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쌀가공식품업체 석발기에 걸러진 이물질
쌀가공식품업체 석발기에 걸러진 이물질

쌀가공식품 수출이 지난해 2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원료가 되는 정부양곡 가공용쌀의 품질·위생 관리는 허술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2억163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농식품부는 가루쌀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쌀을 밥쌀용뿐만 아니라 쌀가공식품 원료로 활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지금까지 쌀가공식품 원료로 활용돼온 정부양곡 가공용쌀은 이물이나 피해립, 착색립 등의 혼입으로 쌀가공식품업계의 품질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쌀가공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 쌀가공식품업체로 공급된 정부양곡 가공용쌀 품질 관련 민원은 2021년 59건, 2022년 62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이중 이물 혼입 관련 민원은 매년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교환이 이뤄지기 어려워 쌀가공식품업체가 자체적으로 시설을 증축하거나 별도 인원을 두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충남의 한 쌀가공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양곡 가공용쌀을 (도정공장으로부터) 공급받았는데 플라스틱, 고무, 쇠, 끈 등 이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교환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면 발뺌하거나 되려 ‘너희가 넣은 것 아니냐’, ‘(값)싼 쌀을 쓰면서 뭘 그러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며 “(우리는) 납품한 물건에서 이물이 나오면 거래가 끊기거나 막대한 배상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니 많은 돈을 들여 (선별)시설을 새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기지역의 또 다른 쌀가공식품업체는 “마대(포대) 끈이나 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금속탐지기에 걸리지도 않고 흰색이라 눈으로 찾기도 어려워 까다로운 이물 중 하나”라며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식품업계는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양곡은 아직도 1980년대에서 바뀌지 않아 오롯이 (쌀가공식품)업체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양곡 관리에 대해 시설 현대화뿐만 아니라 관리책임자의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영주 ㈜남부통합공장 대표는 “도정공장 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더라도 관리책임자나 근로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물이 혼입되는 등의 민원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도정공장이 쌀가공식품업체에서 원하는 규격이나 품질 기준을 맞춰줘도 경영에 문제가 없을 수 있는 제도 개선과 관리책임자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도 “소비자는 위생을 넘어 안전과 안심을 찾고 식품업체들도 이에 맞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원료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과정이 위생적이고 믿을 수 있는 과정을 거치도록 정부에서 모니터링하고 점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공급받은 가공용쌀에서 실이 나와 쌀가공식품업체가 별도로 보관 중이다.
공급받은 가공용쌀에서 실이 나와 쌀가공식품업체가 별도로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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