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최근 외국에서는 가족농 개념과 관련해 ‘가족농’, ‘기업농’ 외에 ‘가족기업농’이라는 개념이 논의되고 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족 구성원만으로도 상당히 큰 규모의 농장을 경영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의 논의에서는 가족농을 기업농과 분리하지 않고 대신 ‘비가족기업농’ 개념을 대립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농만을 가족농으로 분류해서 이들을 농업과 농촌의 모든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상정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영농 규모가 크기에 의해서 가족농이냐, 기업농이냐를 구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가족농의 해 2014’, ‘가족농의 해 10년(2019~2028)’을 선포하고 유엔에서는 농민권리선언을 채택했던 것은 기업농이 농업과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결과였다”고 설명하고 “농민수당, 소농직불금, 농업직불금 5조 원 확충 등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도 이런 세계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처럼 가족농에 대한 인식과 개념의 논쟁은 과거 균질적이었던 농가 구성이 다양하게 바뀌는 등 농업·농촌이 그만큼 이질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실제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직전부터 지금까지의 변화상을 살펴보면 먼저 양적인 측면에서 농가호수는 1990년 176만7000호에서 2021년 103만1000호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전체 가구수 비중도 15.6%에서 4.7%로 줄었으며, 농가인구 또한 666만1000명에서 221만5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질적인 측면을 보면 경영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농가는 1990년 32만3000호(전체농가 대비 18.3%)에서 2021년에는 61만8000호로 전체농가의 59.9%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11만9000호(6.7%)에서 21만8000호(21.1%)로 크게 늘었다. 경영규모를 보면 1.0ha미만이 58.9%에서 73.8%로, 3.0ha 이상이 2.5%에서 7.3%로 늘어나는 등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1990년에 7개소에 불과하던 농업법인 조직은 2000년 5195개소, 2010년 8361개소, 2020년 2만4499개소로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더해 가족농 즉 농가는 기후 위기,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 등 외부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면서 스마트팜 보급, 농업의 6차산업화 진전, 지구온난화에 따른 작목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가족농의 이질화 속에서 농협 조합원이자 가족농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농협은 1950년 농지개혁으로 어렵게 만들어진 자작 가족농이 다시 소작농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필요한 영농자금과 영농자재를 원활하게 공급하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빈곤의 악순환에 놓여 있던 농촌을 구해 내어 자작농 체제의 농촌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강호동 경남 율곡농협 조합장은 “가족농이 농업시스템의 기초이며 농업·농촌 발전전략의 중심임을 선언하는 등 한국 농업의 정서가 많이 반영된 21세기 신(新)농민헌법인 ‘세계농민헌장(WORLD FARMERS CHARTER)’이 2006년 5월 19일 제37차 세계농업인연맹(IFAP) 서울총회에서 한국의 농협중앙회 주도로 제정·공포된 바 있다”고 전하며 “이제 다시 한번 농협은 모든 역량을 기울여 다양화·이질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가족농과 엄중한 외부 위협에 놓여 있는 농업인 조합원을 위해 환골탈태의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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