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돈으로…드라이에이징·꿀로 와인 만들어 또 다른 활로 모색
남다른 발상으로 다양한 상품개발 소비자 '만족' 통했다
한우 암소 저등급을 '숙성'시켜
새로운 부가가치업
흑염소 진액·산양유 비누
흑염소 고기 등 다양한 제품 눈길
말고기가 보양식으로 꼽히면서
최근 반려동물 시장 확대에 맞춰
건강한 반려동물 수제 간식 '인기몰이'
백봉오골계 생산·판매
특수가금이라는 특수성에
동물복지·방목생태축산농장 인증 더해
소비자에 눈도장

[농수축산신문=안희경·박현렬·김신지 기자]

전통적 방식의 축산물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양경열 아이비영농조합법인 대표가 꿀로 만든 허니와인을 소개하는 모습.
전통적 방식의 축산물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양경열 아이비영농조합법인 대표가 꿀로 만든 허니와인을 소개하는 모습.

올 한 해 트렌드를 전망한 모 도서에서 키워드로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시간, 장소,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면서 결국 최적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축산업에서도 발상의 전환으로 소비자의 니즈(요구, needs)와 지불 의향 등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맞춰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 같은 흐름속에서 결국 아이디어가 돈으로 이어지면서 저등급, 숙성육으로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축산인이 있는가 하면 저탄소 축산물인증,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새로운 소비지를 찾아 생산을 전환하는 축산농가들도 있다.

또한 남다른 발상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축산인들이 점차 주목을 받으면서 전통적 방식의 축산물이 아닌 육가공품, 축산물을 사용한 가공식품 등의 생산, 판매, 유통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고품질·고부가가치 가능성 지닌 ‘저지유’

국내 낙농가에서 현재 키우고 있는 젖소 품종은 대부분 홀스타인이다. 유지방과 유단백 함량이 각각 3.9%, 3.2% 정도인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지방과 유단백 함량이 높은 저지종을 국내에 도입, 고급유 생산과 젖소 품종의 다변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저지종은 홀스타인보다 번식력이 우수하고 체구가 작아 사료섭취량이 적다. 유지방, 유단백 함량은 홀스타인보다 높아 각각 4.5~5.5%, 3.5~4% 정도를 보인다. 또한 체내 소화·흡수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제인 유전자 보유 비율이 높아 기능성 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저지유 제품이 상용화됐는데 일본, 뉴질랜드, 호주, 인도에서는 일반 우유뿐만 아니라 요거트, 유기농 우유, 크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이 존재한다.

이미 발 빠르게 저지유를 생산한 서울우유는 ‘골든 저지밀크’라는 제품을 2022년 12월 출시했고 현재 누적 판매량이 50만여 개에 달한다. 골든 저지밀크는 서울우유의 저지 전용목장에서 하루 1800개 한정 생산 판매하며 진하고 고소한 풍미가 특징이다.

농식품부는 낙농가들에게 저지종 보급과 고품질·고부가가치의 국산 유가공품 생산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 저등급 한우, 드라이에이징으로 ‘부가가치’를 

‘등안채’, 한우의 인기부위인 등심, 안심, 채끝을 이르는 등안채와 더불어 고급 한우를 지칭하는 ‘투플러스’는 한우를 대표하는 단어가 돼 버렸다.

그러나 한우는 약 48% 정도가 저지방 부위로 생산되고 있고 암소도 약 42%가 2~3등급으로 출하되고 있다. 한우 1마리에서 나오는 고기의 절반 정도가 이른바 ‘비선호’ 부위인 것이다. 

때문에 한우에서 저등급, 비선호 부위에 대한 소비촉진은 언제나 화두였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저지방 비선호 부위의 한우 맛을 좋게하는 숙성관리 기술을 개발했고 한우자조금에서도 저등급 한우에 대한 활용방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우 암소 저등급을 ‘숙성’이라는 아이디어를 입혀 부가가치를 내는 업체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은 한우 암소 2등급을 사용해 50~120일 드라이에이징한 서동한우다. 서동한우는 숙성을 통해 알카리성이 높아지면서 육즙을 가두는 힘이 강해지는 것을 활용했다.

서동한우는 특히 숙성을 통해 육즙이 갇혀있고 지방이 적은 드라이에이징 한우를 홍보하며 연기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덕트가 없는 구이 방식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등 드라이에이징 방식을 역발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드라이에이징한 한우는 감칠맛을 좌우하는 글루탐산이 14배 증가하고 이로 인해 발효된 치즈의 풍미처럼 고소한 맛이 나며 유리아미노산과 기능성 페타이드 증가로 노화방지와 피로회복에도 좋다는 것이 서동한우측의 설명이다. 

서동한우에서 판매하는 메뉴 중 서동 명작 메뉴 등은 50~150일 발효건조 숙성한 등심, 안심, 채끝 중에서 상위 1%만 엄선한 메뉴로 150g에 9만9000원 정도로 높은 부가가치를 내고 있다.

다산 암소 드라이에이징을 표방하고 있는 홍천 사랑말 한우는 지방이 없어 저등급 한우로 치부되는 한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홍천 사랑말 한우에 따르면 새끼를 많이 낳은 다산우는 드라이에이징을 하면 부드러워지고 단기 비육우보다 뛰어난 풍미를 보인다.

특히 홍천한우 사랑말은 다산우를 제값에 매입, 좋은 송아지를 낳는 암소를 보존할 수 있어 홍천지역에 좋은 소의 혈통이 자리 잡는 구조에도 일조하는 등 1석 3조의 효과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이에이징은 고기를 공기 중에 수일간 건조시키며 바람과 효소의 작용에 의해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풍미를 이끌어내는 기법으로 숙성과정에서 수분은 빠지고 표면이 굳으면서 중량이 30%가량 줄어들게 된다”며 “때문에 일반육보다 가격이 2~3 배가량 비싸지기 때문에 이를 대중화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꿀로 와인을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2023 농업과학기술 성과공유대회’에서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으로 선정된 양경열 아이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30여 년 전부터 양봉업에 종사하며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농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이비영농조합법인에서는 병에 든 벌꿀 제품 외에 스틱꿀, 허니문와인, 허니비와인, 프로폴리스 치약, 프로폴리스, 꽃가루(화분), 로얄제리, 봉침액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이 중 단연 이목을 집중시키는 제품은 허니문와인과 허니비와인이다. 양경열 대표는 소비자들이 벌꿀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술을 마신 뒤 꿀물을 마셔 숙취를 해소하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허니문·허니비와인을 만들었다.

허니문와인은 경기 양평지역의 100% 순수 꽃꿀로 제조되며 와인을 만들 때 첨가물을 쓰지 않아 목 넘김이 부드럽고 달콤한 뒷맛의 여운이 오래간다는 게 양 대표의 전언이다.

허니비 와인은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에서 2012~2013년 기타주류 부문 대상, 2014년 최우수상, 2015년 세계주류품평회 최우수상, 2016년 세계주류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허니문 와인은 2018년 우리술품평회 최우수상, 2019~2020년 우리술품평회 대상, 2020년 우수문화상품으로 지정됐다.

또한 2021년에는 상품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아 서울산업진흥원이 주최한 서울어워즈에서 우수 상품으로도 선정됐다. 2021년 우리술품평회에서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허니문와인은 그 우수성과 가치를 인정 받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건배주로 사용됐다.

월간계란은 구독서비스를 통해 당일 생산한 계란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월간계란은 구독서비스를 통해 당일 생산한 계란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 계란 구독 서비스. 당일 생산 계란을 집 앞으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구독 서비스를 계란에 접목해 3개월 만에 300%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주여달 월간계란 대표는 외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양계장을 살리기 위해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업을 이었다.

현재 양계장인 ‘크로바양계’는 오촌지간인 이환진 대표가 운영 중이며 ‘월간계란’이 판매하고 있는 모든 제품을 생산 중이다.

코로나19 발병으로 판로의 20%였던 군대와 학교 납품이 끊기고 오프라인 장터와 로컬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급하게 판로를 찾아야 했던 주 대표는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이커머스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월간계란을 창업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월간계란의 구독 서비스는 코로나의 특수성과 계란의 매일 소비된다는 특징이 만나 2020년 10월 창업 이후 3개월 만에 매출 300%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월간계란의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클로렐라와 생균제를 먹인 닭에서 나온 ‘클로렐란’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농진청과 협업해 클로렐라 배양액을 개발했는데 이 배양액을 먹여 생산한 계란은 콜레스테롤 비중이 낮고 칼슘 함유량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월간계란은 일회성 구매로 시작해 택배로 받아도 깨지지 않고 당일 생산된 계란을 바로 받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창업 5년차인 지금은 정기구독 회원이 처음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 주요 고객 연령대는 40~60대로 최근에는 30~40대의 젊은 층의 유입이 많아지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이 각각 70%, 30%로 분포돼 있다.

주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은 지역 농축수산물을 입점해 당일 수확·생산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며 지역상생을 위해 힘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욱 흑색건강 대표는 다양한 행사에서 흑염소를 접목한 음식 등을 선보임으로써 올해 차별화된 흑염소 고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정진욱 흑색건강 대표는 다양한 행사에서 흑염소를 접목한 음식 등을 선보임으로써 올해 차별화된 흑염소 고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 흑염소로 제품 브랜드화

2016년 귀농의 꿈을 품고 2018년부터 용인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산물 가공·강소농 교육 등을 이수한 후 차별화된 흑염소 가공 제품을 만들고 있는 정진욱 흑색건강 대표. 

정 대표는 2644㎡의 면적에서 흑염소 120여 마리를 사육하며 흑염소 진액, 산양유 비누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는 흑염소 고기 관련 다양한 제품을 론칭할 계획이다. 흑염소들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기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콩과 식물, 건초, 섬유질이 풍부한 건초와 비타민, 매실청 등을 먹이로 급여한다.

정 대표는 방목형태로 흑염소를 키우고 항생제 주사를 놓지 않는다. 흑염소의 경우 국내에서 식품안전관리(HACCP) 인증을 받은 농가가 극히 적은데 HACCP 인증도 획득했다. 흑염소 진액에 사용되는 부원료는 산지 영농조합에서 직접 수급할 뿐만 아니라 좀 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의사 자문도 받았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과 더불어 몸이 편찮거나 기력을 회복해야 하는 사람들이 흑염소 제품을 찾기 때문에 그만큼 정성도 더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흑색건강의 제품은 복용한 사람들의 입소문과 다양한 행사에서 우수제품으로 소개되며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를 말해주듯 최근 3년 동안 매출은 2021년 12억 원, 2022년 18억 원, 2023년 21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면역력 증대와 개 식용 금지 등으로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흑염소 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도 구상 중이다.

# 특수가금으로 유기축산물인증부터 해외 수출까지

백봉오골계 농가 중 국내 최초로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아 유기농 백봉오골계를 생산·판매하는 경북 예천군에 위치한 ‘예지영농조합법인’.

현대백화점, 메가마트, 유기농방목마켓(온라인몰)과 농장회원들에게 오골계란과 오골계육을 판매하고 있는 예지영농조합법인은 특수가금이라는 특수성에 동물복지·유기축산물·방목생태축산농장 인증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장순준 예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귀향을 결정해 현재 6000~7000마리 규모의 백봉오골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장 대표는 백봉오골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백봉오골계는 약 250개의 품종 중 유일하게 약용계로 사용하는 품종으로 계란부터 닭고기까지 버릴 것이 없어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백봉오골계는 사료 섭취율이 일반 육계의 4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생산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으며 오래될수록 약효가 좋아 최소 24개월 이상 키워 도축해야 하고 오골계육뿐만 아니라 액기스로도 많이 찾는 품종이다.

장 대표는 “4년 전 오골계육을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보고 ‘유기농 백봉오골계 삼계탕’ 간편식 제품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며 “수출을 위해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으며 오는 3월부터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봉오골계란은 개당 약 1100원으로 일반 계란에 비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예지영농조합법인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동한 ‘농부 김동한’ 대표는 무항생제 친환경 말로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만든다.
김동한 ‘농부 김동한’ 대표는 무항생제 친환경 말로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만든다.

# 말고기로 수제간식을

33만㎡(10만 평)의 방목형 초지에서 말들이 뛰어노는 용춘목장은 3대째 내려온 목장이다. 이 곳에서는 친환경 제주마 말고기로 건강한 수제간식을 만들고 있다. 식용마에 사용이 금지된 약물을 맞은 퇴역 경주마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돼 문제가 되는 경우가 과거에는 종종 있었다. 용춘목장에선 엄격하게 사양 관리된 무항생제 친환경 말로 수제간식을 만든다. 

3대째 대를 잇고 있는 ‘농부 김동한’의 김동한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교 말산업학과를 졸업하고 가업을 잇고 있다. 김 대표는 졸업 이후 말고기에 대한 수요가 제주 지역에만 한정되고 사람이 먹는 말고기 육포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적어 새로운 수요, 소비처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말고기가 보양식으로도 꼽히면서 최근 반려동물 시장 확대에 맞춰 건강한 반려동물 수제 간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제간식은 HACC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펫푸드전문영양사, 반려동물관리사, 말 생산목장장이 모여 만든다.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 기계가 아닌 오직 사람이 만드는 100% 핸드메이드 수제 간식에는 무항생제 말고기와 제주산 닭가슴살, 제주 구좌 당근 등이 사용되며 국내산 채소가 추가된다. 여기에 아마씨가루, 초록입홍합분말가루, 난각가루 등 반려동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도 추가했다.

농부 김동한의 주력 수제간식은 스테이크, 말고기 육포, 화식 등이다. 말고기는 알러지 반응이 낮고 단백질, 철분, 칼슘 등이 풍부해 건강한 뼈와 치아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농부 김동한의 수제간식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수제간식을 먹은 반려동물들의 반응과 효과 등을 블로그 등에 소개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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