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우리 지역도 지난해 출생 인구수가 0명입니다.”

농촌 현장을 다니다 보면 종종 듣는 얘기다. 처음에는 한 해 동안 지역에서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다소 충격이었지만 비단 한두 곳만의 얘기가 아니라 작금의 대한민국 농어촌의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출산율 0.78명 시대. 대한민국 농촌은 출산율 0명 시대를 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할 사람이 없다. 돈을 쓸 사람도 없다. 일할 사람이나 돈을 쓸 사람이 없으니 장사라고 잘될리 만무하다. 젊은 부부가 없으니 당연히 아이도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출산율 0.78명의 대한민국이 사라질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농촌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농촌을 지키는 이들의 대부분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치솟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 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농자재비용이나 수도·광열비 등 생산비마저 줄일 수는 없다. 특히나 인건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으며 농장주 나름 많은 돈을 준다 한들 사람 구하기가 쉬운 게 아니다. 게다가 변덕스러운 날씨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농산물 가격이라도 잘 받으면 운이 좋은 편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젊은이들은 눈치껏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그나마 지역을 지키고 있는 청년농업인은 낮은 자금 여력과 높은 은행 문턱으로 아이디어가 있어도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발굴해 내놨다고 홍보를 한들 청년농업인이 느끼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 정책의 실수요자 효용이 낮은 원인에 대해 정책이 특정 부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현안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농업·농촌의 문제는 인구문제, 경제문제, 복지문제, 주거문제, 교육문제 등 다양한 사안이 혼재돼 있다. 엉킨 실타래를 한방에 풀어낼 신의 한 수는 애초에 없을지 모른다. ‘현장을 중시하라거나 소통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첩경은 될 수 있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살기 좋게 하기 위해서는 의료, 복지, 쇼핑 등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교통 접근성도 좋아야 한다. 이걸 농촌문제라고 농림축산식품부 혼자 다 해결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요구되고 그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과 보다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출산율 0명의 농촌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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