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동 부경대 교수
자급률 산정방식 개선
자급률 관리와 수산정책과 연계
식생활에서 중요한 품목의 비축과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초점 맞춰야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수산업·어촌발전기본법은 수산업 발전과 어촌의 균형개발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시 수산물 자급목표를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고시에서는 2025년 수산물 자급목표를 79%로 설정했다. 이 목표치는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수산물 총소비량에서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고자 하는 물량을 나타낸다. 그러나 최근 수산물 자급률은 71%로 목표치보다 낮으며 동물성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중요성이 큰 어패류 자급률은 50%대로 떨어져 국내 소비의 거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은 계속 늘고, 국내 생산은 감소함에 따라 수산물 자급목표의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산물 자급률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제언을 하려고 한다.

첫째, 식용과 비식용을 구분하지 않는 현행 자급률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필자의 추정으로는 수산물 총생산량에서 25~30%가 어류양식의 생사료, 전복양식의 먹이용 미역·다시마로 투입되고 있다. 사료로 이용되는 수산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많다. 따라서 일본처럼 수산물 자급률을 ‘식용 자급률’, 그리고 사료를 포함한 ‘전체 자급률’로 구분해서 공표할 수 있는 산정기반을 갖춰야 한다. 사람이 먹는 수산물이 얼마나 되는지, 사료로 이용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면서 식량으로서 자급목표와 관리 대책을 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둘째, 수산물 전체로 집계해 자급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통계로 파악되는 수산물 품종만 연근해어업 110종, 양식업 40종, 원양어업 30종 이상에 달한다. 어업별로 생산되는 수산물이 매우 다양하고 기후변화, 수산자원 변동에 따라 품종별 생산량도 들쭉날쭉하다. 이 많은 품종을 대상으로 한 자급률 관리가 애당초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농업은 쌀, 밀, 보리, 콩과 같이 단일 품목으로 자급률을 산정하지만 수산물은 수많은 품종을 집계해 놓아 그 구성이 단순하지 않다.

향후 수산물 자급률은 갈치, 고등어, 오징어, 멸치, 광어, 전복, 김과 같이 식생활에서 중요성이 큰 대중성 품종만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류, 패류, 해조류, 수산물 전체와 같이 집계된 수준에서 자급률도 별도 산정하되 공표하지는 않고 해수부가 내부 모니터링으로 관리하는 접근을 제안한다.

셋째, 수산물 자급률 관리는 수산정책 방향에 부합하고 세부 정책과도 연계돼야 한다. 현재 수산물 자급목표는 설정하고 있으나 어떤 정책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가 없다. 하물며 정부는 2027년까지 연근해어업에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며 원양어업은 국제규범 강화, 입어료 상승, 어획 부진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양식업을 통한 생산 증대는 해조류에서 가능할지 몰라도 어패류는 어장환경과 생산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다. 대내외 어업 현실을 본다면,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단과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자급률을 포함한 수산물 수급 관리의 새 틀을 짜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향후 수산물 수급 관리는 자급률 제고보다 국민 식생활에서 중요성이 큰 품종의 비축과 안정적 수입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자급률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단기적 관점에서는 실효적인 수급 관리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수급 위기에 대비해 수산물을 얼마나 비축할 것인지 해외에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공급기지나 수입처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는 어업별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통해 자급률을 높여 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식량이 부족해 국가가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국가가 위태로워져 식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곡물과 같이 ‘주식’의 지위를 가질 수 없는 수산물의 자급률 관리, 식량안보 논의에 있어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국내 생산을 통한 수산물의 확보 못지않게 경제적 구매력, 안정적 조달 역량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앞으로 수산 부문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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