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이 농식품 스타트업에 투입되는 정책·제도가 필요”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엄인용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벤처기획팀장

농식품 전문 액셀러레이터 육성·대기업 협업 절실

농업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창업지원금 제도 외에 민간의 자본이 농식품 스타트업에게 투입될 수 있는 정책, 지원제도가 수립돼야 한다. 극초기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하고, 액셀러레이션(창업 지식이나 시장 접근법 등을 알려주는 지원 프로그램) 역할을 할 수 있는 농식품 전문 액셀러레이터들이 지속적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농식품 영역에 오픈이노베이션(효율성과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기업 혁신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매칭이 필요하다. 서로 -’(win-win(대기업은 스타트업을 통해 문제해결,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투자유치와 대기업 인프라를 활용한 PoC(개념증명, 기존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이를 검증하는 것), 콜라보 제품개발, 유통채널 입점 등))할 수 있도록 대기업 협력 사업의 확대도 필요하다.

그리고 민간 투자전문가들이 발굴한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민간투자 매칭 스케일업(단기간의 매출과 고용 측면에서 급성장하는 기업)의 자금 지원사업과 같은 민간·공공 협력 창업지원 제도 역시 더 확대해야 한다.

최근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상당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농식품 분야 역시 이 긴 투자 겨울을 피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민간 투자시장에서 푸드테크, 애그테크, 그린바이오 분야 등에 대한 수요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처음 서울농식품벤처창업센터장으로 발령받았던 2019년만 해도 농식품 창업기업들에 대한 민간투자시장의 수요나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일례로 그 당시 서울농식품벤처창업센터가 육성하고 있는 우수한 창업기업들의 투자유치를 돕고자 기업들의 IR(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설명과 홍보 활동을 통한 투자유치 활동) 자료를 가지고 투자사들을 만나려고 하면 심할 때는 농식품 분야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여러 투자사가 농식품 분야 투자 딜소싱(타겟기업을 찾아낸 후 투자 후보를 선별하는 작업)을 위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방문한다. 다만 농식품 분야 역시 투자시장이 얼어 붙어있기 때문에 민간·공공 협력 지원제도로 농식품 전문 액셀러레이터 육성, 대기업 협업사업, 민간투자 매칭 스케일업 사업 등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 배준성 롯데벤처스 투자2부문장(상무)

정책·지원 프로그램 한눈에 보이는 플랫폼 필요

필자가 농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약 5년 전부터다. 그동안의 시간 동안 농업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면은 새로운 농기업이나 농업과 관련된 스타트업들이 다른 분야의 스타트업에 비해 첫 투자나 초기 투자를 비교적 쉽게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정부와 산하 기관의 다양한 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초기가 지난 이후에 후속 투자유치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은 많은 농업 스타트업이 단순 1차 가공품(식품, 화장품 등)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빠른 매출 성장과 이익을 기대하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

타 분야의 경우는 팁스, 스케일업 팁스나 예비유니콘, 아기유니콘 등의 다양한 단계의 성장 지원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농업 분야는 아직까지 타 기술 스타트업 대비 경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양육이나 바이오 분야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경인 것 같다.

농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유치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시장을 개척 할 수 있는 신약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제품 개발, 배양육 등의 핵심 지원 분야를 선정하고 이들을 성장 단계별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정부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정책, 지원 프로그램을 한눈에 파악하고 단계별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새롭게 농업 스타트업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현시점에도 다양한 지원프로그램 있지만 자격 요건이나 중복수혜 여부 그리고 지원 기간 등의 다양한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알음알음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여 아쉬울 때가 많다.

농업 분야 스타트업이 타 분야 대비 특이한 사항이 있다면 아무래도 기업의 운영자 연령대가 조금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금껏 많은 농업 분야 스타트업을 만났지만 아무래도 IR 자료의 준비나 투자심사역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있어 본인들의 장점이나 향후 성장로드맵 등의 어필에 불리한 경우들이 많았다. 이런 부분들에 기업들은 조금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고 본인들의 매출 계획에 대해서도 단순한 감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투자에 유리할 것이다.”

 

# 강대현 플랜티팜 사장

시장과 고객에게 경제성·성장성 보여줘야

농업은 의식주 중 식()을 담당하고 있기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당연히 유지되고 발전해야 하는 산업이다. 즉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필요성은 이미 검증된 상황에서 기후변화, 농업인구 고령화, 젊은층의 농업 기피현상 등 농업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여러 가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은 마련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초기 엔젤투자 단계에선 신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성장시켜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성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막상 사업을 하다보면 생각지 못했던 리스크들이 발생하는데 이를 극복하면서 창업자가 초기에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지가 창업 초기 2~3년 동안에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내수직농장을 주업으로 하는 플랜티팜도 농업용 전력비 상승으로 예상치 못한 에너지비용 증가라는 리스크를 마주했다. 실내수직농장은 LED 소요전력비과 LED 발열을 식히기 위한 공조비용이 높아 작목에 따라 생산원가 중 전력비가 30% 이상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연구개발(R&D)과 효율적인 LED 기술개발, 두 방향으로 접근했고 이를 통해 오히려 과거보다도 원가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이 시리즈A와 시리즈B 투자를 받기 위한 기업홍보(IR) 과정에서 충분히 잠재투자자들에게 설명됐다.

또 농업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애그테크(AgTech) 기업들 중에는 오직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농업에 접근했다가 고금리 등으로 추가투자를 받지못해 도산한 사례도 있다. 플랜티팜은 애그테크 기업을 지향하면서도 농산물 재배·가공·유통 등 농업의 본질에 충실한 회사로서 매출과 재배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왔던 점이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농업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타겟을 좁게 설정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1등이 돼 경제성과 성장성을 확실히 시장과 고객에게 보여준다면 지속적인 투자유치와 사업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제도·정책적인 차원에서도 제도 정비와 규제 개혁으로 농업 분야의 신산업들의 발전과 호흡을 맞출 수 있길 바란다.”

 

#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식품 산업특성에 맞는 회수방식 다양화 필요

농식품 산업은 그동안 구조적 한계에 따른 선입견으로 타 산업보다 주목을 덜 받아 투자도 덜 이뤄졌다. 이미 투자가 많이 이뤄진 산업에 추가적으로 투자할 경우 거둘 수 있는 부가가치의 증대는 한정적이지만 농산업의 경우 투자에 대한 부가가치 증대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다만 자연재해 등 외생변수에 취약성, 영세성 등 농산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농산업체는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의 기술이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순 연구개발(R&D)이 아니라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용화를 염두에 둔 연구개발을 통한 매출 증대로 민간투자자나 모태펀드가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정책자금 모색을 병행하며 인내심을 갖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통한 기술과 사업성 평가결과를 지속적으로 정부와 민간 투자자에게 홍보함으로써 작은 규모라도 투자유치 실적을 쌓는 것도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 농정에서 농식품 벤처가 정책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대표 방안은 농식품 모태펀드를 통해 출자받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기술금융체계는 농진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NH농협 등 금융기관,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벤처캐피탈로 이어지는 체계지만 농신보, 농진원, 농기평 등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불분명하고 민간투자로 연계·확대되는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것이 한계다.

따라서 우선 농업 기술 평가를 담당하는 농진원의 기술보증서가 기술보증기금이 발행한 보증서처럼 농업 융자나 농신보 보증의 담보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농진원의 기술평가 역량개선이 선결과제지만 정부도 농진원에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역할을 일부라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평가와 보증업무를 동시에 담당하는 원스톱 기술금융 역할을 하며 평가부실에 따른 보증책임도 진다. 농진원의 기술보증을 통한 농협과 농신보의 융자·기술보증이 이뤄진 후에야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투자와 벤처캐피탈을 통한 민간자본 유치, 기업공개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농식품 산업특성에 맞는 회수방식의 다변화 방안 도입도 필요하다. 민간 투자자들은 농식품 투자자금 회수에 시간이 많이 걸려 투자를 꺼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안정적인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세컨더리 시장을 활용한 지분거래, 인수합병 시장 형성, 프로젝트 투자의 고도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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