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사회 변화 위해 제도개선·교육·인식개선 필요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의 어촌사회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어촌사회는 수산물 생산 중심의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여성을 부수적인 역할로 가둬놓고 있다. 최근에는 수산물의 생산보다 가공·유통·판매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어촌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을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여성어업인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 어촌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11일 강원 강릉시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에서 열린 강원권역 여성어업인 좌담회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 :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농수축산신문

△후원 : 수협중앙회

△일시 : 2023년 12월 11일 10:00

△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이금선 선호식품 대표, 이증녀 강원수산양식 대표, 김영화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강원지역 회장, 김옥자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감사, 이준남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원덕분회장,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의 회원구성을 보면 60세 이상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전체 어업인의 절반 가량이 여성이고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지만 어촌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이 활약하는 사례가 드물다. 여성어업인들이 어촌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 회장=여성어업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어촌사회의 인식에서도 남성어업인과 동등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이 많이 진전됐지만 어촌사회는 여전히 여성어업인에게 직·간접적인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다. 여성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남성어업인들이 가진 고정관념 등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어촌사회가 변화하기 어렵다. 즉 어촌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협의 조합원 중 여성 조합원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의무적으로 여성이사를 임명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개선과 함께 다양한 교육을 통해 인식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김옥자 감사=여성어업인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 어촌계나 수협 등에서는 여성어업인들이 의견을 개진하면 ‘여자가 뭘 안다고 얘길 하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여성들이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해도 남성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상황이다. 여성어업인들이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행사들도 개선이 필요하다. 여성어업인 전국대회의 사례를 보면 운동장이 됐든 풀밭이 됐든 회원들이 다 모일 수 있는 형태로 행사가 마련돼야 하는데 여성어업인 전국대회는 분회별로 10명이 오라거나 5명이 오라는 식으로 할당을 한다. 이런 방식의 대회는 여성어업인들을 위한 대회가 아니다. 많은 여성어업인들이 모여서 화합을 다지고 의견을 모아낼 수 있는 대회가 돼야 한다.

△이준남 분회장=현재 소속된 수협의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남성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촌의 남성들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여성들을 위한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현재 여성어업인연합회의 활동은 김장봉사나 바닷가 정화 등 봉사활동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런 활동으로는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을 인정받기 어렵다. 원덕분회에서는 내년부터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와 손을 잡고 방어축제에서 수산물 유통·가공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보여주고자 한다. 봉사가 아닌 수산업에 있어 여성들의 기여를 보여줘야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금선 대표=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성어업인이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업인’이라고 하면 남성적인 이미지로 굳어져있는데 이를 바꿔나가야한다. 여성어업인의 장점을 극대화해 어촌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공고히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여성어업인이 먼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남성들과 정부, 수협 등에 변화를 요구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지원사업이 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관서가 주도적으로 하고 여성어업인이 행정관서에 끌려가는 형태로 사업을 하게 된다면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성공가능성도 낮다. 여성어업인이 주체가 돼 사업을 끌고가야 사업이 성과를 내고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

△이증녀 대표=여성어업인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만들었으면 한다. 여성어업인들이 수산업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보를 습득해야 변화를 위한 동력이 생긴다.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으로써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성어업인을 위한 지원사업을 마련한다면 특정 개인이나 마을에 주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만큼 권역단위 또는 조직단위로 지원할 수 있는 수단들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상우 부장=여성어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 많을 것 같다. 어업현장에서 보기에 여성어업인 지원정책중 개선사항이나 건의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성녀 분회장=실효성이 없는 여성어업인 지원사업을 정리하고 여성어업인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형태로 사업을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양수산부 정책으로 여성어업인 특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데 특화검진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먼 반면 국민건강검진과 검진 항목에서 큰 차이는 없다. 회원들에게 특화검진을 받아보라고 얘기는 하지만 큰 도움이 안되다보니 검진을 받지 않는다. 여성어업인들은 손목, 허리,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서 물리치료라도 받을 수 있도록 건강검진사업을 건강바우처의 형태로 개선해줬으면 한다.

△김영화 분회장=어가도우미 사업도 개선이 필요하다. 어가도우미 사업은 여성어업인이 출산·육아 또는 질환이나 사고시 도우미를 지원해주는 사업인데 어가도우미를 구하기가 힘들다. 또 집안일보다는 어업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도우미가 필요하다. [끝]

[이 기사는 어촌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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