 새해가 역시 그렇다. 물러날 한해가 농업계에 남긴 유감이 있다면 다가올 새해에 농업계가 거는 기대도 있다.
 

올 한해 농업계를 가장 들썩인 것은 역시 쌀이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한 야당 주도의 국회발의·의결은 정부 재의요구에 따른 국회 재투표와 부결·폐기로 귀결됐다. 발의부터 부결·폐기까지 1년 5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지난 20일 국회는 다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부의 쌀 의무 매입 조항을 삭제하는 식으로 수정한 새 양곡관리법을 발의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시켰다. 이와 더불어 주요 농수산물 가격이 5개년 평균 가격보다 미달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해 주도록 한 농수산물 가격안정법도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한국 농업계의 숙원이 농가경영안정제도의 도입과 정착인데 이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가격안정법이 여야 합의를 못 이룬 채 상임위를 통과했으니 결과가 이번에도 불투명하다. 이런 중차대한 법안이 정치권과 농업계 전반의 지지를 못 받고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참으로 아쉽다. 좀 더 폭넓은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 없이 정치의 계절에 농업인 표심을 겨냥해 보여주기식으로 강행했다면 이 세모에 남긴 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과정을 새로 거치던 새해에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뛰어넘어 국민과 농업인이 환영할 만한 포괄적 농가경영안정제도를 향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와 관련해 최근의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위)의 의결사항을 주목해 본다. 농어업위는 농가소득정보 미비 상태에서는 효율적인 경영안정제도 성립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농업소득정보체계 고도화 및 관련정책혁신방안’을 의결하고 중앙부처와 논의해 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업인 사업자등록, 농업경영체 회계기준 고시, 농업소득정보시스템 구축, 단계적 과세체계편입 등을 향후 주요 추진내용으로 제시했다. 그와 더불어 급변하는 농업·농촌 내·외부 여건 변화에 대응해 정책 효율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미래농업 대응 농업·농업인 정의 재정립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한 의결도 이뤘다. 물론 이 두 의결사항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농가경영안정과 정책효율성 제고의 기본토대라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중앙부처와 논의를 시작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런 농어업위의 시도에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가격안정법을 통해 보여준 국회의 의지가 접목하고 중앙부처의 정책적 결단이 따른다면 새해는 분명히 기대할 만하다고 본다. 
 

또 하나 새해를 기대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난 7월에 제정했는데, 새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법이 담은 다양한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조치는 스마트농업과 관련 산업의 집적화와 지역 단위 확산을 위한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조성’과 그에 따른 몇 가지 특례조치이다. 시·도지사가 육성지구계획을 신청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정하면 특례조치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 육성지구 시설·부지에 대한 수의계약에 의한 사용 허가와 사용기간 연장, 영구시설물 축조, 공유재산 사용료·대부료의 대폭 인하 등 과감한 특례조치를 규정했다. 잘 이행하면 농지를 비롯한 농업자산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농, 특히 청년 창업농에게 상당한 긍정적 진입장벽 제거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다. 적극적 홍보와 촘촘한 시행계획으로 차질 없는 이행을 기대한다. 
 

정부, 국회, 농업인 모두가 어울려서 가는 해가 남긴 유감을 새해에는 크게 뛰어넘어 새해에 거는 기대가 내년 세모에는 또다시 유감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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