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출 11월 기준 82억7000만 달러
역대 최고실적 달성 목전
파프리카·배·딸기 등 신선농산물 수출도 '성장세'
국내 가격 유지 효과도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한류 열풍을 타고 케이-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김치, 쌀밥, 김 등 농식품 가공식품에 대한 해외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케이-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김치, 쌀밥, 김 등 농식품 가공식품에 대한 해외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소비둔화, 인플레이션으로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농식품 수출은 지난해 11월 기준 82억7000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실적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연말까지의 수출액을 합산하면 지난해 88억3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농식품 수출액이 또 갱신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 수출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공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이미 전년 수출실적을 넘어서며 68억200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식탁에 오르는 배, 해외 10대들이 열광하는 한국 라면, 해외시장에서 품귀현상이 나면서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냉동김밥까지 케이-팝에 이어 한류 열풍을 이끌어가고 있는 케이-푸드의 현황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시장 가능성을 전망해 본다.

# 농식품 수출, 매년 최대 수출액 갱신

농식품 분야는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75억6000달러였던 농식품 수출액은 2021년 85억6000만 달러로 1년 만에 13% 이상 성장했다.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전 세계적 물류난 등 어려운 수출 여건에도 불구하고 쌀 가공식품을 비롯한 가정간편식, 배, 유자 등의 수출 증가로 위기를 극복하며 88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2% 성장하며 다시 한번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기준 82억7000달러를 수출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도 총 수출액이 전년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 품목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농식품 수출 최대 효자품목인 라면이 전년보다 25.9% 늘어나며 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쌀가공식품이 전년보다 20.7% 성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유자차와 배 수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신선농산물의 수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쌀가공식품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한국 식품이 건강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이유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떡볶이, 즉석밥 등의 인기가 높았던 것이 쌀가공식품 수출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냉동김밥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연속 매진 사례를 내는 등 김밥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 쌀가공식품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수출진흥과 관계자는 “냉동김밥, 떡볶이 등 쌀 가공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쌀가공식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쌀 가공식품의 경우 글루텐 프리, 비건식으로 유럽의 식품 트렌드와 결합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우자조금의 ‘할랄한우만찬’에서 할랄 국가들의 대사와 외교관계자들이 할랄한우로 조리한 음식을 맛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우자조금의 ‘할랄한우만찬’에서 할랄 국가들의 대사와 외교관계자들이 할랄한우로 조리한 음식을 맛보고 있다.

# 할랄인증까지 받고 세계 문 두드리는 한우

최근 케이-푸드의 신흥주자로 나선 한우 수출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2월 7일 기준 한우 수출현황을 살펴보면 5만5510kg을 넘어섰다. 수출액 기준 300만 달러를 넘기며 연말까지 수출물량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초 기준 이미 전년보다 1만3877kg, 33% 가량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수출액은 8% 가량 늘어난 수치다. 수출의 대부분은 홍콩이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몽골과 말레이시아에 더해 캄보디아까지 한우 수출에 합세하면서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6년 홍콩으로 첫 수출을 시작한 한우는 몇 년간 홍콩시장에만 국한해 수출하며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신규시장 확대와 함께 홍콩으로의 수출도 활발해지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21년 한우 사육마릿수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한우업계는 냉장으로만 가능했던 한우고기 수출이 냉동까지 확대되면서 보다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기존 시장이었던 홍콩에서는 홍콩현지의 프로모션과 각종 이벤트는 물론 주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한우 홍보부스를 설치하는 등 홍콩 정·재계 주요인사와 주재 외교관들에게 프리미엄 한우 이미지를 홍보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해 할랄 도축장 인증을 받으며 말레이시아로 할랄 냉장한우가 첫 수출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수출된 물량은 1만4208kg, 62만 달러 어치로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한우자조금은 지난해 연말 할랄국가들의 대사를 초청해 ‘할랄한우만찬’ 등의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며 할랄국가들로의 한우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지난해 8월 농식품부 장관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한우 첫 수출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진데 이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4대 대기업인 월드 브릿지의 계열사 중 하나인 현지 유통사에서 한우 1톤을 정식 주문하면서 캄보디아 시장에서 본격적인 한우 판매가 시작됐다.

지난해 연말부터 한우수출의 문을 연 캄보디아는 일본 와규 수출 시장으로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연말에 수출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수출물량은 1211kg으로 적은 수준이지만 캄보디아 현지 유통사가 최신 대형 냉장·냉동 물류센터를 자체 운영하고 있는 캄보디아 대기업 계열사로 한우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수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 드라마에서 한우를 먹고 즐기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는 해외바이어들이 많은 상황으로 수출만 가능해지면 얼마든지 팔 수 있다는 해외 에이전시가 많다”며 “컨트롤 타워를 단일화 해 지속가능한 한우 수출 기반을 마련한다면 한우 수출은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신선 농산물 수출, 국내 가격 유지 효과도 있어

파프리카와 배, 딸기 등이 주도하고 있는 신선농산물 수출은 2021년까지 7억9700만 달러를 수출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그렸다. 2022년 7억3500만 달러로 다소간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지난해 딸기와 배 등이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다시금 성장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9월까지 세계적 경기 둔화, 기록적 엔저 등 해외 수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던 것을 성장세로 전환한 데는 딸기와 배 등 신선농산물의 높은 성장세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해 신선농산물 수출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딸기는 전년보다 22.2% 늘었고 배는 5.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농산물의 수출 동향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것은 파프리카다. 2015년에는 9379만3000달러를 수출하며 신선 농산물에서 독보적인 수출 품목이었던 파프리카는 2019년 8327만1000달러로 내려앉은 이후 2022년 7439만4000달러로 배보다 약간 더 수출되는 등 성장세가 꺾이긴 했지만 신선농산물의 수출 성장세를 주도하는 효자품목인 것은 여전하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배는 2019년 8327만1000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코로나19 발생으로 수출물량이 현저히 줄면서 2020년 6467만9000달러로 내려앉앗다. 그러나 2022년 7440만 달러를 수출하며 회복세를 타고 지난해 11월 기준 6420만 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 늘어난 수치로 연말에 배 수출 수요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배수출액은 전년보다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의견이다. 

신선농산물은 가공식품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과 단감, 참다래 등 새로운 수출 품목들이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세를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산 단감의 대베트남 수출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선과장과 재배농가 목록을 송부하는 등 동남아에서 우리 과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 신속한 수출 검역을 지원하고 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국산 농산물의 대 베트남 수출 확대를 위해 국산 참외에 대한 검역 협상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참다래 생과실의 대만 수출절차도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10월 국산 참다래 생과실의 대만수출을 위해 대만 검역관을 초청해 현지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장정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부장은 “신선농산물 수출은 국자 전체 수출 중 비중은 1.8%로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가격 유지와 농가 소득지지 기여 효과 등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특용·기타 작물의 경우 수출로 인해 연평균 가격 11%의 지지 효과가 있고 가격 유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호당 농업 소득은 5~7%까지 증가하고 있다”며 신선농산물 수출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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