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감초는 우리나라에서 식의약품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용작물이다. 90%이상의 한약 처방에 들어가는 필수적인 약재이며 의약품 이외에도 식품, 화장품 등의 원료로 연간 추정 9000~1만 톤이 소비된다. 하지만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국내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마철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수량이 적고 유효한 약효성분이 낮아 실제로 뿌리를 한약재로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해외에서 감초는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사막 지역의 고온 건조한 환경에 주로 분포하고 재배보다는 무단 채취해 수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해당 국가에서 자원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수입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종간교잡 품종 개발이 요구돼왔다. 아울러 개발된 신품종을 국내 농가에 신속히 보급하기 위한 대한민국약전의 법 개정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환경에 적합한 감초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만주감초와 유럽감초를 교배하는 이종교배 기술로 우수한 계통을 선발했다. 그리고 선발된 계통을 대상으로 국내 생산력 검정과 지역 적응성 검정을 통해 신품종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든 품종은 기존 재배 감초보다 수량과 성분함량이 2배 이상 많고 생리장해, 점무늬병 저항성이 개선된 세계 최초 종간교잡 품종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감초 신품종은 우수한 성분에도 불구하고 종간교잡 품종이어서 대한민국약전의 기원식물로 등재돼 있지 않아 농가와 산업체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농촌진흥청은 2017년∼2019년까지 중앙아시아 사막지역 탐사를 통해 1000ha 이상의 종간교잡 자연집단을 여러 나라에서 찾아냈다.
 

또한 국내 수입 감초 DNA 분석을 통해 다량의 종간교잡 감초를 국내외에서 오랫동안 섭취한 근거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9년∼2021년 감초 신품종의 무독성 입증으로 식의약품 안전성을 구명하고 신품종 신규 효능 우수성 등을 확보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수요자 의견수렴 간담회를 통해 한의·약사, 농가, 기업에 신품종 연구활용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동시에 환경부·산림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부처 간 역할 분담, 협력으로 세계 최초로 감초 신품종을 대한민국약전에 등재했다. 이는 감초 신품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규제를 개선한 쾌거이다. 농진청은 현재 감초 품종의 대한민국약전 등재 이후 충북 제천을 중심으로 신품종의 보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지역특화 작목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감초 신품종을 통한 국산화가 이뤄진다면 연간 500억 원 이상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2조 원 규모의 세계 감초 추출물 산업에 진입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품종에 대한 식의약품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구명한 연구는 기존 한약재에서 벗어나 식품, 화장품, 건강기능성식품 등 다양한 한방소재로 변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다른 약용작물에서도 소재화, 품종 개량 연구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본다. 
 

아무쪼록 감초의 사례가 국내 약용작물 산업 발전의 좋은 모델로 정착돼 침체된 약용산업의 신뢰가 회복되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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