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어업인 역량 강화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정책적 지원 필요

수산업 구조 변화와 어가인구 감소로
어촌사회서 여성어업인 역할 중요해져

부가가치 중심축은 수산물 생산에서
수산물 유통·가공·어촌비즈니스로 이동

여성어업인 역할 제고하는 것이
어촌사회 활력제고에 크게 기여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어촌의 활력제고를 위해서는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8일 인천시 수산기술지원센터에서 열린 경인지역 여성어업인 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어촌의 활력제고를 위해서는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8일 인천시 수산기술지원센터에서 열린 경인지역 여성어업인 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수산업의 구조 변화와 어가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남성중심의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들은 여전히 보조적 존재라는 인식에 갇혀 있는 반면 수산업·어촌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중심축은 수산물 생산에서 수산물 유통·가공·어촌비즈니스로 이동하면서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을 제고하는 것이 어촌사회의 활력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12월 본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가 전국 6개 권역에서 개최한 여성어업인 권역별 좌담회의 주요 내용을 통해 어촌사회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 어촌사회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여성어업인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들의 역할 확대를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는 어촌사회의 의사결정에서 여성들이 사실상 배제되는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어가인구는 9805명이다. 이 중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원은 7684명으로 어업종사가구원은 남성이 37655(53.27%), 여성이 33029(46.73%)이다. 하지만 42356명의 어업경영주 중 남성은 34357(81.11%)인 반면 여성은 8179(18.89%)에 그친다. 소규모 어업은 대부분 부부가 공동으로 어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경영주는 대부분이 남성인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는 어촌공동체인 어촌계와 일선 수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2049개 어촌계의 어촌계장 중 남성은 1898명으로 92.63%를 차지한 반면 여성어촌계장은 135명으로 6.58%에 그쳤다. 수협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91개 일선 수협 중 여성 비상임이사가 선출된 수협은 43개에 불과하다. 전체 수협 비상임이사 615명 중 여성 비상임이사는 52명으로 8.45%에 그치고 있다. 어촌사회 구성원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어촌사회에서 발언권을 확보한 여성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수협법에도 상충된다. 현행 수협법 468항은 지구별 수협으로 하여금 이사 정수의 5분의 1을 여성조합원에게 배분되도록 노력하도록 하고 있으며 여성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30%를 넘는 지구별 수협은 이사 중 1명 이상을 여성조합원으로 선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수협 중 6개소는 여성조합원이 30%를 넘지만 여성이사를 선출하지 않아 수협법을 위반한 상태에 놓여있다.

여성어업인의 목소리가 과소대표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더 많은 여성어업인들이 어촌공동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조적 존재에 머무르는 여성어업인

여성어업인을 둘러싼 또다른 문제는 어촌사회에서 여성을 보조적 존재라는 틀 안에 가두고 있다는 점이다.

수산물 생산중심의 어촌사회에서는 강한 신체적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남성들이 주된 생산인력이며 여성들은 어획물의 양륙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과거에는 여성들이 어선에 승선하는 것조차 금기시돼 왔기에 이같은 인식은 어촌사회에서 더욱 강하게 굳어져왔다.

하지만 어가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어선에 여성을 승선시키는 것을 금기시하던 풍습은 사라졌고 어촌사회에서는 부부가 함께 조업을 하는 것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어촌사회에서 형성된 인식 속에서는 여전히 여성어업인들은 어업의 보조적 존재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성어업인 뿐만 아니라 남성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대상의 변화와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의 출범 등으로 여성어업인들의 인식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남성어업인은 여전히 남성중심의 어촌사회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 역량강화 기여 못하는 교육

정부의 여성어업인 관련 교육사업들이 시기나 커리큘럼의 측면에서 여성어업인의 역량강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열린 6차례의 권역별 좌담회에서 여성어업인들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여성어업인 교육이 성어기에 마련되는 경우가 많으며 교육프로그램 역시 웃음치료등 여성어업인의 역량강화와 무관한 교육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 여성어업인들은 수산물 유통·가공·판매에 있어 다양한 영역의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원하지만 교육프로그램이 획일적인 형태로 운영돼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남 목포시의 이지선 씨는 맨손어업을 하는 사람에게 어선어업과 관련한 교육을 하면 관심을 갖기 힘들지 않겠나라며 모든 회원들에게 일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부터 가공, 유통, 판매 등 다양한 영역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 많은 여성어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원금선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해남군분회장도 여성어업인들이 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기회가 부여돼야 한다수산물 가공이나 마케팅 등은 섬세한 접근이 필요해 여성들의 역할이 큰 만큼 외국의 수산물 가공이나 마케팅 사례 등에 대한 선진지 견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여성어업인 전담 지원조직 마련돼야

여성어업인의 육성을 위해서는 여성어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조직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여성어업인들은 직접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촌현장에서 여성어업인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어촌개발사업 등에 있어서도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이 크지만 여성어업인들은 정부정책의 전달체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의 선진사례와 비교해볼 때 이는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지목된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꾸리마(Currimar)’는 어촌지역활동그룹(FLAG)의 현장 지원을 통해 여성들이 주축이 돼 스페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지역 수산물을 가공·판매하기 시작했다. 꾸리마는 현재 20여 개국에 자사의 제품을 수출하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 꾸리마와 같은 성공모델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촌현장밀착형의 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우리나라에도 어촌특화지원센터가 있긴 하지만 시·도에 하나씩 있는 터라 여성어업인에게 특화된 지원이 어렵다여성어업인 육성을 위해서는 수산물 유통·가공·판매 등 여성어업인들에게 특화된 영역에서 현장 밀착형으로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여성어업인의 눈으로 본 어촌사회와 수산정책]

여성들의 어촌비즈니스 육성하려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필요

최선애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남지역 부회장

=여성어업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지역별 특화가 필요하다. 서해는 갯벌어업, 동해나 제주는 해녀 또는 어선어업을 하는 등 지역별로 여성이 종사하는 어업의 특성이 다 다르다. 그런데 전국 각지의 여성어업인을 한자리에 모아 교육하는 것은 예산의 낭비다. 여성들의 어촌비즈니스를 육성하려면 지역의 특성에 맞게끔 교육을 해야한다.

 

어촌서 여성 역할 키우려면 소득과 일자리 창출 역할에 적극 나서야

박영희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모슬포분회 부회장

=어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키우려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여성어업인들을 어업의 보조적인 역할 정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지금의 역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보다 생산적인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해야한다.

 

여성 대의원 10%만이라도 있다면 어촌사회서 제 몫 하는데 큰 도움될 것

정경애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기남부분회 부회장

=어촌계나 수협 등 어촌공동체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일선 수협의 직원이나 조합장은 한여련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 협조하려하지만 대의원이나 이사들이 이에 반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신규로 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대의원 중 10% 정도만이라도 여성이 된다면 여성어업인들이 어촌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촌계장 관련 교육서 여성어업인 역할·중요성에 대한 커리큘럼 마련돼야

고향순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서산분회장=어촌공동체에서 여성들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남성어업인들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여성어업인들이 아무리 교육을 받아봤자 주류를 이루고 있는 남성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수협중앙회 등에서 실시하는 어촌계장 관련 교육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커리큘럼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최근 어촌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어촌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성어업인들의 인식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한여련·여성어업인 공동체들이 사업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필요

조은경 담미소 대표

=여성어업인들이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봉사활동한 것이 언론에 보도된다고 한들 무슨 힘이 생길 수 있겠나? 한여련이 현장에 있는 여성어업인에게 힘이 될 수 있으려면 한여련 또는 지역의 여성어업인 공동체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수협 등 다른 주체에 의존해서는 여성어업인들에게 역량이 생기지 않는다.

 

여성어업인이 역할 확대 위해 주체가 돼 사업 끌고가야

이금선 선호식품 대표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성어업인이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업인이라고 하면 남성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데 이를 바꿔나가야한다. 여성어업인의 장점을 극대화해 어촌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공고히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여성어업인이 먼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남성들과 정부, 수협 등에 변화를 요구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지원사업이 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관서가 주도적으로 하고 여성어업인이 행정관서에 끌려가는 형태로 사업을 하게 된다면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성공가능성도 낮다. 여성어업인이 주체가 돼 사업을 끌고가야 사업이 성과를 내고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

 

 

# [기고] 어촌 재건을 위한 여성어업인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필자가 2018어촌소멸연구를 수행했던 시점을 돌이켜 보면 어촌이 소멸한다는 표현은 정책연구자가 사용하기에 거친 개념으로 평가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2025년 어가인구 8만 명도 붕괴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어촌소멸의 위기감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수산·어촌분야에 발 담그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소멸위기의 어촌을 다시 재건(再建)하기 위한 재정사업의 과감한 재구조화 등 그 어느 때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까지 어촌사회의 중심에서 멀리 위치해 있었던 여성어업인이 어촌 재건의 새로운 핵심적인 주체로서 인식 전환과 역할 제고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전 세계 어업종사자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약 595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바다 위 거친 작업환경과 때로는 목숨을 건 위험한 상황으로 인해서 여성종사자는 소규모 연안어업과 양식업에서 각각 12.4%, 14.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남해안에 드넓은 갯벌이 발달해 패류 채취와 나잠어업 등 맨손어업에서 많은 여성어업인의 경제활동으로 그 비중이 전체 어업인의 절반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노동중심 현장과 고령화된 공동체 내부에서는 여성어업인의 주체적 참여와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며 이러한 현실적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2016년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창립 이후 분회의 다양한 활동과 여성어업인의 날(1010) 지정 등 정부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냉정한 시각에서 여성어업인의 문제는 화이부실(華而不實)꽃은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라는 의미의 사자성어에 가깝다. 지난해 전국여성어업인 좌담회를 통해서 얻은 과제들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의 명확한 목적성과 지역별 청년 여성이 구심점이 되는 분회 활동 재정비가 필요하다. 한여련은 1996수협부인부에서 출발해 반찬 나눔, 연말 김장 봉사 등 봉사활동을 주로 해왔으나 이제는 봉사단체의 영역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여성어업인들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역 분회와 타 분야 공동체와의 협력·연대 활동을 강화해 나갈 있도록 재원마련도 필요하다.

둘째 어촌사회를 구성하는 지구별·업종별수협, 어촌계 등 공동체에서 이사, 대의원, 어촌계장 등 여성어업인 리더의 일정규모 이상 참여와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해 나가야 한다. 수산업협동조합법 제46조 제8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구별수협 여성어업인의 임원 정수를 확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리더를 적극 발굴하는 공동체를 대상으로 재정사업 지원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셋째 공동체 내부에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 교육과 여성어업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활동 재정비도 필요하다. 리더중심의 교육도 필요하지만 분회 단위의 현장밀착 교육활동을 통해서 분회의 활동 건강성을 회복하고 역량 있는 청년 여성어업인 발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수협, 해양수산인재개발원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리더교육과정에 미래 어촌사회를 견인할 핵심적인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과 중요성을 반영해 나가야 한다.

넷째 여성어업인 로컬 블루푸드 개발사업’(가칭)을 통해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별 전통 수산식품을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해 제조·판매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체계를 갖춰 젊은 여성어업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 서귀포 방어 떡갈비, 전남 간편식 물김국, 경인 갱이국, 충남 꽃게 튀김 등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어업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Fisherman’이다. 어업이 남성중심의 산업구조로 고착돼 온 단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블루푸드 테크의 시대가 오고 있다. 수산분야에서 여성어업인의 새로운 역할과 도전이 요구된다.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그 원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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