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국내 낙농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저지종(이하 저지)을 도입했지만 실제 낙농가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낙농 현장에서는 저지가 홀스타인종(이하 홀스타인)에 비해 유성분이 우수하고 내서성이 뛰어나 젖소 품종 다변화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농식품부가 설명했지만 저지는 유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제대로된 소비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 저지 유지방·유단백 성적 좋아  

지난해 11월 발표된 ‘경기도 낙농 신품종(저지) 도입 정책지원을 위한 기초연구’ 자료에 따르면 저지는 홀스타인에 비해 사료 섭취, 장내 배출, 분뇨 배출 등 모든 항목에 대해 더 낮은 탄소 배출량을 보였다.

또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저지의 원유는 홀스타인보다 단백질이 15~10%, 칼슘·인 함량은 각각 15~18%, 10~12% 더 많았으며 이를 유제품으로 제조할 경우 치즈의 수율은 25%, 버터의 수율도 30%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과 당진낙농축협(이하 당진낙협)이 보유한 저지의 유지방과 유단백질 성적은 홀스타인 대비 각각 12.8~16.9%, 8.3~9.4% 높게 나타났다.

# 소비시장 구축이 관건

하지만 저지의 평균 유량은 홀스타인의 약 73.4%의 수준을 보여 현재 원유를 통합 집유하고 있는 낙농가들은 쉽사리 저지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국내 유대체계는 농가에서 생산된 원유가 서울우유, 낙농진흥회 등 22개의 집유 주체를 통해 이뤄지며 이를 유가공업체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집유 주체별 자율 쿼터관리를 통해 원유의 수급관리를 하고 있으며 농가 쿼터변동사항 발생 시 쿼터이력관리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집유 주체별로 집유 시 저지와 홀스타인의 구분 없이 원유가 집유되기 때문에 농가들은 원유 품질은 좋지만 평균 유량이 적은 저지보다 유량이 높은 홀스타인을 더 선호하고 있다. 또한 현재 원유가격이 음용유용과 가공유용으로만 나뉘어 있어 더 높은 유지방·유단백질 함량의 원유를 생산해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낙농육우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저지의 장점 중 하나인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은 단순히 저지의 사료 섭취량이 적어 배출되는 탄소량이 작다는 것인데 유량과 몸집이 작은 만큼 농가에서 홀스타인보다 사육마릿수를 늘린다면 그 장점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저지의 도입은 유대체계의 개편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시장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낙농진흥회도 저지의 도입을 위해서는 소비시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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