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김신지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 겨울 처음으로 지난 4일 전북 고흥 소재 육용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데 이어 지난 21일 기준 22곳의 가금농장에서 발생중이다.

이 중 산란계 농장은 총 12곳으로 가장 많다. 

정부는 혹시 모를 수급 문제를 대비해 계란 112만 개를 지난 27일 수입했다.

산란계 업계에서는 이번에 정부가 수입한 계란이 우리나라 하루 소비량인 4500만 개의 약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계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의 추가 발생 속 계란 수급·시장 동향을 짚어봤다. 

# AI에도 계란 수급 이상무

이번 고병원성 AI 발생지역이 대부분 소규모 농장이 많은 호남이어서 전국의 계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산란계협회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계란 수급은 지난주보다 오히려 원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 전라권 지역에서만 AI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AI가 경북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살처분 마릿수가 급증할 경우 계란 수급이나 가격 등의 변동 요인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AI가 계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수입된 계란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안두영 산란계협회장은 “정부는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혈세를 낭비하며 계란을 수입하고 있다”며 “매년 수입되는 계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뿐더러 수입 위주의 정책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계란 가격도 이렇다 할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란 30구의 소비자가격은 지난 11일 6295원에서 지난 25일 6570원으로 2주 동안 2.7% 정도 인상됐는데 이 정도의 가격 변화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25일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동월 6672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란계협회는 농가가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한 계란 특란 한 알의 평균 산지 판매가격을 약 155원, 30구 기준 5000원 내외로 보고 있으며 한국계란산업협회,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등 유통업계는 특란 30구 기준 소비자가격이 7000원 선은 돼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병원성 AI로 인한 살처분 마릿수는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약 170만 마리이며 올해는 지난 21일 기준 165만5000마리로 거의 비슷하다. 소비지 계란 가격이 상승하려면 적어도 살처분 마릿수가 300~400만 마리는 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종성 계란산업협회장은 “전국적인 계란 수급·유통은 아무 문제가 없으며 적어도 400만 마리 이상 살처분되지 않을 경우 계란 소매가격은 현재와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정부가 매년 AI가 발생하면 계란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효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속적으로 AI가 발생하고 있는 전북지역은 소규모 산란계 농장들이 모여 있는 반면 대규모 사육마릿수 산란계 농장들은 대부분 영남지역에 위치해 있다. 

# 계란 할인행사 산업 악영향 초래

현재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계란 할인 행사가 산업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만중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장은 “대형 유통사들의 대규모 할인행사로 인해 계란 수요가 늘었지만 선별포장업자들의 고난은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생산 과잉으로 인한 수급 안정화 대책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계란 가격 인상에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종성 회장은 “정부가 물가 안정이라는 이유로 계란 가격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는데 이는 유통·판매업자들의 도산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결국 생산자의 수취가격을 낮출 것”이라며 “정부가 현재 산업에 맞춘 제대로 된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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